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향교(鄕校)가 무슨 역할을 하는지 아시나요? 향교의 한문을 풀어보면 ‘鄕’은 시골 향, ‘敎’는 가르칠 교입니다. 그러니까 향교는 지방의 교육기관을 말합니다. 고려와 조선시대 지방에서 유학을 교육하기 위해 설립된 관학 교육기관인데요, 역사와 전통이 빛나는 경기도 화성시에도 남양향교가 있습니다.
남양향교는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에 있습니다. 향교 입구에 홍살문이 있습니다. 홍살문은 붉은색을 칠한 나무 문인데요, 화성의 융건릉 등 왕릉이나 서원, 향교 등에 세워져 있는 문인데요, 뭔가 신성시되는 장소를 보호하는 의미라고 합니다.
홍살문 오른쪽에 하마비(下馬)가 있습니다. 누구든지 이곳에서는 말에서 내려 걸어가라는 의미로 세운 것입니다. 향교가 제향 공간 역할도 해서 신성시하기 때문이죠.
홍살문 왼쪽에 주차장이 있습니다. 주차장은 그리 넓지 않은데요, 평일에 가서 그런지 여유가 있었습니다. 향교 주변은 주택가지만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습니다.
남양향교 왼쪽에 안내판이 있고, 그 앞에 외삼문이 있습니다. 안내판을 읽어보니 남양향교는 남양도호부의 유학을 교육하기 위해 고려 말에서 조선 초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상당히 오래되었네요.
남양향교는 문화재자료 제34호입니다. 원래 지금의 남양중고(남양중·남양고) 근처에 해당하는 관아 동쪽의 역골에 있었는데, 대성전의 터가 음습하고 좋지 않아 고종 10년(1873)에 햇빛이 잘 들고 명당으로 꼽히는 현재의 자리로 옮겼다고 합니다.
문화재자료 제34호 남양향교 표석 뒤로 외삼문(外三門)이 있습니다. 그리고 외삼문 앞에 남양향교 준수 기념비가 있습니다. 워낙 오래되다 보니 여러 번 건물을 중수했겠죠. 이렇게 화성시의 향교가 보존되는 것만으로 다행이라 생각됩니다.
외삼문에 한문으로 남양향교(南陽鄕敎)라고 쓰인 현판이 있습니다. 앗! 그런데 외삼문이 잠겨 있습니다. 혹시 관리상의 문제로 문을 닫아놓은 게 아닐까 했는데, 문 오른쪽 벽 안내판에 전화번호가 있습니다. 방문 시 문이 잠겨 있으면 전화하라고 해서 연락하니 관리인이 바로 문을 열어주어 향교를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남양향교는 진입로 앞에 세운 하마비와 홍살문을 시작으로 외삼문, 명륜당, 동재와 서재가 있으며, 그 뒤로는 내삼문과 대성전이 있습니다. 앞쪽에 강학 공간(공부하는 곳)인 명륜당이 있고, 뒤편 높은 곳에 제향 공간인 대성전이 있습니다. 이런 배치를 전학후묘(前學後廟)라고 하는데요, 강학(講學) 구역이 앞쪽에, 신실(神室) 구역이 뒤쪽에 있는 형태입니다. 즉 앞쪽에는 교육 시설, 뒤쪽은 선현을 모시는 제실입니다.
외삼문으로 들어가면 명륜당(明倫堂)이 나옵니다. 명륜당 좌측 아래 안내판이 있는데요, 읽어보니 향교에서 유생들에게 학문을 가르치던 곳이라고 설명돼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전쟁 중에 완전히 훼손되었다가 1990년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되었다는 내용도 적혀 있네요. 고려말부터 이곳에서 수많은 유생이 ‘공자 왈, 맹자 왈~’ 하며 공부했을 겁니다. 지금도 유생들이 공부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명륜당 좌·우측으로는 동재(東齋)와 서재(西齋)가 있습니다. 보통 명륜당을 중심으로 좌우 대칭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게 뭐하던 건물인지 아시나요? 학생들의 기숙사로 사용되었던 건물입니다. 건물 규모는 정면 3칸, 측면 1칸 반인데요, 앞쪽에 툇마루가 있고, 일신재(日新齋)라고 쓴 현판이 걸려 있네요. 옛날에도 멀리서 온 학생들이 있었겠죠? 화성시 남양읍에 살지 않는 유학생들이 머물던 공간입니다.
명륜당 뒤로 내삼문(內三門)이 있고요, 내삼문을 지나면 선현의 위패가 모셔진 대성전(大成殿)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남양향교는 오랫동안 공부를 가르치고 선현 위패를 모셔 왔는데요, 그 오랜 역사를 간직한 채 오늘도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내삼문은 닫혀있지만, 문이 잠겨 있지 않습니다.
향교는 교육뿐만 아니라 공자를 비롯한 중국과 우리나라의 유현(儒賢)들의 위패를 모시고 제향을 받들어 모시고 있습니다. 대성전에는 5성(五聖), 송조2현(宋朝二賢), 우리나라 18현(十八賢)을 모시고 있다고 합니다.
명륜당 앞에 있는 안내판을 보니 5성은 공자, 안자, 증자, 자사, 맹자를 말합니다. 2현은 정이, 주희를 그리고 우리나라 18현은 최치원, 설총, 안유, 정몽주, 정여참, 김굉필, 이언적, 조광조, 김인후, 이황, 이이, 성혼, 조헌, 김장생, 송시열, 김집, 박세채, 송준길 등입니다. 유명한 사람은 다 있네요. 대성전은 관리상의 문제도 닫혀있습니다.
남양향교는 경기도 문화재자료 제34호로 지정돼 있어서 관리가 잘 돼 있습니다. 향교 안팎으로 커다란 은행나무 3그루가 있습니다. 그중 향교 안에 있는 나무 수령을 보니 170년 됐습니다. 화성시 보호수로 지정돼 있습니다.
대성전에서 내려다보니 남양읍 일대가 한눈에 보입니다. 남양향교에 모셔진 성현 덕분에 지금의 화성시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조선시대 교육기관을 보면, 향교뿐만 아니라 서당, 서원, 성균관도 있었습니다. 서당은 지금의 초등학교라고 생각하면 되고요, 성균관은 지금의 대학 과정으로 볼 수 있죠. 남양향교는 남양의 인재를 길러내는 명문 교육기관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은 과거부터 이어져 왔는데요, 그래서 어느 곳에나 다 향교가 있습니다. 조금 있으면 겨울방학이 오는데요, 아이들과 함께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남양향교로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역사 문화 탐방을 떠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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