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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비평

'무도' 식객편, 어머니의 손맛 2% 부족했다

by 카푸리 2009.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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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어머니가 만들어 주는 음식이 맛있는지 잘 모르지요. 그래서 집에서 먹는 음식보다 친구집에 가서 먹는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지기도 하고 매일 먹는 음식이라 그런지 특별히 어머니가 만들어준 음식에서 맛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집을 떠나 오랫동안 타지에서 살거나 결혼해서 몇 년 살게되면 금방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워집니다. 최고급 식당에서 아무리 비싼 음식을 먹어도 어머니가 만들어준 그 음식맛이 나지 않습니다. 결혼해서 아내에게 어머니가 해주시던 특정 음식을 해달라고 할 때 아내들은 정성을 다해 음식을 하지만 어머니가 해주던 그 맛은 니지 않죠.

필자는 어머니가 자주 만들어주시던 시레기국을 특히 좋아합니다. 김장철에 무청을 따로 모아 처마끝에 말려서 겨울이면 된장을 풀어 푹 끓인 그 시레기국 한 그릇의 맛을 아직까지 잊을 수 없습니다. 지금은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그 시레기국을 맛볼 수 없기 때문에 가끔 시골음식점에서 시레기국을 사먹기도 하지만 역시 어머니가 해주시던 그 맛은 아닙니다. 이렇게 누구나 어머니의 손맛을 잊지 못하는 것은 세상 모든 어머니들이 해주는 음식이 가장 맛있는 건강식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무한도전 품절남들이 요리에 도전장을 내밀었네요. 이들이 찾는 맛은 어머니의 손맛입니다. 세상 그 어떤 음식도 어머니가 해준 것보다 더 맛있는 것은 없지요. '무도' 제작진은 어머니의 특별한 '손맛' 때문에 세상에는 어머니의 숫자만큼 다양한 음식이 존재한다고 했는데, 무척 공감이 가는 자막이었어요. 맴버들이 찾는 어머니의 맛은 한국의 전통적인 맛입니다. 이들은 '우리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처럼 어머니의 손맛을 통해 한국 전통음식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식객' 특집을 마련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지난주 '벼농사' 특집에 이어 '식객' 특집을 하는 것이 연관성이 있어 보이네요. 벼농사특집을 통해 제작진은 식탁위에 올라오는 밥 한공기에 수많은 농민들의 피와 땀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죠. 그런데 이 식탁을 준비하는 것은 어머니들입니다.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이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 하루 세끼 정성들여 준비하는 수고로움을 맴버들을 통해 알려주는 것이 아닐까요? 김태호PD가 지난 9월에 결혼하더니 벌써 아내에게 꽉 잡혔나요? 아내를 위해 품절남들에게 요리를 배우게 하면서 아내에게 사랑받는 법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있다는 것을 제대로 가르치네요.

식객 특집 제 1탄은 '맛의 기억'입니다. 어머니의 손맛을 살려 6명의 멤버들이 사전에 선택된 메뉴를 직접 요리를 해보는 것인데, 이를테면 오픈 게임입니다. 유재석은 바지락칼국수, 박명수는 김치찌게, 길은 아귀찜, 정준하는 해물탕, 노홍철은 갈비찜, 정형돈은 보쌈 만들기 도전에 나섰습니다. 이들의 요리를 심사해준 사람은 요리 전문가 이혜정씨였는데, 맴버들이 국적도 없는 요리를 만들어내 이를 직접 시식하며 심사하느라 곤욕을 치르기도 했죠. 비록 어설프지만 맴버들은 자신이 선택한 메뉴를 만들기 위해 야채와 고기 등 재료 선택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기발한 요리를 만들어냈어요.

사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쁘다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맴버들이 언제 요리를 제대로 해봤겠어요? 유재석은 칼국수를 만들기 위한 반죽을 하다 너무 질게 만들고, 밀가루를 뿌리지 않고 반죽을 썰다가 둘러붙어버리자 메뉴를 수제비로 바꿔버렸어요. 정형돈은 보쌈을 만들기위해 고기를 삶을 때 끓는 물에 삶아야 하는데, 그냥 물에 첨벙 넣고 끓이고, 노홍철은 갈비찜을 한다며 처음부터 갈비와 야채를 한꺼번에 넣고 푹 끓여 갈비찜이 아닌 갈비탕을 만들어 버렸어요. 이렇게 좌충우돌하며 만든 음식은 보기는 좋아도 짜고, 달고 심지어 담배 냄새, 향수 냄새까지 진동해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되버렸어요.

그래도 그중에서 유재석이 만든 바지락칼국수, 박명수가 만든 김찌찌게가 간도 맞고 제법 먹을 만해서 1등이 유재석, 2등은 박명수가 차지했죠. 길이 만든 아귀찜은 담배냄새가 나는 듯 역겨워 차마 먹을 수 없을 정도라 꼴찌를 면치 못했어요. 박명수는 길의 아귀찜을 먹어보더니 '개밥이다. 아니 동물도 못 먹을 수준이다'라며 혹평을 하기도 했지요. 아귀는 생선인데, 손질을 제대로 하지 않은채 이것 저것 넣고 그냥 끓였으니 이상한 맛이 나올 수 밖에 없지요. 요리라는 것이 그냥 대충 만들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요리 한가지를 하더라도 얼마나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지를 보여준 것이죠.

오픈 게임 '맛의 기억'으로 1, 2등을 차지한 유재석과 박명수가 팀장이 되어 두 팀으로 나뉘어지는데, 한국을 찾는 VIP 손님을 위한 특별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죠. 누가 오는지 몰라도 유재석팀(정준하, 정형돈)과 박명수팀(노홍철, 길)은 한국의 전통음식을 만들어야 합니다. VIP 방문일이 10월 15일, 남은 일정이 약 한달입니다. 따라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VIP에게 대접할 요리를 당일 직접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유재석팀은 만화 '식객'의 저자 허영만 화백을 고문으로 위촉했고, 박명수팀은 전통음식전문가 윤숙자교수를 찾았지요. 유재석팀은 떡갈비, 죽통밥, 민어전을 만들기로 했고, 박명수팀은 김치수삼떡갈비, 호박타락죽, 단군신화전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두 팀의 본격적인 요리 대결은 다음주로 미뤄졌는데요. '식객' 특집편은 맴버들에게 단순히 요리 대결을 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지난주 벼농사 특집을 통해 농민의 수고로움을 알게해준뒤 이번주는 그 후속 특집으로 신선한 재료들을 가지고 손맛으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어머니들의 노고를 알게해준 것이지요. 더 나아가 한국 어머니들의 손맛을 세계에 알리기위한 의미있는 프로젝트였습니다. 그래서 맴버들 자체 요리 경연대회는 좌충우돌하며 국적도 없는 음식을 만들었지만 VIP 접대를 위한 다음주 요리는 가장 한국적인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러나 어머니의 손맛과 한국음식을 세계로 알린다는 좋은 취지로 방송한 '식객'편은 2%가 부족한 느낌입니다. 지난주 '벼농사'특집 추수때는 쌀 한톨이라도 농민들의 피와 땀이 들어있다며 소중히 다루었는데, 이번주는 음식재료를 가지고 장난치는 듯한 행동이 보여 눈에 거슬렸습니다. 채소, 생선도 농민, 어민들의 피와 땀이 스며있는 것이지요. 비싼 요리재료들을 가지고 먹지도 못할 음식을 만들어  바로 음식 쓰레기를 만드는 것은 조금 지나쳤어요. 또한 요리 대결을 하면서 길이 정준하의 요리에 소금을 뿌리고, 자기가 태운 밥을 슬쩍 바꿔치기 하는 모습은 아무리 설정이라도 해도 '무도' 답지 않았습니다. 요즘 무도팬들은 이런 장면으로 씁쓸한 웃음짓고 싶어하지 않아요.

이 행동으로 길은 또 다시 수많은 안티팬을 양산하고 있네요. 제작진은 길의 이런 행동에 '예능 초보'라는 자막으로 넘어가기 전에 아예 통편집 했으면 좋겠네요. 주말 저녁 온가족이 식사할 시간에 음식을 만들면서 남의 요리 앞에 방귀를 뿡 뀌는 행동 또한 쌩뚱맞습니다. 방귀는 종종 웃음소재가 되지만 때와 장소를 가려야죠. 어제 길의 방귀는 예능이 아니라 추잡스럽게 느껴졌어요. 예능의 대표라는 <무한도전>인데, 가릴 것은 가려서 방송해야하지 않겠어요? 물론 예능은 다큐가 아니기 때문에 웃음을 주기위한 설정이라고 하면 할말 없지만 '무도' 제작진은 이렇게 안하고도 웃길 수 있지 않나요? 올초 '봅슬레이'특집때처럼 진지하게 한국 전통요리 도전 컨셉으로 나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암튼 '식객'편은 취지와 의도는 다 좋았으나 시행과정에서 2%가 부족한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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