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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비평

트리플, 김연아 인기에 무임승차한 드라마

by 카푸리 2009.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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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로 피겨 스케이트를 소재로 한 <트리플>이 어제 1, 2회 연속으로 방송되었습니다. 이 드라마 제목 <트리플> 하면 떠오르는 게 있습니다. 바로 피겨의 ‘트리플 악셀 점프’입니다. 제목에서 연상되듯이 이 드라마는 방송전부터 '김연아의 인기에 묻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어제 첫 방송을 보니 예상처럼 역시 김연아를 염두에 두고 무임승차하려는 드라마 같았습니다.

김연아의 인기는 그녀가 경기를 하지 않고 있는 비시즌임에도 불구하고 CF와 연습장면 사진 하나만 보고도 열광할 정도로 아직 그 인기가 식을줄 모릅니다. 그만큼 '피겨'와 '김연아'란 단어만 들어가도 국민들은 기분이 좋습니다. 김연아와 피겨 인기를 등에 업을 경우 이 드라마는 당연히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정재가 첫방송을 앞두고 예상한 시청률 40% 기대와는 달리 <트리플>의 성공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습니다. 김연아 때문에 인기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김연아를 이용한다는 생각 때문에 오히려 시청자들이 외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첫 방송부터 이선균의 키스신으로 시선을 끌려고 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또한 피겨 드라마인만큼 김연아가 무명시절 빙상장에서 연습하면서 수없이 넘어지듯, 민효린 또한 넘어지고 또 넘어지면서 쌍코피까지 쏟는 오버 액션까지 연출합니다. 극중 피겨선수로 나오는 이하루(민효린) 집은 가정적으로 어렵고 불우합니다. 김연아가 중소기업을 하던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어렵게 피겨운동을 했듯이, <트리플>에서 민효린 역시 갖은 어려움을 다 이겨가며 피겨선수 생활을 합니다.

민효린은 가정형편상 선수를 포기하려 했지만 다시 피겨를 하고 싶어 서울로 가고 싶어합니다. 서울에는 광고회사에 다니는 신활(이정재)이 있습니다. 하루의 아버지(최백호)가 서울에거 가서 신활을 만나 하루가 서울에서 피겨연습을 하도록 돌봐달라고 하지만 신활은 냉정하게 거절합니다. 신활과 이하루는 배다른 의붓남매입니다. 그러나 이하루는 본격적인 연습을 위해 서울로 올라옵니다. 그리고 빙상 승급장에서 조해윤(이선균), 장현태(윤계상)을 만나 반가워하는데, 신활이 나타나 하루를 다시 지방으로 내려 보내려 합니다. 그러나 해윤과 현태의 도움으로 하루는 무작정 신활의 집에 짐을 풀게됩니다.

미니시리즈 <트리플>이 피겨 스포츠를 끌어들인 것은 피겨 인기에 묻어가려는 듯한 얄팍한 술수라고 보는 시청자들이 많습니다. 드라마 제작진 입장에서야 이왕 만든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외면 받고 싶지 않은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만약 김연아의 피겨 인기가 없었다면 극중 여자 주인공 이하루(민효린)가 피겨선수로 출연했을까요? 이왕이면 피겨보다는 발레리나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송 드라마가 김연아와 엮이는 것을 시청자들은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트리플>은 겉은 김연아의 인기를 등에 업고 그럴 듯 하게 포장해 놓았지만 막상 포장지를 뜯어보면 도의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의붓남매의 러브라인을 그려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게 되고, 또 이런 비난은 또 언론과 시청자들의 관심으로 이어져 결국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의 전철을 또 다시 재현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트리플> 제작진은 이런 점을 노리고 방송전부터 개략적인 드라마 전개 방향을 언론에 흘리며 시청자의 관심을 유도했습니다.

사실 의붓남매의 사랑이야기는 이미 수없이 써먹던 소재입니다. 즉, 소재 자체가 신선하지 않습니다. 이미 <아내의 유혹>에서 민소희가 피가 섞이지 않은 민건우를 사랑해 결혼까지했고, <미워도 다시 한번>에서도 박예진과 정겨운이 이복 남매지만 서로 사랑하다 결혼까지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트리플>을 연출하는 이윤정PD는 이미 동성애를 연상시키는 내용으로 화제를 뿌린 <커피프리스 1호점>을 만든 바 있어 이번 의붓남매의 멜로 라인도  논란이 될 만한 이야기지만 가볍게 연출할 듯 합니다. 충분히 나올만한 이야기인데 뭐가 문제냐 하는 식이면 이 드라마 앞으로 심각할 것입니다.

의붓남매의 사랑 이야기는 일본 애니에도 많이 나오는 스토리입니다. 일본 만화를 좀 본 사람들이라면 의붓남매의 사랑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정서와 한국의 정서는 다릅니다. 일본 만화에 익숙한 사람들은<트리플>을 보면 '일본 만화 복제판이네' 하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의붓남매라 해도 법적으로는 남매기 때문에 혼인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러브 라인을 연출하는 것은 시청률을 의식한 것이라고 불 수 밖에 없습니다.

<트리플>은 김연아에 묻어간다는 인식을 어떻게 빨리 지우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됩니다.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하는 피겨퀸 김연아가 흘린 땀과 눈물을 국민들이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여기에 무임승차하는 것을 국민정서상 용납이 안됩니다. 모 케이블 방송에서 김연아 선수처럼 되기 위해 피겨연습을 하고 있는 가수 솔비가 팬들에게 많은 비난을 받은 것은 김연아의 인기를 거저 얻으려했기 때문입니다. 왜 하필 이 시기에 솔비가 피겨를 연습해야 하는지, 살을 빼려면 헬스나 요가,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하는데 피겨를 연습한다는 것이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이라고 해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제작진이 밝힌 기획의도를 보니 '피겨 요정이야기'라며 여주인공 이하루(민효린)가 하루 12시간이 넘는 고된 훈련을 매일 반복하며 홀로선 아이스링크에서 힘겹게 꿈을 쫓아 나간다고 했습니다. 기획의도를 놓고 보면 김연아가 유명세를 타기 전 연습과정을 그대로 묘사해 놓았습니다. 그래서 김연아의 피겨 인기를 그냥 날로 먹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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