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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비평

‘무도’ 벼농사, 예능의 새 지평을 열다

by 카푸리 2009.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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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프로의 범위는 도대체 어디까지 일까요? 이런 우문(愚問)을 하는 이유는 어제 방송된 <무한도전> ‘벼농사특집’이 예능 프로 그 이상의 모습으로 예능 프로의 새 지평을 열었기 때문입니다. 방송국 스튜디오와 농촌 마을에서 웃고 떠들며 밥해먹고 여행 떠나는 이른바 요즘의 리얼 버라이어티와는 달리 ‘벼농사특집’은 오락의 범위를 넘어선 다큐 프로 같은 예능을 선보였기 때문입니다.

어제 방송된 벼농사특집은 올부터 추진돼왔던 장기 프로젝트였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김태호PD가 비밀리에 추진해왔는데, 박명수가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프로그램에서 처음 알려졌습니다. 그러니까 기획, 준비단계까지 포함한 제작기간만 무려 1년이라네요. 단일 특집으로는 가장 긴 특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작기간만 보면 영화 한편을 제작하고도 남는 기간입니다.


‘무도’ 맴버들은 강화 용두레 마을에서 이장님께 부탁해 농지를 빌려 올해 4월 16일 논갈이부터 시작했습니다. 농사가 잘 돼도록 고사까지 지낸 후 의욕을 가지고 농사를 하려 했지만 농사짓는 것이 만만치 않아 최초 2,000평을 지으려던 과욕을 버리고 현실적으로 700평만 짓게 됐습니다. 사상 최초로
논갈이도 맴버들이 인간쟁기로 변신해 소 한 마리와 경쟁을 벌이는 진풍경을 연출했지만 너무 힘들어 트렉터를 이용했습니다. 맴버들이 소로 변신하면서까지 시청자들에게 농사의 어려움을 전달하려 애썼습니다.

4월 18일 볍씨를 무려 모판을 만들고 4월 21일에는 빈 논에 물을 댔으며, 23일에는 못자리내기 작업을 하는 등 농사일정에 따라 착착 진행됐습니다. 농번기때 맴버들은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직접 농사를 지으며 구슬땀을 흘렸는데, 방송 목적도 목적이지만 농사를 통해 땀의 의미를 체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마치 <체험 삶의 현장> 프로같지만 <무한도전>은 농사를 지어도 그냥 짓는 것이 아닙니다. 그 속에서 웃음과 재미, 감동을 한꺼번에 주기 때문에 다큐 같은 예능프로가 탄생하는 것입니다.

정준하가 한해 농사를 잘되게 해달라고 고사를 지낼 때 돼지머리로 변신하고, 소 한 마리와 벌이는 인간쟁기 실험, 맴버들이 원두막에 모여 흥겹게 대사습놀이를 즐기는데, 박명수가 ‘옹헤야’를 선창하며 유재석의 임신 사실을 예언하는 것, 새참내기배 씨름 등은 ‘무도’가 예능 프로기 때문에 재미와 웃음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에 나온 장면들입니다. 물론 ‘벼농사 특집’에 대해 재미는 없었다고 하는 시청자들도 있습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무도’가 추구하는 포맷은 재미와 웃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예능 프로기 때문에 오락적 본질을 지키돼 그 속에서 ‘공익’적 요소를 가미해 깔깔대고 웃다보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예능이 아니라 시청 후에 감동을 주려고 한다는 점이 여타 예능 프로와 다릅니다.


사실 예능프로에 ‘공익’ 요소를 가미한다는 것은 오락프로 본질상 쉽지 않은 일입니다. 방송을 볼 때 가끔 공익광고협의회에서 나온 광고들을 보게 되는데, 이런 공익광고를 보며 웃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무도’는 시청률을 의식해 재미와 웃음만 추구하지 않습니다. ‘벼농사특집’ 또한 재미와 웃음보다 국민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들어있는 공익 특집이었습니다. 옛날과 달리 농사짓기가 더욱 어려워졌고, 농민들이 농사지은 쌀 한 톨이 농민들의 눈물, 땀의 대가인지를 보여주려 한 것입니다.

또한 우리가 매일 먹는 밥이 식탁에 올라오기까지 농민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낸 결실이라는 것을 알면 함부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지 못할 것입니다. ‘벼농사 특집’을 통해 이것만이라도 국민들에게 전달됐다면 성공적인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벼농사 특집’은 지금까지 제작해온 ‘무도’ 특집과는 달리 다큐 공익 예능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연 의미있는 특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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