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이제 여름입니다. 한낮 기온이 35도를 웃돌아 낮에는 외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위가 식혀지는 밤에 나들이하면 좋겠죠. 그럼, 어디가 좋을까요? 요즘 화성행궁은 ‘달빛화담’ 컨셉으로 야간 개장을 하고 있습니다. 밤 9시30분까지 휘영청 달 밝은 밤에 화성행궁을 산책할 수 있습니다.
제가 갔던 날 일몰이 저녁 7시 55분입니다. 일몰 후 30분 정도 지나야 어두워지는데요, 저는 8시쯤 아내와 화성행궁에 도착했습니다. 많은 관광객이 신풍루 앞에서 인증사진을 찍으며 화성행궁 야간개장을 즐겼습니다.
화성행궁은 건물이 참 많습니다. 가장 먼저 반겨주는 것이 신풍루(新豊樓)입니다. 화성행궁의 정문입니다. 신풍(新豊)이란 ‘임금님의 새로운 고향’이란 뜻입니다. 제가 저녁 8시 넘어 입장했는데요, 행궁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습니다.
신풍루를 지나니 좌익문 앞에 ‘달빛화담 화성행궁 야간 개장’ 장식물이 있습니다. 이곳이 화성행궁 야간 개장의 포토존입니다.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사진을 찍습니다. 화성행궁은 낮에도 좋지만, 달빛이 비치는 밤에 더 운치가 있습니다.
저는 화성행궁 좌측부터 시계 방향으로 관람했는데요, 먼저 들른 곳은 비장청(裨將廳)입니다. 제가 갔던 날 사진 동호회에서 야간 촬영을 하러 나왔습니다. 비장청은 고을 수령을 보좌하는 비장(裨將)들이 근무하는 건물입니다. 화성 유수(지금의 수원시장)는 정2품 당상관이어서 여러 명의 비장을 두었습니다.
조선 정조 19년(1795)에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치를 때 비장은 음식을 차리는 일을 비롯해 행사의 모든 절차를 담당했습니다. 비장청은 유수를 보좌하는 업무 성격에 맞게 고을 수령이 공무를 처리하는 건물인 동헌(봉수당) 가까이 두었습니다.
비장청 옆에는 사무를 담당하던 서리청, 행궁을 지키던 군사들이 근무하던 남군영 등의 건물이 있는데요, 옛날 부잣집 행랑채처럼 대문 옆에 있습니다. 모든 건물 앞에 안내판이 있어서 건물의 용도를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서리청 밖으로 나가니 둥근 보름달이 있습니다. 작년에 갔을 때는 신풍루를 지나면 바로 보였는데요, 이번에는 비장청 옆에 두었네요. 올해는 둥근 보름달이 두 개인데요, 하나는 낙남헌 앞에 있는데, 이곳에 관람객이 더 많았습니다. (나중에 소개할게요.)
좌측 건물에서 중양문(中陽門) 앞으로 나왔습니다. 중양문은 궁궐 건축의 삼문 설치 형식에 따라 행궁의 정전인 봉수당을 바로 앞에서 가로막아 굳게 지키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중양문으로 가는 길옆에는 왕실에서나 볼 수 있는 등이 세워져 있습니다.
중양문을 지나면 대궐 같은 큰 건물이 나오는데, 봉수당(奉壽堂)입니다. 봉수당은 화성행궁에서 가장 위상이 높은 건물입니다. 앗! 그런데 올해는 공사 중이라 가림막을 설치해놓았네요. 저는 매년 봤기 때문에 서운하지는 않았습니다.
봉수당 옆에 경룡관(景龍館)이 있습니다. 장락당(長樂堂)으로 들어가는 대문 상부에 지은 다락방 같은 건물입니다. 경룡관 안으로 들어가면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위해 차린 회갑 잔칫상을 볼 수 있습니다. 혜경궁 홍씨의 회갑상은 어떻게 차려졌을까요?
장락당 옆에 차려진 혜경궁 홍씨의 회갑 잔칫상입니다. 저 어릴 때 마을 어르신 회갑 잔칫상과 비슷합니다. 떡과 전, 고기, 잡곡밥 등이 있는데요, 잔칫상 옆 설명문을 보니 음식이 70종이라고 합니다. 정말 푸짐하게 차렸습니다. 주인공이 혼자 먹는 게 아니고 잔치에 온 사람들과 함께 나누어 먹었겠죠.
조선 정조시대 임금의 수라상은 어떨까요? 이번에 가보니 복내당 옆에 수라상이 차려져 있습니다. 임금에게 올리는 밥을 ‘수라’라고 하죠. 수라상은 아침저녁 하루에 두 번 올리는데, 기본 음식 외에 12가지 찬품이 준비된다고 합니다. 수라 중간에는 간편한 죽과 미음, 다과를 올렸습니다.
이 건물은 낙남헌(洛南轩)인데요, 화성행궁에서 공식 행사나 연회를 열 때 사용하던 건물입니다. 일제강점기에도 훼손되지 않고 원형 그대로 보존된 건축물입니다. 정조는 1795년 낙남헌에서 수원의 백성들을 위해 잔치를 베풀고, 무과시험을 치르고 상을 내리는 등 다양한 행사를 열었습니다.
낙남헌 앞에도 둥근 보름달 포토존이 있습니다. 그리고 앞에 토끼들이 있는데요, 달에서 토끼가 뛰쳐나왔나요? 많은 사람이 보름달과 토끼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네요.
이번에 가보니 우화관(于華觀)을 새로 개관했는데요, 이로써 화성행궁이 완전한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안내판을 읽어보니 우화관은 화성유수부의 객사입니다. 내부에는 우화관의 옛 모습, 안내판과 자료, 동영상이 상영되고 있습니다.
우화관 앞에 화려한 연꽃 한 송이가 만개했습니다. 봉수당이 공사 중이라 아쉬웠는데, 곳곳에 이런 볼거리가 많고, 조명을 잘해놓아서 그 어느 해보다 화려합니다. 이곳도 많은 사람이 사진을 찍으며 달빛화담을 즐겼습니다.
제가 화성행궁을 낮에도 밤에도 여러 번 가봤는데요, 이번에 처음으로 아주 오래된 느티나무를 봤습니다. 화성 성역 이전부터 있던 600년 이상 된 느티나무입니다. 화재로 인해 훼손되었지만, 2003년부터 나무 살리기 작업을 통해 현 상태를 유지한다고 합니다. 이 나무가 수원의 발전을 지켜본 역사의 증인이 아닐까요.
다음은 화령전으로 가보겠습니다. 화령전 안에 운한각이 있는데요, 이곳에 정조의 초상을 볼 수 있습니다. TV 등 사극에서 이산으로 나온 정조의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제가 줌으로 당겨서 촬영했습니다. 어떤가요, 아주 잘 생기지 않았나요? 정조는 수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데요, 수원을 신도시로 개발하면서 만든 것이 화성행궁입니다. 화성행궁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발돋움했죠.
제가 저녁 8시쯤 달빛화담을 보러 들어갔었는데요, 약 1시간쯤 돌아보고 중양문으로 오니 화려한 조명이 비추고 있었습니다. 제가 최근 5년 동안 화성행궁 야간개장을 보러 갔었는데, 가장 화려한 볼거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수원 화성행궁은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 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는 곳입니다. 제가 소개한 것은 일부에 불과합니다. 많은 건물이 있는데요, 아이들이 오면 곳곳에 스탬프를 찍으며 역사 공부도 할 수 있습니다. 여름밤에 가족과 함께 화성행궁에 와서 조선 시대로 역사 여행을 하며 달빛화담을 나눠보시면 어떨까요?
☞ 화성행궁 달빛화담 야간 개장
관람 기간 : 2024.5.3.(금) ~ 10.27.(일) 기간 중 매주 금~일요일(공휴일 포함)
※ 월~목요일은 화성행궁 야간 개장 미운영
관람 시간 : 18:00~21:30 (21:00 매표 및 입장 마감)
입장료 : 성인 1천 5백 원, 청소년 또는 군인 1천 원, 어린이 700원
화성행궁 달빛화담 안내 페이지 https://www.swcf.or.kr/?p=260
☞ 화성행궁 공영주차장(24시간 운영)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25
1회 주차요금 최초 30분 400원, 30분 초과 10분마다 200원 추가
1일 주차요금은 7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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