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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좋아

남양주시 사릉 숲길을 걸으며 부부의 소중함을 느껴보세요!

by 카푸리 2024.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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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남양주시에 두 개의 조선 왕릉이 있습니다. 세조와 정희왕후가 함께 묻힌 광릉, 조선의 마지막 왕 고종과 그의 명성황후가 묻힌 홍유릉이 있습니다. 두 무덤 모두 왕과 왕비가 함께 묻힌 합장묘입니다. 왕뿐만 아니라 조선 단종의 비 정순왕후가 홀로 묻힌 사릉(思陵)도 있습니다. 오늘은 사릉과 왕릉 숲길을 함께 소개하겠습니다.

사릉에 가면 조선 왕릉 세계 유산이라고 쓰인 유네스코 등재 기념비가 있습니다. 내용을 보면, 조선 왕조는 1910년까지 519년 동안 27대에 걸쳐 왕과 왕비를 배출하였습니다. 왕과 왕비의 무덤인 조선 왕릉은 남북한에 총 42기가 있습니다. 이중 북한에 제릉(태조의 왕비 신의왕후 묘)과 후릉(정종의 묘) 2기가 있습니다.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냈는데요, 남양주시민은 50% 할인해서 500원입니다. 정문을 지나면 좌측에 안내 창구가 있는데, 이곳에서 QR코드로 티켓을 확인합니다. 또한 장애아를 위한 휠체어 등이 있는데요, 사릉은 능까지 평지여서 장애인도 쉽게 갈 수 있습니다.

능으로 들어서면 우거진 녹음이 보입니다. 새소리도 들리고 사계절 푸르른 소나무가 반겨줍니다. 오랜만에 피톤치드 마음껏 마시며 걸어갑니다.

정문에서 조금 걷다 보면 사릉이 나옵니다. 홍살문이 가장 앞에 있고요, 언뜻 보면 왕릉처럼 보이지만, 단종의 비 정순왕후가 홀로 잠든 능입니다.

왕도 아닌데 왜 능이라고 했을까요? 정문 안내 창구에 사릉 팸플릿과 <조선 왕릉과 왕실 계보> 안내 책자를 무료로 받을 수 있는데요, 왕릉 탐방에 도움이 됩니다.

문화재청의 <조선 왕릉과 왕실 계보>에 따르면, 조선시대는 신분에 따라 왕실 무덤을 분류했습니다. ()은 왕과 왕후, 황제와 황후의 무덤입니다. ()은 왕의 사친(왕의 후궁이나 종친)과 왕세자·왕세자빈, 황태자·황태자비의 무덤입니다. ()는 폐위된 왕, 그 외 왕족과 일반의 무덤을 말합니다.

사릉은 홍살문 뒤로 향로와 어로, 정자각, 능침이 있고, 정자각 좌우로 수복방과 수라청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왕릉과 비슷하지만, 규모는 작습니다.

정순왕후는 어떤 비일까요? 입장할 때 받은 팸플릿과 안내판에도 잘 나와 있습니다. 사릉은 조선 제6대 단종(1441~1457, 재위 14521455)의 왕비 정순왕후(定順王后, 1440~1521)의 능입니다. 정순왕후는 15세에 왕비가 되었다가 18세에 단종과 이별하고, 부인으로 강등되어 평생을 혼자 살아가야 했던 불운한 왕비입니다.

단종은 1457(세조 3)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물려주고도 단종 복위 사건으로 인해 영월로 유배되어 17세에 억울한 죽음을 맞았습니다. 단종이 세상을 떠나자 정순왕후는 정업원(왕실 여인들이 출가해 수도하던 절)에서 생활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매일 아침저녁으로 산봉우리에 올라 단종의 유배지인 영월을 향해 통곡했다고 하네요.

정순왕후는 1521(중종 16)82세로 세상을 떠났고, 1698(숙종 24)에 정순왕후로 복위되었습니다. 한 많은 삶을 마감하고 남양주시 사릉에 편히 잠들어 있는 정순왕후 능을 보니 권력의 무상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노산군(魯山君)으로 강봉되었던 단종은 1698(숙종 24) 11월 단종으로 복위되었습니다. 이때 정순왕후도 복위되었으며, 무덤은 사릉(思陵)이라는 능호를 받았습니다. 사릉은 '평생 단종을 그리워했다'라고 하여 내려진 능호라고 합니다.

정자각 우측에 비각이 있습니다. 비각은 비석이나 신도비를 세워둔 곳입니다. 신도비는 능 주인의 업적을 기록한 비석입니다. 비문에는 한문으로 朝鮮國 定順王后 思陵(조선국 정순왕후 사릉)’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어느 왕릉이나 그렇지만 사릉도 관리상의 문제로 오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정자각 뒤에서 당겨서 촬영하였습니다. 소나무 숲을 병풍 삼아 정순왕후가 편안히 잠들어 있습니다. 제가 갔던 날 잔디 깎기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능이 깔끔해 보입니다.

<조선 왕릉과 왕실 계보> 안내 책자에 보면 정순왕후 송 씨가 단종의 비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단종은 재위 기간이 불과 3년 정도입니다. 이렇게 짧은 기간 동안 왕으로 있다가 영월에서 죽음을 맞이한 단종과 그의 비 정순왕후의 삶이 안타깝네요.

사릉을 뒤로 하고 조선 왕릉 숲길로 갔습니다. 숲길은 홍살문 왼쪽부터 시작됩니다. 요즘 초여름으로 접어들어 무척 더웠는데요, 울창한 소나무 숲길을 걸으니 더위가 싹 가시는 기분입니다.

사릉 숲길 개방은 매년 두 차례 개방합니다. 안내판을 보면 개방 기간은 516~630, 91~1031일입니다. 개방 시간은 09:00~17:30까지입니다.

제가 방문했던 시간이 오전 930분이었는데요, 평일이라 그런지 관람객은 많지 않았습니다. 저는 아내와 숲길을 걸었는데요, 오붓하게 데이트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조금 오르니 언덕길 초입인데요, 숲길 개방 기간이 아니라면 출입할 수 없는 지역입니다. 숲길 개방 구간 외에 출입 금지 구역은 절대 들어가지 말아야 합니다. 반드시 개방된 길만 이용해야 합니다. 다른 길로 가면 뱀 등 야생동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사릉 숲길은 편도 768m로 길지 않습니다. 왕복해도 약 1.5km니까요. 왕복으로 사부작사부작 갔다 와도 1시간이면 충분합니다. 황톳길이라 걷기 좋아서 더 걷고 싶다면 몇 번 왕복해도 됩니다. 누가 뭐라 할 사람 아무도 없으니까요.

저는 아내와 함께 사릉 숲길을 걸었습니다. 걷는 동안 아내에게 정순왕후의 일생을 얘기해주었더니 아내가 참 가슴 아프다고 하네요. 얼마나 단종을 생각했으면 사릉이란 능호가 내려졌을까요? 사릉 숲길을 걸으며 부부의 소중함을 느꼈습니다.

정순왕후는 단종이 일찍 승하해 슬하에 소생이 없습니다. 그래서 단종의 누이인 경혜공주가 경기도 양주 군의 시가(媤家) 묘역에 묘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사릉 숲길 주변에 범상치 않은 무덤들이 많습니다. 사릉 뒷산은 해주 정씨 선산이라고 합니다.

숲길 중간에 이렇게 나무로 만든 데크가 있습니다. 이렇게 좋은 곳이 또 있을까요? 여기서 소나무 숲을 바라보며 잠시 쉬어갑니다.

이런 숲길을 걸으면 다른 길에 비해 왜 힘들지 않을까요? 피톤치드 때문입니다. 피톤치드는 식물이 병원균, 해충, 곰팡이 등에 저항하려고 분비하는 천연 항균 물질입니다.

특히 소나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데요, 시기적으로 나무가 잘 자라는 초여름과 늦가을이 적기라고 합니다. 하루 중에는 오전 10~12시 사이에 가장 왕성하게 나옵니다. 그래서 제가 오전에 사릉을 방문한 거죠.

숲길을 나오면 사릉역사문화관이 있습니다. 규모가 크지는 않은데요, 단종을 향한 정순왕후의 그리움이 가득한 자료들이 있습니다. 사릉 방문 시 꼭 한번 들러보세요.

소나무 숲길 끝에 재실(齎室)이 있습니다. 재실은 제례(제사)를 준비하는 공간입니다. 안내판 설명을 보니 평상시에 능참봉(9)이 근무하며 능을 관리하며 지키는 장소입니다. 재실은 제사를 지내는 엄숙한 곳이라 단청하지 않았습니다.

재실 담장 옆에 앵두나무가 있습니다. 빨간 앵두가 탐스럽게 익었습니다. 앵두가 아무리 맛있게 보여도 채취하거나 따 먹어서도 안 되는 건 다 아시겠죠.

조선 왕릉은 조선시대 왕과 비가 영면하고 있으며, 현재도 후손들이 제향과 참배를 지내는 경건한 공간입니다. 숲길은 아무리 길이 좋아도 맨발 보행은 금지하고 있으며, 인화물질 소지 및 흡연 행위도 금지입니다.

지금까지 사릉과 왕릉 숲길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사릉 숲길 개방은 630일까지입니다. 이번에 가지 못하면 91일 개방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단종을 향한 사무치는 마음을 간직한 채 고이 잠든 정순왕후가 묻힌 사릉 숲길을 걸으며 부부의 소중함을 느껴보시는 건 어떨까요?

☞ 남양주시 사릉 숲길
경기 남양주시 진건읍 사릉로 180
개방 기간 : 5.16()~6.30() 09:00~17:30
(휴관일 : 매주 월요일)
관람료 : 성인 기준 1천 원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은 문화의 날로 무료)
문의 02) 573-8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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