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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비평

무한도전, '벼농사' 특집이 남긴 의미

by 카푸리 2009.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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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높고 말이 살찐다는 천고마비, 결실의 계절 가을입니다. 가을이면 많은 것이 생각나지만 언뜻 머리속에 떠오르는 것이 농부들입니다. 여름 내내 피땀을 흘린 농부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올해도 예년에 비해 대풍이 예상되지만 농민들의 얼굴은 웃음기가 없습니다. 아니 농민들이 뿔났습니다. 엇그제는 힘들게 농사지은 쌀을 쌓아놓고 시위를 벌였습니다. 쌀값 폭락에 따라 1년 내내 피와 땀을 흘린 댓가를 정당하게 보상받을 수 없는 농민들의 가슴은 멍이 들다 못해 뻥 뚫렸습니다. 대풍으로 농촌 여기저기서 풍년가가 울려 퍼져야 하지만 ‘풍년가’는커녕 농부들의 한숨 소리만 가득합니다. 그런데 <무한도전>이 농민들의 값진 피와 땀의 의미를 일깨워줬습니다.

<무한도전>이 지난 7개월 동안 진행해온 ‘벼농사’ 프로젝트는 단순한 예능프로가 아니었습니다. 밥 한공기가 우리 식탁에 올라오기까지 농부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를 보여주고, 맴버들이 정성을 다해 농사지은 쌀을 주변의 불우이웃들에게 전해주고, ‘농자천하지대본야’의 의미를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일깨워준 값진 특집이었습니다. 어제 7개월 동안 고생한 보람으로 추수를 할 때 카라, 바다, 김범 등 ‘무도’ 사상 가장 많은 게스트가 출연한 것은 우리의 품앗이 전통을 보여준 것이었죠. 힘들 때 같이 도움을 주는 아름다운 미덕이야말로 지금 우리 나라에서 가장 필요한 덕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3주 동안 방송된 ‘무도’ 벼농사 특집이 남긴 의미는 무엇일까요? 그 의미를 한번 곰곰히 생각해봤습니다.


먼저 가장 큰 의미를 찾으라면 농민들의 피와 땀이 아닐까요? 지난 3월부터 제작진은 비밀리에 강화에서 벼농사를 진행해왔습니다. 유재석 등 맴버들이 직접 농사를 지으며 모내기부터 추수까지의 과정을 무려 7개월에 걸쳐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벼농사를 지으며 벼를 거꾸로 심고, 김매기를 통해 벼의 생육에 지장을 주는 피를 뽑았는데, 맴버들은 어느 것이 벼고 피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추수때 일일이 낫으로 농사 면적의 1/3을 직접 베며 농부들이 얼마나 힘들게 농사를 짓는지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 것입니다. 한 톨의 쌀에도 농부들의 피와 땀이 고스란히 배어 있기 때문에 밥 한 공기를 먹더라도 농부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준 것입니다.

우리 세대 부모님들이 식탁에서 하시던 말씀 중 ‘밥이 보약이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보약을 먹고, 수입산 영양제를 먹더라도 밥만큼 좋은 보약은 없습니다. 그러나 요즘 신세대들은 밥 대신 햄버거, 인스턴트식품을 먹으며 밥을 멀리하고 있습니다. 어제 ‘무도’ 맴버들이 추수를 마치고 갓 도정한 쌀로 가마솥에 밥을 지었는데, 그 햅쌀밥이 우리의 힘이요, 자존심이요, 보약입니다. 386세대까지는 이런 밥의 힘을 몸으로 느끼며 자라왔는데, 요즘 신세대들은 이런 밥의 힘을 모르고 있습니다. ‘무도’ 제작진이 우리의 잃어버린 밥의 힘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것입니다.

가을 수확기의 농가는 하루해가 짧기만 합니다. 일손이 부족해 발을 동동 구를 때 우리 조상들은 ‘품앗이’라는 아름다운 전통을 만들었습니다. 어제 추수때 게스트로 초대된 김범, 타블로, 카라, 이민우, 변기수, 바다, 쥬얼리 등이 나온 것은 어려울 때 힘이 돼주는 ‘품앗이’ 전통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맴버들 힘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추수를 위해 바쁜 스케즐에도 벼베기 일손을 돕거나 힘내라고 논두렁 위문공연을 펼친 모습은 예능 차원이 아닌 ‘품앗이’ 전통을 현대적 의미로 보여준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힘들게 농사지은 쌀은 어떻게 할까요? 무한도전 맴버들이 직접 농사지은 쌀은 그 이름을 '뭥미'라고 명명했는데, 이름속에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듯 합니다. '뭥미쌀'의 가치는 돈으로 따질 수 없습니다. 아마 시중에 판매된다면 그 쌀을 사기 위한 대소동이 벌어지지 않을까요? 농약 한번 치지 않고 순수 무공해농법으로 수확한 쌀은 주변의 불우한 이웃들에게 전달될 예정입니다. ‘무도’의 이웃돕기는 매년 달력판매 등을 통해 계속해오고 있지만 이번 벼농사 특집으로 나온 쌀은 그 어떤 프로젝트보다 의미 있고 값진 쌀이기 때문에 받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까지도 전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인 농업 국가였습니다. 산업화시대로 넘어오면서 ‘농사는 천하의 근본’이라는 선조들의 믿음이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반도체 등 공업국가로 변모하면서 상대적으로 농민들이 흘리는 땀의 의미는 홀대받았습니다. 메모리, LCD 등을 수출하기 위해 농업을 개방하면서 농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 농민들에게 정부가 힘을 주어야 합니다. 그 힘을 어제 ‘무도’에서 보여주었죠. 바로 콤바인입니다. 어제 맴버들이 5시간 넘게 낫으로 일일이 벼를 베며 지쳐있을 때 김범이 논에서 콤바인 열쇠를 발견합니다. 이 열쇠는 단순한 열쇠가 아니라 정부가 농부에게 주어야할 관심이요, 힘을 상징합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논에서 피땀 흘린 농부들의 결실이 헛되지 않도록 정부가 농민들에게 콤바인 열쇠를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농민들이 힘을 내어 농사를 지을 수 있습니다.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된 ‘벼농사’ 특집은 벼가 자라는 과정에서 많은 풍파를 겪었음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보여주었습니다. 여름장마와 폭염, 열대야속에서도 벼는 잘 자라주었습니다. 자연의 섭리도 있었지만 그만큼 맴버들이 땀을 흘리며 정성을 다했기 때문에 모진 풍파도 잘 이겨내어 풍성한 수확의 결실을 안겨준 것입니다. 그 수확의 기쁨을 나누는 자리에서 카라와 쥬얼리 등이 논두렁 위문공연을 보여준 것은 흥겨운 풍년가였습니다. 그 풍년가가 울려 퍼져야할 농촌에서 시름가가 울려퍼지지 않도록 정부가 농민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는 것이 ‘무도’ 제작진이 전하는 숨은 메시지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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