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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비평

아나운서 프리 선언이 개고생인 시대

by 카푸리 2009.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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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방송사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이른바 봄철 프로그램 개편을 빌미로 고액MC를 하차시키는 것은 물론 인기가 없다고 판단된 프로그램도 폐지시키고 있는 것이다. 방송사 재정구조 악화에 따라 자사 아나운서를 프로그램에 투입해 재정구조를 조금이라도 개선시키려는 노력이다. 퇴출 순위는 고액MC, 광고가 적은 프로그램이다. 이런 기준에 따라 정은아, 허참, 김성주 등이 눈물을 머금고 하차를 했다.

진행자와 프로그램 폐지와 신설은 방송사 고유권한이다. 이 문제를 두고 왈가불가하고 싶진 않다. 다만 고액MC퇴출로 인한 방송사 자사 아나운서들의 입장을 따져보자. 아나운서들은 이번 개편으로 업무량이 증가하게 된다. 예능 프로를 맡아서 받는 추가 수입은 프로그램당 2~3만원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무보수다. 방송사에 적을 둔 아나운서들은 프로그램을 맡아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실익은 사실 없다.

방송사 아나운서들은 입사후 통상 옵션근무 기간인 3년을 넘긴후 '프리'를 선언을 할 수 있다. 무려 1천대 1이라는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입사해서 방송국 자체 교육을 받고 뉴스나 교양, 예능 프로그램에 투입된다. 예능 프로의 경우 프리선언을 한 연예인들은 회당 수백만원을 받는데 자사 아나운서들은 거의 무보수로 출연하다보니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 이 문제는 방송국 입장으로 본다면 '직원'으로 일을 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느낄 수 있다.

이런 문제때문에 프리선언을 한 아나운서가 바로 MBC 김성주다. 2000년 MBC에 입사해서 잘 나가던 김성주 아나운서가 5년만인 2005년 프리 선언후 팬텀소속사로 들어갔지만, 요즘 방송에서 잘 보이지 않는 것도 바로 이러한 관행때문이다. 겉으로 드러내진 않아도 소위 자신을 키워준 방송사에 대한 배반으로 찍혀 그의 재능이 마음껏 발휘되지 못하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엄기영사장의 배려로 <명랑히어로>와 라디오 프로그램 <굿모닝 FM>을 맡았으나 모두 하차하게 되었다. 김성주는 프리선언을 하면서 개고생을 하게된 대표적인 케이스다. 김성주 뿐만 아니라 다른 프리선언 한 아나운서들도 대부분 된서리를 맞고 있다. 이제 프리선언이 곧 고수입이라는 등식이 깨지고 개고생(?) 시대가 되는 것이다.

방송사 아나운서들의 프리선언을 나쁘게 볼 것인가, 아니면 프리선언을 했다고 방송국에서 출연을 제한하는 것이 문제냐 하는 것은 개인에 따라 의견이 다르다. 그러나 프리선언을 한 아나운서들에게 이른바 '괘씸죄'를 적용하는 것은 시청자들이 그만큼 인기 아나운서들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솔직히 까놓고 얘기해서 인기가 없는 방송사 아나운서들은 '프리'선언을 하라고 해도 못한다. 나가봐야 받아주는 기획사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능이 있고 예능 분야에 탁원한 끼가 있는 아나운서들만 주로 프리선언을 한다. 프리선언을 하던 안하던 그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프리'선언후 3년동안 자사 프로를 맡지 못하게 한다는 내부 규정 등으로 안그래도 아나운서들의 '프리'선언 입지는 좁다. 그렇다고 방송사 내에서 아무리 열심히 해도 추가적인 수입 보장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프로그램을 맡는 아나운서들에게 적절한 보상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은 이미 지적되온 문제이며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아나운서 입사경쟁률은 최고 1,000 대 1의 경쟁을 뚫어야 한다. 이렇게 힘들다 보니 아나운서 지망생들은 소위 학원과 아나운서를 양성하는 아카데미 같은 곳에서 몇 달, 아니면 몇 년을 준비한다. 투자하는 돈도 만만치 않다. 그래도 돈 들여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하는 것은 로또 당첨에 대한 환상을 갖듯 아나운서 되기만 하면 한번에 모든 것이 풀린다는 그릇된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능계에서 활약하던 강수정 아나운서도 S방송국에서 몇차례 떨어진 후 K방송국에 합격이 되었다. 그녀 역시 아나운서 시험을 위해 방송 아카데미를 다녔고, 경제적으로 많은 투자를 했다.

그러나 이렇게 붙은 사람은 그야말로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다수 지원자들은 돈과 시간과 노력만 낭비한 채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이 꿈을 접어야만 한다. 방송사 입사에 성공한 아나운서들은 뉴스와 예능 프로에 출연하면서 점차 인기를 얻게 된다. 이런 인기 때문에 기획사에서 유혹을 받게되고, 입사할때 들였던 노력과 돈 때문에 '본전' 생각이 나는 아나운서들은 이른바 프리 선언을 한후 소속사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 것이다. 명예보다 돈을 더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라는 입장에서 아나운서들의 프리선언을 이해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보다 나은 조건을 찾아 일하려는 것은 개인의 선택의 문제이지, 방송사의 구속력, 괘씸죄 차원으로 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방송사 칼바람에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고액MC들도 문제지만 이들 MC를 대신해서 진행자로 들어가는 방송사 아나운서들도 안타깝긴 마찬가지다. 방송사 아나운서들은 '직원'이기 때문에 2~3만원의 출연료를 받고 업무량은 늘어나게 되고, 좋든 싫든 프로그램을 맡아야 한다. 인기MC가 맡을 때보다 시청률은 적게 나올 것이다. 그러면 CF는 줄어들게 된다. 그런데 방송국은 CF가 적은 프로들은 이미 하차시키고 있다. 앞으로 자사 아나운서들이 맡는 프로가 인기가 없을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가?

방송사의 프리선언과 괘씸죄는 연예계 노예계약과 별반 달라보이지 않는다. 아나운서들도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다. 그들의 소중한 직업 선택의 권리를 방송사는 존중하고 보장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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