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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비평

김제동의 ‘오마이텐트’, 정규편성 필요하다

by 카푸리 2009.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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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이 4년간 진행해왔던 KBS의 <스타골든벨>이 지난주 마지막 방송됐습니다. 그는 마지막 방송을 끝내면서 결국 눈물을 흘렸습니다. 녹화 3일 전에 하차통보를 받은 김제동이 억울한 면이 없겠습니까? 그는 마지막 방송에서 뭔가 복받친 설움과 감정을 절제하려 애쓰는 듯이 보였지만 끝내 눈물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함께 출연했던 게스트들도 눈물을 흘렸습니다.

<스타골든벨> 마지막 방송전인 지난 금요일(10월 16일)에 <오마이텐트>가 첫 방송됐습니다. 김제동이 진행하는 프로라 그런가요? 시청율이 10.7%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습니다. 파일럿 프로그램이라 11월 개편때 정규프로그램으로 편성될지는 MBC 편성국에서 결정할 일이지만 요즘 예능과는 달리 시청자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프로기 때문에 계속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요즘 예능은 유명스타들이 집단으로 출연해 억지웃음과 재미를 줄지 몰라도 왁자지껄한 분위기속에서 보고 나면 남는 것이 없이 공허한 느낌의 예능 프로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예능프로의 성격을 최근 7년 만에 캐나다에서 귀국한 개그우먼 이성미는 "수위도 세고 노출도 강하다. 그리고 독해지고 자극적이다. ‘대세’가 아닌 것은 재미없다고 치부해 버리는 요즘 세태가 안타깝다. 끝을 향해 달려가는 것 같은데 이것이 끝이라면 모두 무너지는 게 아닌가 싶다"며 비판을 했는데, 이런 예능 풍토 속에서 김제동의 <오마이텐트>는 가뭄 끝에 단비,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빵빵 터지는 예능도 좋지만 공감할만한 질문을 던지면서 생각하면서 볼 수 있는 프로였습니다.

방송시간도 한주간의 피로를 풀며 편안한 휴식을 할 수 있는 금요일 심야시간대인 점이 좋습니다.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여행 정보를 제공해주기 때문에 예능 프로지만 레저 컨셉을 가미하면 아주 좋은 프로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예능프로의 블루오션이 될 수 있습니다. 매일 연예인 신변잡기와 폭로전에 질려버린 버라이어티에 정말 좋은 프로가 나왔다 싶었습니다. 모든 예능들이 다 연예인들 위주의 프로로 진행된다면 그만큼 시청자들은 식상함을 느낄텐데, <오마이텐트>가 이런 식상함을 벗어나 사람 냄새를 맡게 해주었습니다. 마치 화학조미료를 섞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유기농음식을 먹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그림으로 치자면 한폭의 수채화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오마이텐트>는 게스트와 함께 1박2일 동안의 여행을 통해 그 사람의 소소한 면모를 들여다본다는 콘셉트입니다. 어떻게 보면 여행정보와 리얼 버라이어티를 추구하는 <1박2일>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만 맴버수가 다르고, 진행 방식도 다릅니다. <1박2일>은 여행중에 일어나는 좌충우돌 재미를 주지만 <오마이텐트>는 잔잔한 웃음뿐만 아니라 일상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주고 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방송을 보면서 흐믓한 미소가 떠나지 않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스타골든벨>에서 김제동이 외압으로 하차했다는 의혹이 강한 가운데, 파일럿 편성된 <오마이뉴스>를 보지 못한 일부 시청자들은 방송 후 보도된 <오마이텐트> 뉴스를 보고 답글로 김제동을 위로하자는 차원에서 무조건 시청해주자는 댓글도 많았습니다. 애석하게도 파일럿 프로라 그런지 몰라도 프로그램 시청자 게시판도 없습니다. 또한 드라마나 예능 프로가 첫 방송되면 악플이나 비판적인 글이 많은데, 김제동이 진행한 프로라 그런지 몰라도 악플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첫 방송된 <오마이텐트>는 금요일 저녁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예능프로가 될 수 있습니다. 게스트도 요란한 스타보다 생각이 있는 연예인을 초대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영화, 드라마, 앨범 등을 홍보하기 위해 출연하는 것은 일체 사양해야겠죠.

김제동은 연예인이지만 소탈하고 진솔합니다.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잘 살리면 <오마이텐트>는 의외로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습니다. 풋풋한 인심과 맑은 공기가 있는 강원도 살둔 마을 텐트촌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통기타를 치며 가을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우는 시간은 누구라도 한번쯤 해보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켰을 겁니다. 한마디로 사람 냄새나는 프로입니다.


김제동은 작가들이 써준 대본대로 억지로 웃기지 않고, 모든 것이 가식이 아니었기에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이런 것을 블랙코미디라고 하지 않을까요? 웃음 속에서도 슬픔이 묻어나오고, 슬픔 속에서도 잔잔한 웃음이 묻어나오는 프로가 바로 <오마이텐트>입니다. 앞으로 시끌벅쩍한 게스트가 아니라 김제동과 함께 시청자들에게 마음의 여유, 생각의 여유를 줄 수 있는 출연자와 함께 한다면 금요일 심야시간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시청자들은 김제동과 도란 도란 이야기하며 매주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합니다. 이 프로가 정착되면 김제동은 '함께 여행가고 싶은 연예인 1위'가 되지 않을까요? 모쪼록 김제동의 <오마이텐트>가 날로 독해져가는 예능프로 가운데 눈과 마음을 깨끗이 정화시켜줄 수 있는 예능의 블루오션이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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