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이 '1박2일'을 떠났다. 그가 떠난 시청자투어 마지막 방송은 끝날 무렵 눈물바다가 되었다. 강호동이 떠나는 것에 대한 눈물이 아니다. 시청자투 참가자들은 짧은 1박2일간의 여정으로 맴버들과 뜨거운 정이 들었다. 막상 헤어지려니 아쉬움이 컸나보다. 40대조 장순복씨는 이별을 앞두고 왈칵 눈물을 쏟았다. 조장 이승기도 울컥하며 눈물을 보였다. 어디 이승기 뿐이랴. 성시경, 전현무, 백지영 등도 헤어지기가 아쉬워 눈물을 쏟았다. 바로 이것이 '1박2일'이 표방하는 정과 의리 아니겠는가. 비록 강호동에 대한 눈물은 아니었어도 강호동의 마지막 '1박2일' 방송이기에 눈물과 강호동이 오버랩됐다.

지난 4년간(2007.8~) 강호동은 '1박2일'의 맏형역을 맡아왔다. 맏형이라면 어려운 일에 앞장서고 굳은 일을 도맡아 하는 어려운 자리다. 그 어려운 자리에서 강호동은 '1박2일'을 국민예능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남녀노소 모두 좋아하는 '1박2일'을 만들기까지 그리 순탄하게만 온 건 아니다. 초창기 '1박2일'은 먼저 시작한 '무한도전(2006.5~)의 아류'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1박2일'은 시골 여행을 떠나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재미와 웃음을 담아내는 차별화된 야생 버라이어티를 만들어 냈다.


'1박2일'의 첫 번째 위기는 1년만에 찾아왔다. 유재석이 SBS에서 '패밀리가 떴다'(2008.6~2010.2)를 방송하기 시작할 때다. 강호동은 유재석과 직접적인 경쟁을 하지 않다가 '패떴'을 통해 경쟁하게 됐다. 당시 '1박2일'은 1년여를 넘긴 시점에서 초심을 찾자는 의미에서 백두산편을 준비했는데 MC몽의 흡연장면으로 초심을 잃어버린 여행이 되고 말았다. 비난으로 휘청대던 '1박2일'은 유재석의 '패떴'을 의식해 시간을 늘리고 방송 시간을 재편성하는 등 공격적인 대응을 했지만 '패떴'에 밀리기 시작했다.
그 이후 '패떴'은 16주 연속 주말 예능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해피선데이'가 고전을 했다. 

안그래도 '패떴'에 밀리는데, 설상가상으로 또  위기가 찾아왔다. 이른 바 사직구장 추태다. '1박2일'팀이 사직구장의 명당 자리를 무려 50석이나 차지하고, 그것도 모자라 촬영을 한다며 관중들의 이동까지 통제하는 바람에 거센 비난을 받았다. 사직구장 추태로 야구팬들은 '1박2일'에 등을 돌렸다. 러나 예능에서 영원한 승자는 없나보다. 그렇게 잘나가던 '패떴'도 불과 1년여 만에 위기가 찾아왔다. 2009년 10월, 김종국의 이른바 참돔조작 사건으로 내리막 길을 걷더니 급기야 프로그램마저 폐지되고 말았다. 유재석으로선 위기지만 강호동에겐 기회가 왔다. 결국 유재석은 '패떴'에서 하차하고 '패떴'은 시즌2로 윤상현, 김원희 등으로 새롭게 출발했지만 상승세를 탄 '1박2일'에 밀려 5개월여 만에 폐지됐다.


위기를 넘긴 '1박2일'은 그 이후 순항을 계속했다. 주말 예능 시청률 1위를 달리며, 적어도 동시간대 경쟁 프로가 없었다.
이렇게 '1박2일'은 KBS에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1박2일'의 인기를 반영하듯 광고비가 지난 한해 무려 500억 수준이라고 한다. 이 정도면 KBS 예능국 전체 예산을 뛰어넘는다고 한다. 그러니 강호동이 그 힘든 맏형 역할을 해오며 이뤄낸 '1박2일'의 성공은 정말 놀랄만 하다.

달도 차면 기운다고 했던가? 이렇게 잘나가던 '1박2일' 메인MC요, 맏형인데 강호동은 지난 8월, 더 이상 맏형역을 맏고 싶지 않다며 깜짝 놀랄 선언을 했다. 그는 '정상에서 박수칠 때 떠나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언론과 대중들은 강호동 말을 곧이 곧대로 듣지 않았다. 연말에 개국을 앞둔 종편행을 선택하기 위해 4년간 맡아왔던 '1박2일' 수장역을 버렸다는 것이다. 종편행이 사실이 아닌지도 모른 상태에서 강호동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배신이란 낙인까지 찍으면서 말이다. 그런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세금 과소 납부 사실이 알려지면서 강호동은 그동안 쌓아온 국민MC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었다. 그는 더 이상 물러날 데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연예계를 잠정 은퇴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호동의 '1박2일' 애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세금 과소납부에 이어 평창 땅 투기사건이 터지면서 강호동은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치명타를 맞고 말았다. 잘 나가던 국민MC 강호동, 국민예능 '1박2일'의 맏형 강호동은 그렇게 무너졌다. 그 이후 '1박2일' 제작진이 그동안 고생한 강호동을 위해 이별여행을 준비했지만, 강호동은 죄를 지은 맏형이 무슨 낮으로 여행을 떠나냐며 거절을 했다. 그리고 그제 시청자투어 마지막 편은 평소 보이던 맏형 강호동의 그 모습 그대로 방송이 됐다. 지난 4년간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고, KBS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던 맏형 강호동은 동생들의 인사 한마디 듣지 못한 채 쓸쓸하게 떠났다. 화려하게 이별여행을 한 것보다 오히려 그에 대한 여운이 강하다.


지난 4년간, 강호동은 연예대상 등 좋은 일도 많았지만 '1박2일'의 맏형이라는 이유로 어려운 일이 터질 때마다 구설수의 중심이 됐다. 그 비난을 강호동은 몸집만큼이나 잘 받아냈다. 욕설 논란과 이수근 폭행 등 온갖 구설수와 비난을 받으면서도 '1박2일'을 대한민국 대표 예능으로 키워놓은 그의 땀과 노력을 경시해선 안된다. 세금과 땅투기 의혹 등 온갖 비난에도 불구하고 그가 떠난 빈 자리가 커보이는 것은 강호동 없는 '1박2일'은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강호동은 '1박2일'의 별로 남을 것이다.

강호동은 원하는 대로 애증의 '1박2일' 맏형역을 내려 놓았다. 그러나 그가 남긴 '1박2일'의 체취가 너무 강해 다시 돌아오길 바라는 팬들도 많다. 강호동의 세금과 땅투기는 그를 죽이기 위한 보이지 않는 세력의 모함이라는 것이다. 강호동이 희생양인지, 아닌지는 잘 모른다. 그러나 한 시대를 풍미하며 지상파 3사를 오가며 매일 국민들에게 웃을 수 있는 여유를 주던 강호동 기억은 쉽게 떠나지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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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