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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좋아

천년고찰 봉녕사의 한여름 풍경

by 카푸리 2023.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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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수원시는 사찰이 많은데요, 그중에서 봉녕사는 비구니 사찰입니다. 저는 시간이 날 때마다 봉녕사를 찾곤 하는데요, 계절마다 다른 풍광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죠. 봄에는 매화와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는데요, 여름에는 어떤 모습일까요? 도심 속 천년고찰 봉녕사의 여름 풍경을 보러 갔습니다.

봉녕사는 여느 사찰처럼 일주문이 가장 먼저 반겨줍니다. 일주문에는 한문으로 光敎山奉寧寺’(광교산봉녕사)라고 적혀 있습니다. 일주문 옆으로 도로가 있어서 일주문을 지날 일이 없는데요, 저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와서 속세의 찌든 때를 씻는 마음으로 두 손을 합장한 후 일주문을 지났습니다.

일주문을 지나면 왼쪽에 주차장이 있습니다. 수원의 다른 사찰과 다르게 주차장이 아주 넓습니다. 주차장은 아스팔트가 아니라 맨땅으로 되어 있습니다. 제가 평일에 갔는데도 많은 사람이 봉녕사를 찾아 주차장에 빈자리가 많지 않네요.

주차장 옆에 아담한 텃밭이 있네요. 호박, 고추, 상추 등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텃밭 안내판에는 스님들이 드실 채소입니다.’라는 안내판이 있습니다.

텃밭을 지나 봉녕사를 향해 천천히 걸어갑니다. 경내로 진입하는 도로는 차단기가 설치되어 있고요, 일반 차량 출입은 되지 않으니 이점 참고하기를 바랍니다.

봉녕사로 가는 길은 녹음이 짙습니다. 도심 속 사찰이지만 이 모습만 봐서는 깊은 산속 사찰 같죠. 사실 도심으로 발달하기 전까지 봉녕사 역시 깊은 산속이었죠. 그러다 주변에 월드컵경기장 등이 건설되면서 수원 시민의 사랑을 받는 도심 속 사찰이 됐습니다.

사부작사부작 걷다 보니 어느새 봉녕사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사찰 전경이 한눈에 보입니다. 날씨는 뜨겁지만, 전각들 주변으로 나무가 많아서 눈이 시원해집니다.

주차장에서 걸어오는 동안 땀이 났는데요, 3단 샘물이 반겨주네요. 표주박으로 물을 떠서 한 모금 마시니 아주 시원합니다. 광교산에서 내려오는 물이라 그런가요?

다른 때와 달리 저는 봉녕사로 가지 않고 샘물 왼쪽으로 갔습니다. 우측은 스님들 수행공간이라 출입 금지고요,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잠시 내려가 봤습니다.

봉녕사에 이른 길이 있었던가요?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있어 햇빛이 전혀 비추지 않습니다. 제가 오전에 가서 그런지 피톤치드 내음도 났습니다. 피톤치드 내음을 맡으면 기분이 좋아지죠. 이 길이 어디까지 이어질까요?

아쉽게도 메타세쿼이아 길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조금 걸으니 쪽문이 나오는데요, 이 문은 상시 개방이 아니고 오후 5시에 문을 닫습니다. 봉녕사 개방 시간은 5:30~18:30까지인데요, 사찰 개방 시간보다 문을 일찍 닫습니다.

봉녕사를 왔기 때문에 더는 가지 않고 돌아왔습니다. 불교용품을 파는 불사각 옆에 대표적인 여름꽃 봉숭아꽃이 앙증맞게 피었습니다. 어릴 때는 남녀를 가리지 않고 봉숭아꽃으로 손톱에 물을 들이곤 했죠. 지금도 봉숭아꽃 물들이는 사람이 많습니다.

경내로 들어서면 봉녕사의 상징 금빛 석가탑이 보입니다. 화강암 바위에 한문으로 이라고 쓰여 있고요, 그 위에 금빛 탑이 올려져 있습니다. 입구에 안내판을 읽어보니 부처님 진신사리 9과를 모신 연기라고 합니다.

금빛 석가탑 오른쪽에 범종루가 있습니다. 범종루 앞 안내판에 이 종소리를 듣는 이여. 번뇌를 끊고 지혜는 자라나며, 깨달음을 믿고, 지옥 세계 떠나며, 삼계를 벗어나 부처를 이루어 중생을 제도하소서.”라고 쓰여 있는데요, 저녁 종송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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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종루 안을 보니 다른 사찰은 범종(梵鐘)만 있는데요, 봉녕사는 목어(木漁), 운판(雲版), 법고(法鼓)가 있습니다. 저는 불교를 잘 모르지만, 이 네 가지를 사물(四物)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사물이 갖춰진 것을 보니 그만큼 오래된 천년고찰입니다.

그럼, 여기서 봉녕사 역사를 잠깐 볼까요. 사찰 내 역사를 설명하는 안내판이 없습니다. 봉녕사 홈페이지에 역사가 나와 있는데요, 간략히 소개하겠습니다.

봉녕사는 고려 희종 4(1208)에 원각국사가 창건했다고 하는데요, 대한불교조계종 제2교구 본사 용주사 말사입니다. 1971년 비구니 묘전 스님이 주지로 부임하고 묘엄 명사께서 주석하시면서 쇠퇴하던 봉녕사를 비구니 승가 교육의 요람으로 발전시켰습니다.

범종루 앞에 멋진 한옥 건물이 있는데요, 이름이 금라문화원인데, 카페입니다. 음료를 팔기도 하지만, 교양 강좌와 예술 공연도 하는 곳입니다. 원목이 훤히 드러나 보이는 건물 내부로 들어가 시원한 차 한잔 마시면서 쉬었습니다.

금라문화원에서 나와 대적광전으로 갔습니다. 여느 사찰의 대웅전과 같은 곳이죠. 양쪽 기와지붕이 날개를 편 듯 푸른 하늘을 향해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서려는데, 불자 한 분이 뭐가 그리 간절한 것인지 가방을 바닥에 놓고 부처님 앞에서 두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습니다. 방해하고 싶지 않아 문밖에서 사진 한 장만 찍었습니다.

대적광전 앞에 오래된 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있습니다. 나무 앞 안내판을 보니 수령이 800년이 넘습니다. 높이가 무려 9.4m라고 하는데요, 봉녕사는 물론 수원의 발전 과정을 이 나무가 묵묵히 지켜주는 수호신 나무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대적광전 좌·우측에 전각이 하나씩 있습니다. 우측에 있는 전각이 용화각입니다. 안에는 석조 삼존불이 있습니다. 안내판을 보니 사찰 뒤편 언덕에서 건물을 지으려고 터를 닦던 도중에 나왔다고 하네요. 삼존석불은 고려 중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대적광전 좌측에 있는 약사보전입니다. 이 전각 안에 귀중한 불교 문화재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신중탱화와 현왕탱화입니다. 조선 시대 만들어진 것으로 경기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것인데요, 봉녕사에 들르신다면 꼭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봉녕사를 둘러보는 동안 경내 곳곳에 여름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날씨는 좀 더웠지만, 이런 꽃들을 보면서 천년고찰을 산책하니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이 개운해지는 느낌입니다. 덥다고 집에만 있으면 더 덥죠. 수원시는 어느 곳에 살더라도 사찰이 많은데요, 여러분 주변에 있는 사찰에 가서 한여름 풍광을 즐겨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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