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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돋보기

지상 6층의 노대통령 분향소를 가보니

by 카푸리 2009.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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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대통령의 국민장이 내일(29일)입니다. 지난 23일 서거하신후 봉하마을은 물론 전국 각지의 분향소에는 추모 인파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추모 열기는 날이 갈수록 더욱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어디를 가나 적게는 몇 분에서 많게는 몇 시간을 기다려야 분향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다리는 사람은 커녕 분향을 하는 사람도 없고, 맞이하는 사람도 찾아보기 힘든 곳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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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분향소 하면 1층에 마련되는 것이 통례인데, 경기도 성남시청 앞
○빌딩에 마련된 분향소는 지상 6층에 있습니다. 길을 가다가 분향을 하려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까지 올라가야 합니다. 정말 노대통령을 사랑했고 아무리 바빠도 꼭 해야겠다는 사람이 아니면 6층까지 올라가 분양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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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 6층까지 올라가야 하는 노대통령의 분향소에 과연 사람이 찾아올까?)


필자가 한번 올라가봤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분향하는 시민들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노대통령 영정(밀짚모자를 쓴 스냅사진을 확대)을 모셨다 해도 6층에서 분향객을 맞는 노대통령의 마음도 그리 편해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 나이 40이 넘었는데, 지금까지 분향소가 지상 6층에 있는 것은 처음 보았습니다. 해당 건물은 1층이 은행이며 나머지 층들도 사무실 등으로 쓰이고 있어 지상 1층에 분향소를 마련할 공간이 없어서 부득이하게 6층이나마 분향소를 마련한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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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청 바로 앞 ○○빌딩 6층에 마련된 노무현대통령의 분향소인데 분향하는 사람이 없다.)


이곳은 성남시청 바로 앞입니다. 성남시청에는 분향소가 마련돼 있는지 전화로 문의했더니 별도의 분향소는 없다고 합니다. 분향소가 없는 이유는 설치 공간이 없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청사가 좁다해도 분향공간 하나 마련할 공간이 없다니 참 이해가 안갔습니다. 정말 공간이 없다면 청사내 주차장 공간에 임시 천막이라도 쳐서 분향객을 맞이하면 어떻습니까? 그래도 지상 6층까지 올라가는 것보다 훨씬 나을 것입니다. 분향소가 화려하고 호화스러운 것은 노대통령도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분향소에 진심으로 대통령을 사랑하는 사람이 온다면 그걸로 족합니다.


성남시는 청사내 공간 부족으로 지난 25일 뒤늦게 성남공설운동장내 인라인롤러 경기장에 분향소를 마련했습니다. 공설운동장을 가려면 일부러 버스 타고 가야하는데, 서민들이 많은 성남 구시가지 특성을 감안할 때 공설운동장까지 가서 분향할 시민은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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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6층에 마련된 분향소보다 차라리 인도에 천막을 치고 간이분향소를 마련하는 것이 좋겠다.)

내일 국민장이 끝나도 노대통령의 추모 열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노대통령의 고향 봉하마을에 간 추모객, 대한문에 모인 추모객 그리고 시내 인도에 천막을 친 곳에 간 추모객 모두 마음은 하나입니다. 그 마음을 담기 위해 마련된 분향소라고 하기에는 시민들과 너무 멀어보이는 지상 6층의 분향소는 썰렁하다 못해 을씨년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성남시 민주당 지부에서 준비한 분향소인데, 시민들의 편의를 고려해서 차라리 빌딩앞 도로에 천막을 치고 분향소를 마련하는 것이 좋을듯 합니다.

이효선 경기 광명시장이 시민단체가 설치한 노대통령의 분향소를 '철거하라'고 해 국민들의 공분을 산데 이어 이번에는 이대엽 성남시장이 노대통령의 분향소를 찾아 구두를 벗지 않은채 분향을 해서 또 물의를 빚었습니다. 이 시장은  지난 26일 '노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를 100만 성남시민과 함께 애도한다'고 했는데, 정말 노대통령을 위해 조문을 온 것인지 아니면 그냥 체면치레로 온건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무례한 조문이라면 안한만 못합니다. 신발을 신고 조문하는 사진을 보니 해도 너무 합니다.

(이대엽 성남시장이 성남공설운동장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구두를 신은채 분향하고 있다. 사진은 노컷뉴스)


성남시장은 시청앞에 있는 지상 6층의 노대통령 분향소에 분향하지 않고 굳이 시청에서 멀리 떨어진 중원구 공설운동장내 분향소까지 갔습니다. 시장이 가니 시청 직원들도 많이 따라갔을 것입니다. 공설운동장내 모셔진 노대통령, 시청앞 6층에 모셔진 노대통령 모두 똑 같은 우리의 노무현대통령입니다. 굳이 공설운동장까지 가시지 말고 지상 6층에 마련된 분향소에 가셔도 되는데, 아까운 기름낭비, 시간 버리며 구둣발 조문 무례로 가뜩이나 슬프고 힘든 국민들을 더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이승을 떠나려는 노대통령이 이대엽성남시장의 조문인사를 받아줄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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