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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공주의 남자, 김승유가 떠 안은 4가지 무거운 짐

by 카푸리 2011.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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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대군을 죽이고 단종을 복위시키기 위한 거사가 실패했다. 성삼문, 이개 등 역사 속에 나왔던 사육신들이 잔인하게 처형됐다. 거사에 가담한 정종은 경혜공주가 세조(수양대군) 앞에서 소복차림으로 무릎을 꿇고 '전하'라는 말까지 해서 간신히 살렸다. 지아비를 살리기 위한 경혜공주의 굴욕에 정종은 '오늘만 공주가 밉다'며 부등켜 안고 오열했다. 어제 17회 장면 중 가장 가슴 찡했던 장면이 아닐까 싶다.

문제는 김승유(박시후)다. 스승 이개가 참형장으로 끌려가면서 승유에게 '후일을 도모하라'고 했지만 승유에게 남은 건 힘 없는 부마와 경혜공주, 그리고 빙옥관 조석주 뿐이다. 신면에게 살아있다는 것이 알려져 거사는 처녕 사실 목숨마저 부지하기 힘든 상황이다. 극 초반, 권좌에 대한 수양대군의 욕심때문에 아버지 김종서와 형이 죽고 난 후 떠안게 된 무거운 짐들이 승유를 짓누르고 있다. 그러나 김승유는 이 짐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아니 어쩌면 극이 끝날 때까지 지고가야 할 짐인지 모른다.


첫째 형수 류씨부인(가득히)과 조카 아강이다. 수양에 의해 온 집안이 몰살당한 줄 알았던 형수와 조카가 살아 있는 건 세령(문채원) 때문이다. 세령의 도움으로 형수와 조카를 만나 빙옥관에서 지내게 했다. 양반댁 규수 류씨부인은 빙옥관 허드렛일을 하면서 살고 있고, 아강이는 '삼촌, 삼촌' 하면서 승유를 따르고 있지만 승유의 마음은 편치 못하다. 그래도 조석주가 승유의 사정을 알고 도와주기 때문에 빙옥관에서나마 지낼 수 있는 것이다. 김승유는 이개, 정종 등이 참형에 처하기 전날 밤, 홀로 이들을 구하러 한성부로 가려했다. 자신이 죽을 지도 모르기 때문에 조석주에게 형수와 조카를 부탁했다. 승유는 살아남은 류씨부인과 아강이 걱정에 비록 죽을지라도 그 짐을 내려놓지 못할 만큼 큰 부담을 안고 있다.

둘째 짐은 경혜공주다. 한 때 부마가 되어 결혼까지 할 뻔한 공주지만 지금은 벗 정종의 부인이다. 아버지 김종서의 원수를 갚기 위한다는 공동 명분하에 자주 만나다보니 어느새 경혜공주에 대한 짐까지 떠맡고 있다. 참형에 처할 사육신을 구하기 위해 조석주를 데리고 경혜공주집에 들른 것도 그녀를 걱정하기 때문이다. 그냥 가서 구해도 되는데 말이다. 그래서 정종을 구하려 한 것도 벗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경혜공주와의 숙명적인 인연과 그 인연으로 말미암은 짐 때문이 아닐까 싶다. 부마와 경혜공주가 귀양을 가도 승유는 두 사람에 대한 짐을 내려 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셋째, 핏빛 로맨스의 주인공 세령도 있다. 처음엔 아비를 죽인 원수의 딸이라 해서 사랑하면서도 멀리 했지만, 가슴속 연민을 숨길 수가 없다. 사육신을 구하러 갈때 세령이 신면의 눈을 따돌려 도움을 주는 등 김승유를 위해 죽음도 마다하지 않는 세령에게 승유는 조금씩 마음이 열리고 있다. 아니 승유는 처음부터 세령을 놓지 않았는지 모른다. 승유는 '더는 마주치지 말아야 한다'고 했던 세령의 손을 잡는 등 애틋한 모습을 자주 보이고 있다. 호위무사로 위장해 한성부로 들어가도록 돕겠다는 세령의 말에 승유가 세령의 손을 잡는건, 마음속은 이미 세령과의 사랑은 물론  그녀에 대한 짐을 동시에 느끼는 행동이다.

세령은 아비 수양대군의 딸로 태어난 것이 괴롭다고 했다. 이는 앞으로의 인생을 아비보다 김승유를 택하겠다는 말이다. 수양은 이를 알아차렸는지 병풍뒤에 숨은 호위무사에게 '언제 아비의 등에 칼을 꽂을 지 모른다'며 세령을 철저히 감시하라고 했지만 이미 세령의 마음은 떠난 듯 하다. 상왕을 폐위시키려는 걸 알고 세령은 칼을 뽑아들고 또 아비 앞에서 겁박을 한다. 그렇다고 수양이 세령의 말을 호락 호락 들을 위인도 아니다. 결국 세령은 신체발부 수지부모를 어기고 칼로 머리를 잘랐다. 세령은 더 이상 부모, 자식간의 연을 이어갈 수 없다고 선언했는데, 이는 김승유와 운명을 같이하겠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세령이 궁을 나가서 지내겠다면 누구와 지내겠는가? 극 전개상 김승유 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후일을 도모하는 것이다. 이는 김종서가 죽을 때도 그랬고, 스승 이개 등 사육신이 죽을 때도 승유에게 남긴 말이다. 그러나 김승유는 지금 후일을 도모할 만한 힘이 없다. 일지매같은 포스로 홀홀단신 간신배들을 죽일 순 있어도 수양대군의 목숨을 노리긴 어렵다. 그렇다면 남은 건, 궁을 나온 세령과 힘을 합쳐 또 다른 후일을 도모하는 것인데, 이 일이 어떤 건지는 제작진만 알 것이다. 세령과 조석주의 힘까지 보태져 김승유가 앞으로 도모해야 할 일이 '공남'의 남은 스토리가 아닐까 싶다. 그 과정에서 김승유가 떠 안은 운명같은 짐들을 어떤 방식으로 내려놓을지가 참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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