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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1박2일 엄태웅, 존재감이 사라진 이유는?

by 카푸리 2011.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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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의 '1박2일' 하차 불똥이 엄태웅에게 틔고 있는 거 같다. 지난주 시청자투어 대비캠프 2편에서 엄태웅은 거의 말이 없었는데, 이를 구실로 너무 안일하게 방송하고 있다고 비판을 받고 있다. 엄태웅은 항상 웃는 얼굴로 나오기 때문에 '훈남'이라고 했는데, 그 모습마저 이제 꼴보기 싫어진 걸까? 처음 엄태웅이 들어올 때는 좋다고 하더니 무임승차, 방청객 수준으로 전락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명품조연특집때 성동일이 엄태웅에게 '너무 날로 먹는다'고 할 정도니, 말이 적긴 적은 모양이다.

사실 예능 첫 출연한 엄태웅에게 기존 맴버들과 같은 예능감을 기대하는 건 욕심인지 모른다. 김종민도 공익가기 전에는 강호동 다음으로 빵빵 터뜨렸는데 복귀 후 비난받은 걸 생각하면 엄태웅에게 존재감을 요구하긴 아직 무리라고 본다. 엄태웅이 '1박2일'에 온 지 6개월이 지났는데, 아직 완전하게 자리잡은 건 아니다. 적어도 1년은 지나야 캐릭터도 생기고 서서히 자신감도 생긴다.
그렇다면 왜 엄태웅은 존재감이 없어진 걸까?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엄태웅은 존재감이 없었는지 모른다. 5명으로 근근히 버텨가던 '1박2일'에 가뭄의 단비처럼 왔던 엄태웅이 왜 병풍이라고 비난받고 있을까를 생각해 봤다.


첫째, 객원MC 배려로 엄태웅이 묻혔다.
시청자투어 캠프를 위해 특별히 김병만, 백지영, 전현무, 성시경 등 4명의 객원MC가 출연했다. 나영석PD로선 당연히 손님 접대 차원에서 이들을 챙겨야 한다. 강호동 역시 한 가족인 맴버들보다 손님 챙기기 바쁘니 엄태웅이 보일리 없다. 다른 맴버들은 자기 분량을 알아서 뽑을 줄 아는데, 엄태웅은 아직 이런 단계가 아니다. 강호동이 옆에서 챙겨주고 배려해줘야 엄태웅이 한 두마디 하는데, 신경을 못쓰니까 '호동빠' 캐릭터가 먹힐 리 없다. 그러니 병풍처럼 우두커니 서서 웃고 있을 수 밖에 없다. 엄태웅 역시 객원MC를 배려해줘야 하는 입장인데, 자신 챙기기도 어려우니 속으론 답답해 했을 것이다.

둘째, '호동빠'의 의미가 없어졌다.
엄태웅은 호동빠를 자처하며 강호동에게 찰싹 붙었다. 그런데 강호동이 하차하고 프로그램마저 폐지된다고 하니 강호동 이미지는 나빠질 대로 나빠졌다. 강호동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호동빠를 자처하는 엄태웅이 좋을리 없다. 이런 마당에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우두커니 서있기만 하는 엄태웅에게 강호동을 대신해 화풀이를 하는 지 모른다. 강호동은 하차 의도가 어떻든 간에 그 일로 욕을 얻어먹을 만큼 먹었다. 한 사람만 계속 비난하면 재미가 없으니 그 대상이 엄태웅으로 옮겨간 것이다. 강호동이 하차하지 않고, 이승기가 처음 들어왔을 때처럼 이름도 자주 불러주고 챙겨줬다면 엄태웅의 예능끼가 폭발했을지 모른다. 아직 엄태웅은 한창 예능 걸음마를 할 때인데, 손을 잡아줄 사람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셋째, 나PD 모습에 엄태웅이 가려졌다.
나PD의 방송 욕심은 정말 끝이 없는 것 같다. 방송 진행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화면에 나온다고 하지만 목소리며 얼굴이며 나와도 너무 나온다 싶다. 처음에 한 두번 나올 때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아예 제 7의 맴버로 프로그램 전반에 걸쳐 등장한다. 요즘은 단독 클로즈샷까지 자주 나온다. 지난주엔 엄태웅보다 더 많이 나왔으니, 그 존재감이 참 대단하다. 나PD가 처음 엄태웅 숙소를 급습하며 그에 대한 애정을 보일 때처럼 편집때 엄태웅의 좋은 모습을 자주 보여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넷째, 엄태웅을 상징하는 캐릭터가 없다.
엄태웅 캐릭터는 아직 딱히 정해진 건 없다. 이승기가 처음 '무당'이라고 지어줬는데, 오래가지 못했다. 그 이후 훈남으로 불리다가 '호동빠'가 됐는데 이 또한 좋은 캐릭터라고 볼 수 없다. 지금은 엄포스, 엄순둥으로 불리는데, 이 캐릭터 자체가 말이 별로 없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이수근의 앞잡이, 은지원의 지니어스원처럼 특징이 없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폐지될 프로기 때문에 의욕이 없다.
강호동 하차와 프로그램이 폐지된다고 했을 때 엄태웅은 '안타깝고 아쉽다'고 했다. 이 말의 의미는 이제 막 예능에 눈을 뜨기 시작했는데, 제 기량 한 번 발휘하지 못하고 폐지라니 서운하단 말로 들린다. 6개월 후 폐지될 프로가 아니라면 모를까, 어차피 폐지될 프로인데 열심히 하고 싶을까? 더구나 앞으로 배우로 활동해야 하기 때문에 어줍잖게 하다가 이미지만 버릴까 걱정도 앞설 것이다. 엄태웅은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아주 어정쩡한 상태에서 '1박2일' 방송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강호동이 없으면 '1박2일'에서 1인자 자리를 넘볼 정도가 된 이수근도 처음엔 존재감이 없어 좌절도 많이 했다. 이수근이 적응하는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가수지만 몇 년을 예능에서 굴러먹은 김종민도 요즘 죽을 쑤고 있는데, 연기만 하던 엄태웅이야 오죽하겠나 싶다. 안그래도 예능감이 없는데, 시청자투어 특집에서 위와 같은 이유로 엄태웅의 존재감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밥값도 못한다고 비난을 하는데, 6명 전부가 뜨겠다고 나대면 재미가 없지 않은가? 아마 다들 노홍철처럼 말 많이 하면 너무 정신없어 바로 채널 돌릴 것이다. 엄태웅처럼 조용히 웃어주는 맴버도 있어야 프로그램이 사는 거다. 엄태웅은 글로 비유하자면 여백의 미다. 식상한 말장난과 복불복에 지친 시청자들이 엄태웅의 편안한 얼굴을 보고 쉬어갈 수 있지 않나 싶다. 웃는 모습만 봐도 편안하고 좋지 않은가?

억지로 웃기려고 무리수를 범하는 것보다 순수한 모습을 보이는 그 자체가 엄태웅의 진짜 매력이 아닐까 싶다. 워낙 숙기가 없기 때문에 아무리 예능을 배우려 해도 안되는 건 안된다. 연기와 달리 카메라 앞에서 수줍음이 많고, 게임도 못하고 여기에 저질 순발력과 최악의 리액션이니 본인은 얼마나 답답하겠나? 나PD의 설득에 예능 고정출연 한다는게 용감하게 생각됐는데, 지금 와서보니 무모한 도전이란 생각이 든다. 배우에게 개그맨하라고 하는 꼴이니 말이다. 만약 '1박2일'이 폐지되지 않는다면 중도에 하차할 수도 없으니, 한 편으론 '1박2일' 종영이 엄태웅에겐 오히려 다행이란 생각까지 든다. 그나마 욕을 덜 먹으니 말이다. 어쨌든 힘들겠지만 마지막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 엄태웅만의 예능 매력을 조금이나마 보여주고 끝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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