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프로의 범위는 도대체 어디까지 일까요? 이런 우문(愚問)을 하는 이유는 어제 방송된 <무한도전> ‘벼농사특집’이 예능 프로 그 이상의 모습으로 예능 프로의 새 지평을 열었기 때문입니다. 방송국 스튜디오와 농촌 마을에서 웃고 떠들며 밥해먹고 여행 떠나는 이른바 요즘의 리얼 버라이어티와는 달리 ‘벼농사특집’은 오락의 범위를 넘어선 다큐 프로 같은 예능을 선보였기 때문입니다.

어제 방송된 벼농사특집은 올부터 추진돼왔던 장기 프로젝트였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김태호PD가 비밀리에 추진해왔는데, 박명수가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프로그램에서 처음 알려졌습니다. 그러니까 기획, 준비단계까지 포함한 제작기간만 무려 1년이라네요. 단일 특집으로는 가장 긴 특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작기간만 보면 영화 한편을 제작하고도 남는 기간입니다.


‘무도’ 맴버들은 강화 용두레 마을에서 이장님께 부탁해 농지를 빌려 올해 4월 16일 논갈이부터 시작했습니다. 농사가 잘 돼도록 고사까지 지낸 후 의욕을 가지고 농사를 하려 했지만 농사짓는 것이 만만치 않아 최초 2,000평을 지으려던 과욕을 버리고 현실적으로 700평만 짓게 됐습니다. 사상 최초로
논갈이도 맴버들이 인간쟁기로 변신해 소 한 마리와 경쟁을 벌이는 진풍경을 연출했지만 너무 힘들어 트렉터를 이용했습니다. 맴버들이 소로 변신하면서까지 시청자들에게 농사의 어려움을 전달하려 애썼습니다.

4월 18일 볍씨를 무려 모판을 만들고 4월 21일에는 빈 논에 물을 댔으며, 23일에는 못자리내기 작업을 하는 등 농사일정에 따라 착착 진행됐습니다. 농번기때 맴버들은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직접 농사를 지으며 구슬땀을 흘렸는데, 방송 목적도 목적이지만 농사를 통해 땀의 의미를 체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마치 <체험 삶의 현장> 프로같지만 <무한도전>은 농사를 지어도 그냥 짓는 것이 아닙니다. 그 속에서 웃음과 재미, 감동을 한꺼번에 주기 때문에 다큐 같은 예능프로가 탄생하는 것입니다.

정준하가 한해 농사를 잘되게 해달라고 고사를 지낼 때 돼지머리로 변신하고, 소 한 마리와 벌이는 인간쟁기 실험, 맴버들이 원두막에 모여 흥겹게 대사습놀이를 즐기는데, 박명수가 ‘옹헤야’를 선창하며 유재석의 임신 사실을 예언하는 것, 새참내기배 씨름 등은 ‘무도’가 예능 프로기 때문에 재미와 웃음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에 나온 장면들입니다. 물론 ‘벼농사 특집’에 대해 재미는 없었다고 하는 시청자들도 있습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무도’가 추구하는 포맷은 재미와 웃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예능 프로기 때문에 오락적 본질을 지키돼 그 속에서 ‘공익’적 요소를 가미해 깔깔대고 웃다보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예능이 아니라 시청 후에 감동을 주려고 한다는 점이 여타 예능 프로와 다릅니다.


사실 예능프로에 ‘공익’ 요소를 가미한다는 것은 오락프로 본질상 쉽지 않은 일입니다. 방송을 볼 때 가끔 공익광고협의회에서 나온 광고들을 보게 되는데, 이런 공익광고를 보며 웃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무도’는 시청률을 의식해 재미와 웃음만 추구하지 않습니다. ‘벼농사특집’ 또한 재미와 웃음보다 국민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들어있는 공익 특집이었습니다. 옛날과 달리 농사짓기가 더욱 어려워졌고, 농민들이 농사지은 쌀 한 톨이 농민들의 눈물, 땀의 대가인지를 보여주려 한 것입니다.

또한 우리가 매일 먹는 밥이 식탁에 올라오기까지 농민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낸 결실이라는 것을 알면 함부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지 못할 것입니다. ‘벼농사 특집’을 통해 이것만이라도 국민들에게 전달됐다면 성공적인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벼농사 특집’은 지금까지 제작해온 ‘무도’ 특집과는 달리 다큐 공익 예능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연 의미있는 특집이었습니다.

Posted by 카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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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글쓴이 2009.10.18 18:01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그러니까 이른바 공익다큐예능을 무도가 이끌어간다는얘기군요. 태호피디가 15퍼센트대의 고정시청자믿고 이것저것 여러가지 실험이나 시도해보는건 좋은데 그시도가 여러번 반복되다보면 고정시청자마저 실망하고 돌아설가능성도 크죠. 그것도 생각해야되는데 조금 안타까운생각도 많이 들더군요. 무도시청률이 언제 이렇게까지 되버린건지 토요일예능시청률1위자리는 비록 같은방송사라그래도 세바퀴한테 빼앗긴지 오래되었고 동시간대 스타킹이나 천하무적토요일도 꿋꿋하게 치고 올라오는수준이죠. 뭔가 획기적인변화가 필요한시기아닌가싶더군요.

  2. 이러나 저러나 옆나라에서는 다 한 번씩 해본 것들이죠.
    옆나라는 이제 정치 토론까지도 버라이어티로 다루는데..

    • 정치토론이라뇨.. 2009.10.19 18:24  수정/삭제 댓글주소

      우리는 그것을 생각을 못해서 안하는게 아니지 않습니까..

    • ? 2009.10.19 18:26  수정/삭제 댓글주소

      어떤 나라에서 해봤죠?
      1년동안 녹화한걸 3여주에 걸쳐 방송한게 신선한게 아니란말입니까?

  3. 신선했습니다. 2009.10.20 03:37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KBS가 전두환시절 3S식으로 시사프로를 줄줄이 폐지하고 예능위주로만 편성을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우민화 정책을 펴고 있는 거죠. 거기에 맞게 이렇게 힘든 시기 모든 생각을 잊고 웃어보려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만 가고, 정말 TV는 바보상자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첫 등장으로 졸부들이 내려와서 땅을 땅투기 대상으로만 보고, 도대체 밥이 어떻게 생기는 건지, 전혀 모르는 도시촌놈들이 와서 농사를 아주 우습게 보고 시작하고.... 이게 우리나라 현실 아닙니까? 땅은 생명이요, 놓쳐서는 안될 아주 소중한 것인데, 우리들의 땅에 대한 인식이란 투기대상과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쉬운 거 이런 거 아닙니까?

    저는 무한도전이 우리의 이런 시선을 패러디하지 않았나 합니다. 패러디를 당하는 것을 아는 사람은, 불쾌할 것이고, 모르는 사람은... 웃었겠지요. 자신을 비웃는줄 모르고... 그래서 무한도전이 그 이름값을 한 것 같습니다.

    농업...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어 있고, 종래 생명과 직결되어 있는 것... 농업의 소중함을 그간 너무 모르고 지내지는 않았습니까?

  4. 무도광팬 으로써.. 2009.11.02 15:27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무도는 태생이 정형적이지 않았읍니다. 고정적이지 않다는 애기지요.
    매회마다 틀렸고 매회마다 신선했습니다.
    무도는 매회 실험적 이였고 매회 여러가지 시도를 했읍니다. 결과는 어땟을까요?
    네 보시는바와 같이 고정팬들을 만들었고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굳건히 달리고 있읍니다. 그들은 결코 고정적이길 원하지 않습니다. 고정 된다는건 정형화 된다는 거고 정형화되면 언젠가 시청자들이 싫증을 낸다는걸 그들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늘 혁명적이고 때론 포복절도하는 때론 날카로운 자막으로 매회마다 이슈를 이끌어내었습니다. 요번 벼농사 특집도 정말 신선했죠. 다른 프로에서는 엄두도 못내는 일을 그들은 해냈습니다. 전 무도가 정말 좋은 프로라고 느낍니다.
    무도의 영향을 받아서 다른 프로그램들도 많이 따라하는 상황 까지 왔죠.
    전 늘 무도를 응원합니다. 그들이 고정되지 않고 늘 신선하고 획기적이길 바랍니다. 그게 [[[ 무한도전 ]]] 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