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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1박2일 김C 하차, 아름답고 슬픈 이별여행

by 카푸리 2010.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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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C가 '1박2일'에서 하차했습니다. 그의 하차는 미리 알고 있었지만 어제 경주 수학여행편에서 맴버들과 이별하는 모습을 보니 콧날이 시큰했습니다. '1박2일'이 경주 수학여행편을 만든 것은 김C와의 이별을 위한 특집이었습니다. 매주 '1박'을 하던 것과 달리 이번 여행은 '2박 3일'이었습니다. 학창시절 추억이 가득한 경주에서 '1박2일'의 어머니 김C는 많은 추억을 빛 바랜 사진으로 남겨둔 채 떠났습니다.

경주 주변의 여행지를 다니며 스탬프투어를 마친 맴버들은 유스호스텔 숙소에서 추억의 양은도시락 복불복을 마치고 수학여행 마지막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때 나영석PD가 공지사항을 알려준다며 김C의 하차 얘기를 꺼냈습니다. 순간 분위기는 찬 물을 끼얹은 듯 고요했습니다. 무겁고 숙연한 분위기속에 아무도 말을 꺼내지 못했습니다. 메인MC 강호동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충격적인 일이지만 김C 본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꺾기 어려워 하차를 하게 된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이미 알고 있었으나 김C의 하차를 받아들이기 힘든 맴버들은 고개를 숙인 채 마치 죄인처럼 앉아 있습니다.


이에 김C는 '예, 죄송하지만 사실이고요. 오늘 마지막 방송이에요. 개인적인 사정때문에 하차하는 겁니다.'라며 말을 꺼냈습니다. 그리고 '예능 프로에서 어색하지 않게 묻어갔지만 '1박2일'에 참가하는게 편하지만은 않았다. 내가 하는 음악이란게 혼자서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TV보는 것조차 편하지 않았는데, '1박2일'이 잘 나가고 있을 때 하차하게 돼 다행이다. 앞으로 팬으로서 모니터 해주겠다'고 말했습니다. 무거운 정적을 눈물바다로 만든 건 이수근이었습니다. 김C 옆에 자리한 이수근은 김C의 말을 듣고 있다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3년이나 함께 했는데 미리 얘기도 안해줘요'라며 서운함을 드러냈습니다. 이수근의 눈은 벌겋게 충혈돼 있었습니다.

이수근은 누구보다 김C의 하차가 믿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이수근은 처음 '1박2일'에 들어왔을 때 복귀한 김종민처럼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많이 겪었습니다. 그때 김C가 따뜻하게 보다듬어주고 격려해준 것이 이수근의 오늘을 있게 한 원동력이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이수근이 가장 먼저 눈물을 흘렸고, 김C에게 '형만 힘들었나 뭐, 일찍 얘기라도 해야 소주라도 한잔 하지'하며 아쉬움을 눈물로 대신한 것입니다. 이수근의 눈물에 김C도 따라 울었고, 이승기 등 다른 맴버들 모두 눈물을 흘렸습니다. 비록 예능프로에서 보는 눈물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뜨거운 남자들의 눈물이었습니다.



강호동 등 여섯명의 맴버들은 이번 경주편에서 김C만을 위한 아주 특별한 아침식사를 준비했습니다. 촬영 전 김C의 하차소식을 듣고 등갈비, 대하, 잡채, 불고기, 우럭, 미역국 재료 등을 바리바리 싸들고 왔습니다. 보통 기상하면 아침식사 복불복이 있게 마련인데, 김C 이별여행편은 복불복이 없습니다. 아니 복불복이 없어도 맴버들이 싸들고 온 음식으로 김C를 위한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아침식사가 차려졌습니다. 김C가 좋아하는 반찬에 맴버들의 정성과 마음을 담은 아침식사입니다. 김C는 이번에 '1박2일'을 떠나 '승승장구'로 자리를 옮기는 신입PD와 토함산 석굴암을 돌아보고 온 후 사상 최고의 진수성찬에 깜짝 놀랐습니다. 김C의 밥은 특별히 수북하게 많이 담았습니다. 바로 정(情)입니다. 이왕 헤어지는 것이라면 따뜻한 밥 한끼 든든히 먹여 보내겠다는 우리네 정을 듬뿍 담은 밥이었습니다.

그렇게 짧은 2박3일간의 수학여행편을 끝으로 김C는 '1박2일'을 떠났습니다. 김C는 운동선수(야구)에서 음악인으로 활동하다가 지상렬을 대신해 들어와 라디오DJ, 다큐멘터리 나레이터, CF모델 등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정도로 '1박2일'이 김C 인생의 전기가 된 프로입니다. 이런 프로를 하차하면서까지 꺾지 못한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강호동은 '독한 사람'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김C 인생에 '1박2일' 하차가 당장은 손실이 되겠지만 훗날 김C 인생에 가장 위대한 결정이었다는 느낌이 들도로 열심히 해줄 것을 부탁한다고 덕담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에 김C는 예능을 갈고 닦아 모두가 깜짝 놀랄 정도의 실력이 된다면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 약속이 지켜지길 기대합니다.


그동안 김C가 '1박2일'에서 보여준 모습을 떠올려보니 고생한 기억밖에 떠오르지 않네요. 100회 특집에서 혼자 197번의 입수를 해야하는 불운을 맞았고, 맴버들 가운데 가장 많은 복불복 벌칙을 수행했습니다. 오죽하면 제작진이 김C에게 '지지리도 복 없는 맴버'라고 했을까요? 시청자투어 1기때는 까나리액젓을 원샷할 정도로 프로 근성도 있습니다. 부잣집에서 태어나 남부러울 것 없이 자랐집만 맴버들 가운데 가장 서민적인 이미지였습니다. '제주도편'에서 공개된 그의 주민등록증에 붙은 사후 각막, 장기, 시신을 기증하겠다는 스티커를 보고, 많은 시청자들이 장기기증을 약속했습니다. 그는 한국에서 가장 불쌍하게 보이는 남자지만 그를 사랑하는 수많은 시청자들을 볼 때 가장 행복한 사람인지 모릅니다.

당장은 그의 하차가 실감나지 않습니다. 집안에서 어머니가 없으면 모든 것이 불편하고 그 허전함이 크듯 다음주부터 '1박2일'은 김C의 빈 자리가 커 보일 것입니다. 이승기를 지긋이 바라보며 마치 어머니같은 표정을 짓던 김C의 얼굴을 보니 왠지 슬퍼보였습니다. 김C와 마지막 포옹을 하며 이승기는 '이제 누구한데 의지해? 모르는 것 있으면 누구한테 물어봐요'하며 마치 엄마와 떨어지는 듯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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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한용운 선생의 '회자정리'란 말이 있습니다. 어차피 만나고 헤어지는게 우리네 인생이기 때문에 헤어짐은 또 다른 만남을 예고하는 것인지 모릅니다. 그래서 맴버들과 제작진은 쿨하게 이별을 했습니다. 김C는 지난 2년 8개월간 남긴 수많은 캐릭터를 남겼는데 그중 가장  공감이 가는 캐릭터가 어머니 캐릭터입니다. 강호동은 아버지요, 김C는 어머니로서 가장 행복한 가정을 꾸려왔습니다.

김C가 떠났으니 '1박2일판 엄마 없는 하늘 아래'가 됐습니니다. 김C는 존재감이 없는 듯 하면서도 가장 존재감이 컸기 때문에 그의 빈 자리가 당분간 무척 커보일 것입니다. 김C 하차를 위로하기 위해 준비된 경주 수학여행편은 눈물샘을 자극한 말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슬픈 이별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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