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인터넷에 이경규에 관한 기사가 두 개 나왔다. 하나는 20년째 아버지 병간호를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꼬꼬면'으로 이경규가 돈방석에 앉았다는 것이다. 두 기사를 보니 묘한 느낌이 들었다. 하나는 이경규 효심 띄우기고, 또 하나는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듯 은근히 시샘하는 기사다. 이경규 아버지 얘기는 집안 일이니 제쳐두고, 꼬꼬면으로 정말 돈방석에 앉았을까 하는 게 궁금했다. 기사를 보니 이경규는 '꼬꼬면' 대박행진으로 5개월간 로얄티로 최소 4억에서 최대 8억의 수익이 예상된다고 한다.

라면은 대표적인 서민음식이다. 그런데 이경규가 '꼬꼬면'으로 수억의 로얄티를 받는다면 이를 어떻게 봐야할까? 잘 알다시피 '꼬꼬면'은 '남자의 자격-라면요리 컨테스트'에서 탄생한 요리다. 공영방송에 나와 시청료를 받으면서 우연히 만든 꼬꼬면인데, 마치 자기 것처럼 로얄티를 받는게 정당하냐의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 또한 꼬꼬면이 작가 등 제작진이 만든 각본에 의해 나온 것이라면, 이경규 개인이 로얄티를 받는 건 무리라는 것이다. 따라서 수익금 전액을 기부해야 한다고 강요하고 있다.


자, 그렇다면 보도대로 이경규가 과연 돈방석에 앉았을까? '꼬꼬면'이 한국 야쿠르트에서 제품으로 출시된다고 하자, 언론은 꼬꼬면의 맛보다 이경규의 로얄티에 더 관심이 많았다. 원래 이경규와 라면업체는 로얄티 지급에 관해 언급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언론에서 로얄티 문제를 워낙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다 보니, 라면업체에서는 'N%이며 정확한 수치는 공개할 수 없다'고 했었다. 그런데 기자들의 오지랖으로 이경규가 판매액의 10%를 로얄티로 받는 것처럼 잘못 보도된 것이다. 이 기사로 이경규는 꼬꼬면 때문에 영화로 말아먹은 돈을 한 번에 다 만회할 수 있을 것이란 루머까지 퍼졌다.

루머가 확산되자, 라면업체 홍보담당자는 이경규가 꼬꼬면으로 받는 로얄티는 '2% 미만'이라고 밝혔다. 수학적으로 2% 미만이란 얘기는 최대 1.99999...%부터 0%까지다. 정확히 얼마를 받는지는 이경규와 라면업체만 아는 얘기다. 그런데 언론에서 어떻게 이경규의 로얄티 수익을 계산했는지 모르겠다. 이 매체는 라면업체가 밝힌 기준과 달리 로얄티를 '1~2%'로 제시한 후, 지난 16일까지 출고량이 1,500만개가 넘었으니 소비자가격 1,000원을 기준으로 1억5천~3억원의 로얄티를 받는다고 했다. 그리고 올 연말까지 매출액이 400억원에 달할 것이기 때문에, 최소 4억에서 최대 8억의 대박을 터뜨린다는 거다.


과연 그럴까? 우선 로얄티 기준부터 틀렸다. '2% 미만'과 '1~2%'는 분명히 다르다. 또한 꼬꼬면 소비자가격을 1,000원으로 계산했는데, 할인점에선 800~850원에 팔리고 있다. 1,000원과 800원 사이에 벌써 20% 계산 차이가 발생한다. 그리고 할인점이 아니라 공장도 가격(약 600원)으로 로얄티를 계약했다면 수익은 더 줄어들 것이다. 가장 큰 착오는 매출액이 아니라 경상이익에 대해 배분받는 로얄티라는 것이다. 보통 경상이익이 매출액의 5~10%로 본다면 이경규가 받는 로얄티는 극히 적은 금액일 것이다. 꼬꼬면으로 하도 돈을 많이 번다는 소문이 나서 오죽하면 이경규가 해명을 했겠나 싶다.

언론은 이경규가 꼬꼬면으로 마치 떼돈을 번 것처럼 몰고가기 위해 수익을 최대로 부풀렸다. 어디 수익뿐인가? 얼마 전에 이경규와 딸 예림이가 꼬꼬면 CF촬영을 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 기사를 본 대중들은 꼬꼬면 로얄티에 CF 모델료까지 챙기는 이경규를 곱게 보지 않았다. 그래서 네티즌들이 이경규의 로얄티 수익 전액을 기부해야 한다는 불편한 시선이 나온 것이다. 기부 문제도 그렇다. 기부란 본인이 알아서 하는 것이지 남의 강요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강요로 이뤄진다면 기부가 아니라 빼앗는 것과 다름없다. 안 그래도 이경규는 꼬꼬면 수익금 일부를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이미 밝혔다. 그런데 수익금 일부가 아니라 전액을 내야 한다고 하는 건 도대체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다.


합법적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기 않고 돈을 버는 건 자본주의 사회의 기본 질서다. 만약 꼬꼬면이 이경규가 아니라 일반인이 개발한 라면이었다면 로얄티를 더 많이 받았을 지 모른다. 그런데 로얄티를 많이 받으면 이게 가격인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경규가 최소한으로 받을 거라고 본다. 이런 것도 모른 채, 이경규에게 수익 전액을 기부하라고 강요하는 사람들에게 단돈 1천원이라도 기부했는지 묻고 싶다.

꼬꼬면에 대한 호기심 차원에서 지금은 반짝 인기를 끌지 모르지만, 이런 인기가 계속되리란 보장은 없다. 라면에 대한 입맛은 개인에 따라 다르다. 그리고 입맛은 하루 아침에 변하기 어렵다. 지금 꼬꼬면의 인기는 이경규와 '남격'을 통해 나온 반짝 신드롬일지 모른다. 물론 언론의 시샘 가득한 예상대로 꼬꼬면이 계속 잘 팔릴 수도 있다. 아직 꼬꼬면이 대중의 입맛을 사로 잡을지, 아닐지 확실히 모르는 상황에서 '대박, 떼돈, 돈방석'이란 용어를 써가며 보도하는 언론과 이에 동조하는 대중들이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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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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