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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무도' 레슬링 특집, 무한도전의 자신감이다

by 카푸리 2010.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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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이 1년간 장기 프로젝트로 추진해온 레슬링 특집을 10주간 방송한다고 했을 때 '설마' 했다. 지금까지 예능에서 한번도 10주 특집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예능 방송 사상 10주간 특집은 최초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아무리 재미있다고 해도 10주간 방송하면 재미가 떨어질 것이는 우려 때문이다. 천하의 김태호PD가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았을까? 누구보다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뚝심있게 10 특집을 기획했다. 어제 레슬링 특집 첫 방송을 지켜본 결과 10주간의 레슬링특집이 버라이어티의 신기원을 이룩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됐고, 역시 무한도전이란 생각이 들었다.

프로 레슬링과 무한도전은 운명인가 보다. 지난해 7월 맴버들이 모여 하반기 장기 프로젝트를 구상할 때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막상 실행에 옮길 만한 것은 없었다. 그래서 제작진이 준비한 6개의 CD에서 도전 프로젝트를 선택하기로 했다. CD에는 스키점프, 사막랠리, 싱크로나이즈, 보디빌딩, 프로 레슬링, 히말라야 등반 등이 들어 있는데 어느 하나 쉽게 할 수 있는 게 없다. 모두 평균 이하의 맴버들이 도전하긴 버거운 일들이다. 제작진이 CD에서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는데, 첫번째와 두번째 모두 레슬링이 선택된 것을 보면 무한도전 맴버들에게 프로 레슬링은 운명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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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에어로빅이나 달력, 복싱, 봅슬레이처럼 장기 프로젝트로 추진해온 특집은 진한 감동은 있지만 큰 웃음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레슬링도 웃음기가 싹 가신 다큐 쪽으로 가겠구나 했는데 예상이 빗나갔다. 나중에 어떤 감동을 줄지 모르겠지만 첫 회를 봐서는 재미에서도 성공이 보인다.

이번 레슬링특집은 7080세대들에게 향수를 자극하는 특집이다. 흑백 TV 시절 박치기로 유명한 고 김일선수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만화방이나 다방에서 열광하며 경기를 지켜보던 추억을 일깨워준다. 또한 레슬링특집은 코미디의 진수인 몸개그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낸다. 사각의 링위에서 구르고 넘어지다 보니 깨알같은 웃음을 계속 만들어낼 수 있는 소재다. 유재석 등 맴버들이 몸개그에 일가견이 있기에 레슬링특집에 의욕을 보였다. 올초 봅슬레이 특집이 빵 터지는 웃음보다 눈물을 쏙 빼게 만든 감동을 주었다. 만약 스키점프나 사막랠리 등 위험한 도전이었다면 웃음보다는 감동 컨셉이었을 것이다.


재미없을 것 같았던 레슬링특집을 빵 터지게 만든 요소는 몸개그 외에 자막의 힘이 컸다. 자막 하나 하나에 맴버들의 리액션가 시청자들의 반응을 고려해 촌철살인의 감각이 빛난다. 유재석의 '서당체', 정형돈의 '아퐈요!'에서는 뒤로 넘어지면서 깔깔 웃었다. 자막없는 무한도전은 앙꼬없는 찐빵이라더니 역시 자막은 무한도전 제 8의 맴버다. 예능 프로 자막 넣는 센스는 '무도'가 최고가 아닐까 생각된다.

무한도전이 다른 예능과 다른 점은 사회에 메시지를 던져준다는 것이다. 어제 매니저 두명이 무도 맴버들을 봉고차에 한 명씩 강제로 납치해가는 장면이 여러번 반복됐다. 정준하는 영문도 모르게 납치당해 끌려가면서 웃옷까지 훌러덩 벗겨지고 말았다. 노홍철은 아파트 현관 앞에서 맴버들에게 봉변을 당하고 납치당했다. 이 장면을 재미있다고 웃어넘기지 못하는 것은 초등학생 납치 및 성폭행으로 어수선한 사회분위기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물론 이 장면은 제작진이 의도한 연출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마스크를 쓰고 맴버들을 납치하는 장면을 여러번 보여준 것은 나름의 뜻이 있지 않을까?


그동안 무한도전에서 기대를 갖게한 특집은 여지없이 말아먹은 경험이 있다. 대표적인 게 좀비특집과 드라마특집이다. 특히 좀비특집은 200회 특집 때 자존심을 회복하려 다시 한번 시도했지만 또 실패하고 말았다. 이쯤되면 제작진에서 10주 특집 예능을 만들 자신감은 커녕 2주 특집도 겁을 낼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주간 레슬링 특집을 밀고 나간 김태호PD의 결단은 배짱이 아닌 자신감이다. 프로 레슬링 특집은 가장 무한도전다운 도전이며 시리즈 예능의 새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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