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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비평

아나운서 프리선언, 무엇이 문제인가?

by 카푸리 2008.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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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 여자 아나운서 입사 지원경쟁률이 무려 1,000대 1이 넘는다고 합니다. 아나운서 지원 열풍은 우리 사회에 잘못 인식된 아나운서=신데렐라 신드롬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나운서도 엄연히 한 직장의 봉급생활자입니다. 일반 기업이나 교사, 공무원 등과 다를 바 없이 똑같이 월급 받는 직장인이며, 특별히 돈을 더 받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일부 여성들이 이렇게 아나운서 시험에 매달리는 것은 얼굴을 알려서 한번에 부와 명예를 얻어 보려는 얄팍한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부와 명예때문에 아나운서들이 소속방송사를 떠나 최근 프리를 선언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데, 그중 박지현과 최송현아나운서가 프리 선언으로 K본부 출연을 3년간 정지당했습니다. 이를 두고 방송사에 '괘씸죄'에 해당되느니, 개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니 등 논란이 많습니다. 아나운서의 프리선언을 둘러썬 논란에 대해 방송사와 아나운서를 양비론적 입장에서 따져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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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표를 내고 프리를 선언한 아나운서 박지윤과 최송현에 대해 K본부는 3년간 출연을 금지시켰다.)

직업선택의 자유도 없는가?
아나운서는 1,000 대 1의 확률, 로또는 그보다 더 큰 8백만 대 1의 확률입니다.  아나운서를 바늘구멍 뚫기라 하면 로또는 벼락 맞을 확률이라 합니다. 이렇게 힘들다 보니 아나운서 지망생들은 소위 학원과 아나운서를 양성하는 아카데미 같은 곳에서 몇 달, 아니면 몇 년을 준비합니다. 투자하는 돈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도 돈 들여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하는 것은 로또 당첨에 대한 환상을 갖듯 아나운서 되기만 하면 한번에 모든 것이 풀린다는 그릇된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능계에서 활약하던 강수정 아나운서도 S방송국에서 몇차례 떨어진 후 K방송국에 합격이 되었습니다. 그녀 역시 아나운서 시험을 위해 방송 아카데미를 다녔고, 경제적으로 많은 투자를 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붙은 사람은 그야말로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대다수 지원자들은 돈과 시간과 노력만 낭비한 채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이 꿈을 접어야만 합니다. 방송사 입사에 성공한 아나운서들은 뉴스와 예능 프로에 출연하면서 점차 인기를 얻게 됩니다. 이런 인기 때문에 기획사에서 유혹을 받게되고, 입사할때 들였던 노력과 돈 때문에 '본전' 생각이 나는 아나운서들은 이른바 프리 선언을 한후 소속사에 발을 들여놓게 됩니다. 명예보다 돈이 더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개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라는 입장에서 아나운서들의 프리선언을 이해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보다 나은 조건을 찾아 일하려는 것은 개인의 선택의 문제이지, 방송사 구속력, 괘씸죄로 보아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2000년 M본부에 입사해서 잘 나가던 김성주 아나운서가 5년만인 2005년 프리 선언후 팬텀소속사로 들어갔지만, 요즘 통 방송에서 잘 보이지 않는 것도 바로 이러한 관행때문입니다. 겉으로 드러내진 않아도 소위 자신을 키워준 방송사에 대한 배반(?)으로 찍혀 그의 재능이 마음껏 발휘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방송사가 예능인 양성소인가?
그러나 방송사에서 프리랜서 목적으로 퇴사할 때 3년간 출연을 제한하는 것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갑니다. 로또 확률이라 할 정로로 높은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아나운서들을 선발하고 교육시켜서 이제 좀 방송사에서 써 먹을려 하면 프리선언후 기획사로 가버리는 것을 곱게만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 때문에 아나운서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사람들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은 것도 문제라는 겁니다. 무엇보다 방송사는 기획사로 가는 예능인 양성소가 아니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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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가 기획사로 가는 연예인 양성소가 아니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사진은 본기사와 관련 없음.)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DY엔터테인먼트에 입사한 박지윤의 경우 KBS 직원으로 출연할 때는 월급만 주어도 되었지만 이젠 그녀를 많은 돈을 주고 출연시켜야 합니다. 그러면 그만큼 제작비가 늘어나게 되고, 세금도 더 축내게 되는 겁니다. 결국 박지윤과 DY엔터테인먼트를 위해 국민의 혈세를 더 써야되는 결론에 이르게됩니다. 그래서 박지윤과 최송현에게 좋지 않은 시각을 갖는 것입니다.

물론 프리선언후에도 KBS에 남아 계속 방송하고 있는 이금희, MBC에서 사표후 교수와 방송활동을 계속하는 손석희교수와의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방송사에서 볼때 이금희와 손석희의 가치는 프리 선언후에도 높게 평가를 받은 것 같습니다.

프리선언후 박지윤은 S본부의 <육감대결>에 출연하기 시작했고, 최송현 아나운서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 했기 때문에 타방송국에서 아나운서가 아닌 연기자로 계속 얼굴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냐, 신의와 의리냐를 두고 고민한 후 선택한 두 사람의 길은 이제 기획사와 타방송사의 출연 여부에 따라 달려있습니다. 기획사들은 프리선언을 한 아나운서들을 영입해 고액출연료를 받아가며 다시 방송사에 출연시킬 것입니다. 이러한 프리선언 아나운서가 많을 수록 기획사가 돈을 벌게 되고, 결국 고액출연료로 인해 제작비가 늘어나게 되는 악순환은 계속될 것입니다.

방송사 아나운서들의 프리선언을 나쁘게 볼 것인가, 아니면 프리선언을 했다고 방송국에서 출연을 제한하는 것이 문제냐 하는 것은 개인에 따라 의견이 다릅니다. 그러나 프리선언을 한 아나운서들에게 이른바 '괘씸죄'를 적용하는 것은 시청자들이 그만큼 인기 아나운서들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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