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가운 햇볕이 내리쬐는 평일 오후, 한적한 시간에 봉녕사를 찾았습니다. 봉녕사에서 가장 먼저 반겨주는 것인 일주문입니다. 차를 타고 주차장으로 들어가면 일주문을 통과하지 못하죠. 저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일주문을 통과했습니다. 속세의 묵은 때를 벗는 마음으로 말이죠. 일주문 현판에는 한문으로 ‘光敎山奉寧寺’(광교산봉녕사)라고 쓰여 있습니다. 봉녕사가 광교산 자락에 있기 때문이죠.
일주문을 지나 잠시 걸으면 봉녕사 한눈에 보입니다. 이 전경만 보면 여기가 수원 도심인지 아닌지 구별이 잘되지 않습니다. 사실 예전에는 봉녕사가 한적한 곳이었겠지만요, 지금은 도시 발달에 따라 도심 속 사찰이 된 거죠. 그만큼 수원시가 발달했다는 방증이겠고요.
불서각 옆에 3단 샘물이 있습니다. 물을 손으로 만져보니 얼음장처럼 차갑습니다. 마셔도 되는 물인지는 몰라도 물을 떠먹는 바가지가 없습니다. 광교산에서 내려오는 물이라 깨끗할 듯한데요, 저는 손만 살짝 담갔습니다.
이곳이 봉녕사의 상징과도 같은 부처님 진신사리 9과를 모신 곳입니다. 큰 바위에 한문으로 佛(불)자가 쓰여 있고요, 그 위에 금빛 탑이 있습니다. 입구에 안내판을 읽어보니 2019년 6월 12일 부처님 진신사리 총 9과를 봉녕사 마당에 있는 청담 큰스님 불자(佛字) 바위 위 석가탑에 봉안했다고 합니다.
어느 절에도 범종이 있죠. 봉녕사에도 있습니다. 범종루에는 불교의식에 사용되는 4가지 법구(法具)인 종(鐘)・목어(木魚)・운판(雲版)・법고(法鼓)가 있습니다. 이렇게 4가지 법구가 다 있는 사찰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범종에도 일주문과 같이 한문으로 ‘光敎山奉寧寺’(광교산봉녕사)라고 쓰여 있습니다.
이제 봉녕사의 전각들을 보러 갑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겨울에 왔을 때는 황량했는데요, 지금은 초록으로 가득 차 눈이 시원합니다. 앞에 보이는 두 개의 탑을 지나면 무지개를 볼 수 있답니다. 저도 이번에 가서 처음 봤습니다.
무지개 보이시나요? 신기하게 정말 무지개가 있습니다.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무지개가 보입니다. 사찰에서 무지개를 보다니요. 정말 신기합니다. 연못 속에 특수 조명을 넣은 것인지 요리조리 살펴봐도 왜 무지개가 보이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이제 대적광전으로 올라가 봅니다. 대적광전은 여느 사찰의 대웅전 같은 곳입니다.
대적광전 안으로 들어가니 신자 한 분이 염주를 들고 열심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기도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입구에서 사진 한 장만 찍고 들어가진 않았습니다. 제단에는 금빛 부처님 세 분이 앉아 중생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습니다.
대적광전 앞에 800년이 넘은 보호수 한 그루가 있습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범상치 않아 보입니다. 2007년 5월에 지정됐으니까 정확히 813년이 된 향나무입니다. 높이 9.4m에 둘레는 2.8m입니다. 이 향나무가 800년이 넘는 세월을 봉녕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대적광전 우측에 용화각이 있습니다. 용화각 앞에 표석을 보니 이곳에 석조삼존불이 있는데요, 유형문화재 제151호입니다. 대웅보전 뒤편 언덕에서 건물을 지으려고 터를 닦던 도중에 출토되었다고 하네요.
가운데 본존불의 얼굴 모습은 원만한 편이나 머리 부분이 파손되었고, 눈·코·입이 마모되어 희미합니다. 3개의 석불은 고려 시대 중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니 굉장히 오래되었네요. 삼존불 앞에 저도 모르게 두 손을 모으게 되네요.
대적광전 좌측에 있는 약사보전입니다. 내부에는 1979년에 조성한 석조약사여래좌상을 본존으로 하고, 좌·우측에 신중단, 현왕단, 칠성단, 독성단, 산신단, 영단이 함께 모셔져 있습니다. 다른 절에 가면, 삼성각이나 칠성각, 산신당 등으로 분리가 되어 있는데요, 이곳에는 함께 모셔져 있는 점이 특이합니다.
봉녕사는 소개해 드린 곳 외에도 스님들 수행 공간인 청운당 등의 많은 전각이 있습니다. 일반인들은 출입이 불가한 곳입니다. 출입은 되지 않지만 멀리서 전각 모습은 볼 수 있습니다. 사찰을 전부 둘러보며 산책하는데 약 1시간 정도 걸립니다.
봉녕사는 비구니 수행 사찰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사찰이 정갈합니다. 코로나19로 2년 넘게 마음 놓고 외출하지 못했는데요, 거리두기와 야외 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로 코로나에 짓눌린 마음을 조금은 내려놓았습니다. 그래서 아직은 조심스럽죠. 수원 시민이 자주 찾는 봉녕사는 도심 속 힐링 사찰입니다. 봉녕사는 한적해서 마스크를 벗고 마음껏 호흡할 수 있어 좋은데요, 주말에 가족과 함께 힐링 나들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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