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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무한도전 스피드특집, 어이없는 조작설 황당하다

by 카푸리 2011.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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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전 '무한도전'이 방통위로부터 중징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저속한 표현과 과도한 고성 등으로 방송의 품위를 떨어뜨린다는 민원이 들어왔기 때문이란다. 품위라? 무한도전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과연 무한도전 프로가 품위를 떨어뜨렸는지 반문해 보지만 좀 납득이 안간다. 예능프로에서 품위를 지켜가면서 웃음과 재미를 주기가 어디 그리 쉬운 일이란 말인가. 정말 품위를 떨어뜨리는 방송은 '짝'과 같은 프로가 아닌가 싶다. 가끔 이 프로를 보는데, 쟝르가 예능이 아니고 교양프로다. 그런데 '자궁, 속궁합, 같은 침대서 세 명이 잘까봐 걱정이다' 등 선정적인 장면이 난무한다. 교양 프로가 선정적인 말과 자막으로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했는데, 이런 프로는 왜 제제가 없는지 이해가 안간다.

방통위 징계 수위는 이번달 말 전체회의에서 결정된다고 한다. 어떤 결정이 나올지 지켜보겠지만 김태호PD는 일단 지적된 내용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대인배다운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스피드특집 방송 후 '조작설'까지 나오고 있다. 김태호PD 제작 관행으로 볼 때 '조작'이란 말은 치욕인지 모른다. 황당한 조작설 근거와 그 조작설이 잘못됐다는 것을 한 번 조목 조목 따져보려 한다.


첫째, 스피드특집은 하루에 다 찍은 게 아닌데, 마치 하루에 찍은 것처럼 조작?

스피드특집은 지난 8월말, 아침부터 맴버들의 집을 일일이 찾아가 폭스바겐 버스에 태워 난지도로 갔다. 여기서 차량 3대가 폭파된 장면이 나왔는데, 이후 첫 미션을 받고, 국회도서관,
서강대교 밑 주차장, 미디어시티역 등을 오가며 촬영했다. 그런데 국회도서관 미션은 사실 9월 8일 오후 3시에 촬영된 것이다. 당시 뉴스를 통해 무한도전 맴버들이 왜 국회에 깜짝 등장했는지를 놓고 궁금증을 갖게했었다.


제작진이 날짜를 미뤄 촬영을 하면서 맴버들의 의상과 코디까지 시간차를 두고 똑같이 입게 하는 등 조작된 것이 분명하다고 하는데, 이는 조작과 연출을 구분 못하는 것이다. 이번 스피드특집은 차량폭파 등 사전에 준비할 것이 많았을 것이다. 난지도와 국회, 지하철역, MBC 신축건물 현장 등을 오가며 하루에 다 촬영하긴 무리다. 특히 국회도서관은 촬영날, 여의치 못한 사정 때문에 출입이 제한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시차를 두고 촬영한 것이지만, 당연히 의상과 코디를 똑같이 해야하지 않는가. 하루에 다 촬영하지 못했다고 해서 조작이라고 얘기하는 건 제작진의 노력을 폄하하는 게 아닐까 싶다.

둘째, 맴버들이 사전에 미션 내용을 다 알고 있었는데 모르는 척 했다는 것?

난지도에서 악마의 미션을 받고 서강대교 및 주차장으로 가던 중, 하하가 한 말이 그 근거란다. 폭스바겐 차를 타고 주차장으로 가던 중 하하가 유재석에게 '형, 얼마 안 남았어요. 차 밀려면 빨리 가야되요.'라고 했다는데, 이는 주차장 아래에 있는 글자를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보기를 통해 이 부분을 몇 번 확인해 봤다. 맴버들이 탄 버스는 주차장을 코 앞에 두고 차가 무척 밀렸다. 운전을 하던 유재석이 급한 마음에 먼저 '야, 근데 왜 또 차가 막히냐'고 했다. 이 말을 듣고 하하가 '형, 얼마 안 남았어요. 차 밀려... 빨리 가야되요'라는 말이다. 얼핏 들으면 '차 밀려면...'으로 들린다.


맴버들의 말이 대부분 자막으로 나왔는데, 하하의 말은 자막은 나오지 않고 음성만 들렸다. 좀 헷갈리게 들을 수 있지만, 차가 밀리는 상황과 앞서 유재석의 말을 볼 때 하하는 '형, 얼마 안 남았어요. 차 밀리면...(안되니까) 빨리 가야되요'라고 한 말이다. 즉, 30분 제한 시간 때문에 차가 밀리면 큰 일이니 빨리 가자는 말이었다. 하하 뿐만 아니라 맴버들은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길을 두고 좌회전이다, 유턴이다 등을 놓고 우왕좌왕 했다. 하하의 말 한마디를 두고 사전에 미션을 알고 있었다는 건 억지 중의 억지다.

셋째, 홍카 폭발을 진짜인 것처럼 속이고, 노홍철이 자기차인 것처럼 연기했다?

이미 노홍철의 홍카는 추석특집때 예고편으로 나왔다. 이때 홍카 폭발 장면을 보고 진짜 노홍철 차량이 폭파될 거라고 예상한 시청자는 별로 없었을 것으로 본다. 예고대로 스피드특집 2편에서 홍카가 폭발했다. 위험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블록버스터급 예능이란 찬사도 있었다. 문제는 홍카가 가짜인데, 버젓이 진짜처럼 속였다는 거다. 물론 이 말은 맞다. 그런데 예능에서 어찌 블록버스터급 영화처럼 진짜 노홍철 차량을 폭파시켜야 할까? 만약 진짜로 폭파시켰다면 또 난리가 났을 것이다. 가짜 차량을 진짜인 것처럼 오해하도록 만든 제작진의 뛰어난 기획력이지, 이걸 속였다고 보는건 정말 황당한 시각이다.


또한 홍카가 폭발될 때 노홍철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깜짝 놀랐고, 유재석 등 맴버들도 '사전에 얘기된 거냐?'며 놀랐는데, 이게 연기라는 거다. 노홍철이 어떻게 자기 차를 몰랐냐는 거다. 그런데 차량이 폭파된 시간을 보자. 저녁 늦은 시간이다. 흰색 다마스와 홍카와의 거리도 좀 떨어져 있다. 그리고 제작진은 노홍철이 속도록 노홍철차 바로 옆에 있던 하하차를 가장 마지막으로 빼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어디 그뿐인가? 번호판과 후진등을 보지 못하도록(구형마티즈기 때문에) 옆으로 차를 파킹시켰다.


노홍철은 그래서 차가 폭발할 때까지 자신의 차량을 유심히 살필 여유가 없었다. 설마 설마 하며 지켜보던 노홍철이 진짜 홍카가 폭발된 것을 보고 얼마나 놀랐겠는가? 노홍철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이거 자극특집이에요?, 눈앞에서 잔인하게 홍카 폭발 장면을 보여주다니...'라며 당황했다.
애초에 노홍철 매니저와 제작진만 알고 있었고 맴버들은 전혀 몰랐으니 조작이라고 하지만, 이건 엄청난 기획이다. 스피드특집은 제작진의 철저한 기획 속에서 나온 것이지만, 진행은 모두 리얼이었다. 노홍철이나 맴버들이 가짜인 줄 알면서도 일부러 연기를 했다는 건 어이없고 황당한 조작설 몰아가기에 불과하다.

무한도전의 장점은 실감나는 리얼리즘이다. 그동안 꼬리잡기 등 여러가지 미션 수행 특집을 보면 제한된 시간에 타임라인을 따라가는 맴버들을 보면서 몰입할 수 있었다. 이번 스피드특집은 스케일이 워낙 방대해 타임라인대로 촬영할 수 없는 불가피한 여건도 있었을 것이다. 어차피 예능이란 게 100% 리얼로만 찍을 순 없다. 무한도전 역시 다큐가 아니기 때문에 100% 리얼을 바라는 건 욕심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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