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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좋아

조선 왕실의 안녕을 빌던 천년고찰 흥국사

by 카푸리 2024.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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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장마는 아주 길고 지루했습니다. 장맛비가 끝나고 본격적인 휴가철로 접어들었는데요, 저는 복잡한 휴가지보다 조용한 산사에서 즐기는 불()캉스를 떠났습니다. 남양주시는 사찰이 많은데요, 그중 덕능마을에 있는 흥국사로 갔습니다.

흥국사는 덕능마을에 있는데요, 사찰 입구에 대한 불교 조계종 흥국사라 쓰인 화강암 안내석이 있고, 대학 수능 백일기도 현수막도 걸려 있습니다.

차량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일주문이 반겨줍니다. 일주문에는 한문으로 興國寺라고 적혀 있습니다. ‘나라를 흥하게 하는 사찰이란 뜻인데요, 조선 왕실에서 이렇게 깊은 산속에 사찰을 세운 까닭이 조선 왕실의 안녕을 빌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장맛비가 그치고 햇빛이 강렬하게 비쳐 남양주시에 폭염주의보가 내렸던 날에 갔는데요, 이날 한낮 기온이 35도를 오르내렸습니다. 오랫동안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주차장 땅이 파인 흔적이 있습니다. 주차장은 넓어서 주차에 어려움은 없습니다.

주차장에서 사찰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대방(大房) 전각이 보입니다. 흥국사 전각들은 전각마다 안내판이 잘돼 있는데요, 대방은 등록문화유산으로 1878년 무렵 건립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146년 된 건물입니다.

대방은 염불 수행 공간과 누각, 승방, 부엌 등의 부속 공간이 함께 있는 독특한 형식의 복합 법당입니다. 기존의 전통적 방식을 벗어나 사찰의 여러 기능들을 통합하여 경제성과 합리성을 고려해 만든 전각입니다.

날씨가 너무 더워 대방 마루에 걸터앉아 잠시 쉬었습니다. 수락산 아래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산바람과 푸른 초목을 보며 쉬니 이것이 진정한 불캉스가 아닐까요?

흥국사를 시계 방향으로 들어보는데, 종무소 옆에 기와불사가 있습니다. ‘기와불사는 사찰에서 건물 축조 등을 위해 신자와 관광객에게 소정의 금액을 받고 기와를 제공하는 것을 말합니다. 기와 한 장을 시주한 공덕은 집 없는 과보를 면하게 하고 지은 죄업을 없애주고 소원을 이룬다니 로또복권보다 낫네요.

종무소 안쪽으로 들어가면 영산전이 있습니다. 영산전은 여러 부처와 보살을 모시고 종교의식을 치르는 불전 중 하나입니다. 건물 기둥에는 세로로 흥선대원군의 글귀가 새겨져 있습니다. 이런 글귀를 주련(柱聯)이라고 합니다.

영산전 내부는 불단 앞쪽에 두 마리의 용 장식을 두면서 천장에 학과 연꽃, 쌍희자(큰 기쁨과 경사를 상징하는 글자)를 그려 놓아 장식하였습니다. 불상 위에 설치한 집 모양의 닫집은 적멸궁과 내원궁이 있는데요, 여기서 내원궁은 궁궐의 왕의 어머니와 왕비가 있는 곳을 가리키는 말로 흥국사 영산전이 왕실의 복을 빌기 위한 장소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산전 안내판 참조)

영산전 오른쪽에 대웅보전(문화재자료 제56)이 있습니다. 어느 사찰에나 있는 대웅전(대웅보전)은 사찰의 중앙에 있죠. 대웅보전은 대웅전의 격을 높여 부르는 말로 석가모니 불상을 모시는 사찰의 가장 중심이 되는 건물입니다.

대웅보전 앞에 있는 안내판을 보니 흥국사는 조선의 14대 임금 선조의 부친인 덕흥대군의 명복을 빌기 위해 왕실에서 후원한 곳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덕흥대원군의 묘가 흥국사 인근에 있습니다. 지붕 위 5개의 조각상은 궁궐에서도 특히 중요한 건물에만 올리던 특수 기와의 한 종류라고 하네요.

대웅보전 내부에는 경기도 유형문화재 목조석가삼존불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가운데 석가불을 중심으로 왼쪽은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 오른쪽에는 불교의 진리와 수행의 덕을 맡아보는 보현보살이 석가불을 보좌하고 있습니다. 제가 갔을 때 스님이 염불을 드리고 있었는데, 청아한 목탁 소리가 마음을 정화시키는 듯했습니다.

대웅보전 오른쪽에 시왕전입니다. 시왕전은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253호로 목조지상보살삼존상 및 시왕상이 있는데요, 흥국사는 유형문화재가 참 많은 곳이네요. 시왕상(十王像)은 지옥에서 망자의 죄를 심판하는 염라대왕 등 10인 왕의 형상인데요, 그래서 그런지 조금은 무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왕전 뒤로 독성전이 있습니다. 기와지붕 구조로 된 작은 전각인데요, 독성전에는 나한 가운데에서 신통력이 가장 뛰어나다는 나반존자가 봉안되어 있습니다.

독성전에서 내려다보니 영산전과 대웅보전 건물 뒤편이 보입니다. 대웅보전 벽 옆에 의자 하나가 놓여 있는데요, 이곳에 앉아 있으니 시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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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성전 오른쪽에 만월보전(滿月寶殿)이 있는데요, 이곳에 약사보살이 모셔져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보살이 참 많은데요, 그중에서 약사보살은 중생의 질병과 고통을 없애준다는 부처님입니다. 저도 불자는 아니지만 약사보살에게 건강을 기원하며 두 손을 모았습니다.

만월보전 뒤편에 단로각(丹露閣)이 있습니다. 다른 사찰은 산신각이라고 하는데요, 백발노인 산신의 모습으로, 산의 소나무를 배경으로 선녀나 동자, 호랑이와 함께 있는 그림이 있습니다.

단로각에서 계단을 오르면 흥국사 탑이 있습니다.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203) 여기는 안내판이 없어서 탑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수 없으나 경주 불국사 다보탑처럼 아주 세련되고 정교하게 조각된 탑이었습니다.

누가 가져다 놓았는지 탑 앞에 의자가 놓여 있습니다. 의자에 앉으니 흥국사 경내가 한눈에 보입니다. 한여름 푸르른 초목들을 품고 있는 사찰을 보며 일상에서 힘들었던 순간들을 모두 내려놓고 잠시 의 시간을 갖습니다.

제가 2년여 만에 가봤더니 흥국사에 새로운 전각 나한전이 생겼습니다. 안내판을 보니 이곳에 소조 석가여래 삼존 좌상 및 16 나한상이 있다고 하는데요, 스님이 오랫동안 염불을 드리고 있어서 안은 구경하지 못했습니다.

흥국사 범종각은 사찰 구석에 있습니다. 앞에 승합차가 있어서 정면 사진은 찍지 못했는데요, 내부에는 범종, 법고와 목어가 있습니다. 범종이 울리면 수락산 일대를 쩌렁쩌렁하게 울리겠는데요, 남양주시의 발전과 시민의 안녕을 빌겠죠?

마지막으로 덕혜당입니다. 이곳은 스님과 불자들이 공양하는 곳인데요, 저도 이곳에서 공양을 한번 받은 적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의 공양을 위해 가마솥 자리가 세 개나 되는데요, 점심시간이 지난 지라 이날 공양은 받지 못했습니다.

흥국사는 신라 진평왕 21(599) 원광법사가 창건하였으며 처음에는 절 이름을 수락사(水落寺)라고 하였는데 이후의 내력은 전해지는 것이 없으며 조선 선조 1(1568)에 나라에서 덕흥대군의 원당(願堂)을 짓고 흥덕사(興德寺)로 바꿨다가 인조 4(1626)에 중건하면서 현재의 이름으로 고쳤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수락산 자락 아래에 있는 남양주시 흥국사를 소개해드렸습니다. 흥국사는 천년고찰로서 지금까지 역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이해 복잡한 곳을 꺼리신다면, 흥국사에서 불캉스를 즐기며 마음을 정화시켜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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