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이 4년간 진행해왔던 KBS의 <스타골든벨>이 지난주 마지막 방송됐습니다. 그는 마지막 방송을 끝내면서 결국 눈물을 흘렸습니다. 녹화 3일 전에 하차통보를 받은 김제동이 억울한 면이 없겠습니까? 그는 마지막 방송에서 뭔가 복받친 설움과 감정을 절제하려 애쓰는 듯이 보였지만 끝내 눈물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함께 출연했던 게스트들도 눈물을 흘렸습니다.

<스타골든벨> 마지막 방송전인 지난 금요일(10월 16일)에 <오마이텐트>가 첫 방송됐습니다. 김제동이 진행하는 프로라 그런가요? 시청율이 10.7%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습니다. 파일럿 프로그램이라 11월 개편때 정규프로그램으로 편성될지는 MBC 편성국에서 결정할 일이지만 요즘 예능과는 달리 시청자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프로기 때문에 계속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요즘 예능은 유명스타들이 집단으로 출연해 억지웃음과 재미를 줄지 몰라도 왁자지껄한 분위기속에서 보고 나면 남는 것이 없이 공허한 느낌의 예능 프로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예능프로의 성격을 최근 7년 만에 캐나다에서 귀국한 개그우먼 이성미는 "수위도 세고 노출도 강하다. 그리고 독해지고 자극적이다. ‘대세’가 아닌 것은 재미없다고 치부해 버리는 요즘 세태가 안타깝다. 끝을 향해 달려가는 것 같은데 이것이 끝이라면 모두 무너지는 게 아닌가 싶다"며 비판을 했는데, 이런 예능 풍토 속에서 김제동의 <오마이텐트>는 가뭄 끝에 단비,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빵빵 터지는 예능도 좋지만 공감할만한 질문을 던지면서 생각하면서 볼 수 있는 프로였습니다.

방송시간도 한주간의 피로를 풀며 편안한 휴식을 할 수 있는 금요일 심야시간대인 점이 좋습니다.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여행 정보를 제공해주기 때문에 예능 프로지만 레저 컨셉을 가미하면 아주 좋은 프로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예능프로의 블루오션이 될 수 있습니다. 매일 연예인 신변잡기와 폭로전에 질려버린 버라이어티에 정말 좋은 프로가 나왔다 싶었습니다. 모든 예능들이 다 연예인들 위주의 프로로 진행된다면 그만큼 시청자들은 식상함을 느낄텐데, <오마이텐트>가 이런 식상함을 벗어나 사람 냄새를 맡게 해주었습니다. 마치 화학조미료를 섞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유기농음식을 먹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그림으로 치자면 한폭의 수채화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오마이텐트>는 게스트와 함께 1박2일 동안의 여행을 통해 그 사람의 소소한 면모를 들여다본다는 콘셉트입니다. 어떻게 보면 여행정보와 리얼 버라이어티를 추구하는 <1박2일>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만 맴버수가 다르고, 진행 방식도 다릅니다. <1박2일>은 여행중에 일어나는 좌충우돌 재미를 주지만 <오마이텐트>는 잔잔한 웃음뿐만 아니라 일상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주고 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방송을 보면서 흐믓한 미소가 떠나지 않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스타골든벨>에서 김제동이 외압으로 하차했다는 의혹이 강한 가운데, 파일럿 편성된 <오마이뉴스>를 보지 못한 일부 시청자들은 방송 후 보도된 <오마이텐트> 뉴스를 보고 답글로 김제동을 위로하자는 차원에서 무조건 시청해주자는 댓글도 많았습니다. 애석하게도 파일럿 프로라 그런지 몰라도 프로그램 시청자 게시판도 없습니다. 또한 드라마나 예능 프로가 첫 방송되면 악플이나 비판적인 글이 많은데, 김제동이 진행한 프로라 그런지 몰라도 악플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첫 방송된 <오마이텐트>는 금요일 저녁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예능프로가 될 수 있습니다. 게스트도 요란한 스타보다 생각이 있는 연예인을 초대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영화, 드라마, 앨범 등을 홍보하기 위해 출연하는 것은 일체 사양해야겠죠.

김제동은 연예인이지만 소탈하고 진솔합니다.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잘 살리면 <오마이텐트>는 의외로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습니다. 풋풋한 인심과 맑은 공기가 있는 강원도 살둔 마을 텐트촌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통기타를 치며 가을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우는 시간은 누구라도 한번쯤 해보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켰을 겁니다. 한마디로 사람 냄새나는 프로입니다.


김제동은 작가들이 써준 대본대로 억지로 웃기지 않고, 모든 것이 가식이 아니었기에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이런 것을 블랙코미디라고 하지 않을까요? 웃음 속에서도 슬픔이 묻어나오고, 슬픔 속에서도 잔잔한 웃음이 묻어나오는 프로가 바로 <오마이텐트>입니다. 앞으로 시끌벅쩍한 게스트가 아니라 김제동과 함께 시청자들에게 마음의 여유, 생각의 여유를 줄 수 있는 출연자와 함께 한다면 금요일 심야시간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시청자들은 김제동과 도란 도란 이야기하며 매주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합니다. 이 프로가 정착되면 김제동은 '함께 여행가고 싶은 연예인 1위'가 되지 않을까요? 모쪼록 김제동의 <오마이텐트>가 날로 독해져가는 예능프로 가운데 눈과 마음을 깨끗이 정화시켜줄 수 있는 예능의 블루오션이 되길 기대합니다.

Posted by 카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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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마이텐트 참 재미있게 봤습니다.. 김재동 작지만 참 커보이는 사람인거같습니다..^^ 카푸리님 멋진 하루되세요.^^

  2. 글쎄요... 2009.10.19 08:36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예능이 아니라 시사교양으로 적절한 시간대에 배치되었음하네요
    어짜피 예능 피디가 아닌 교양피디에....
    예능으로 갔다간 변질될 것 같기도 하구요

    굳이 예능일 필요는 없잔아요?
    인간시장이랑은 또 다른 저런 다큐도 괜찮으니까^^

  3. 훗훗..
    잔잔한 호수를 걷는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요즘 웬만한 오락프로가 넘 시끄럽고 요란하잖아요.
    단비같은 조용한 휴식처가 되준것같아 좋았습니다

  4. 김제동이기에 할수 있는 오마이텐트가 아니었나 싶네요. 보는 내내 웃음을 주지는 않았지만 편안하게 보고 웃을 수 있었어요. 바삐뛰어가느라 주위풍경을 놓쳐버리는 현실에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생각할 시간을 주는 느림이 좋았고 무엇보다 사람과의 소통이 있었기에 더 좋아보였어요. 오랜만에 보는 마음푸근해지는 예능이네요.^^

  5. 저역시 정규프로로 편성되기를 바랍니다.
    김제동씨 열심히 응원해주고 싶습니다.

  6. 김제동씨와 너무도 잘어울리는 프로이고 가식없는 모습들이 정겨웠어요. 앞으로 계속 볼수있게 해주세요.....

  7. 김제동씨를 응원하는 마음을 떠나서도 참 좋은프로그램의 향기가 나더군요~
    요즘 추세와도 잘 맞구요... 계속해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 가족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알찬 방송으로 자리잡아 주길 바랍니다~~

  8. 지나가던이 2009.10.19 14:09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오랜만에 가슴 따듯해지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역시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계신 거 같네요! 꼭 정규 편성되었으면 좋겠습니다~~

  9. 오호라 2009.10.19 14:14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유기농같은 프로그램이라는 저랑 똑같은 생각을 하셨군요 ㅎㅎ 심야시간대에 더 딱 맞고 정보가 될수있고 또 여유있는 여행을 함께 할수있을듯한 프로그램이었죠.
    얼결에 보게되었는데 참 좋더라구요. 홈페이지 찾아갔었는데 게시판도 없고 별게 없어서 놀랐다는.... 파일럿프로그램에서 얼른 정규프로그램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0. 저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꼭 정규편성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김제동씨가 몸에 맞는 옷을 입은 것 처럼 편안해 보여서
    보는 입장에서도 흐뭇한 마음이었습니다.

  11. 가우디 2009.10.19 15:36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저도 참 좋게 봤어요 잔잔하니 정말 한주가 마무리되기에 너무 흡족했던 프로그램인것 같아요... 스타골든벨에서의 그 힘겨움이 아닌 편안함이 보였습니다. 정규편성 되었음 좋겠어요...캠핑이란 것도 참 보기 좋더군요..

  12. 저도 우연히 오마이텐트 봤는데요,
    내용도 좋고 쉬어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차분하면서도 생각도 많아지고 느끼는 것도 많은
    좋은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정말 정규편성됐으면 좋겠네요.
    김제동씨의 소박한 모습이 정말 잘 맞아떨어지는 프로그램인 듯.

  13. 좋은글입니다. 추천!!!

  14. 당연히 1박2일과 다르죠 2009.10.19 18:29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교양프로그램이니까요...

  15. 호랑잡는거북 2009.10.19 18:38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저도 우연히 채널돌리다가 봤는데..
    엇 김제동이다! 재미없어도 의리로라도 봐야지.. 하며 시청했는데
    역시 그 소탈함이 더 와닿고..
    너무너무 좋았어요!!!! 정규편성 됐으면 좋겠네요

  16. 다 좋은데.. 2009.10.19 19:31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정말 고막아프게 떠들고, 게임하고, 잡다한말들이나 하고..
    그런거 없이 좋은데.. 정규편성되기는 문제가 있는게..

    이제 춥습니다..^^;;

  17. 김제동에게 참 잘 어울리는 프로인 거 같아요.
    정말 정규편성이 되었으면 좋겠군요. ^^

  18. 오마이텐트 밀어주기위해서 글남기려고 해도 마땅히 남길 자리가 없었는데..
    개인적으로 이런 프로 참 좋아하거든요.
    연예인답지 않게 참 소박하고 진솔한 제동씨한테 힘을 실어주고 싶은데..
    예전에 박상원씨가 진행하던 '아름다운 얼굴'이란 프로가 생각나더라구요
    물론 캠핑이라는 요소가 더해져서 마음은 물론 눈도 편안해지는 것 같아요
    꼭 정규편성되길 소망합니다.
    당장 이번주 금욜도 또 보고싶지만....

  19. 지금 맘고생하는 보람을 나중에 꼭 찾을 수 있을거예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