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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1박2일' 엄태웅, 지나친 언플은 독이다

by 카푸리 2011.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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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웅의 '1박2일' 효과는 솔직히 예상보다 컸다. 배우로서 예능에 첫 선을 보인 것 치고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괜찮았다는 얘기다. 그래서 제작진이 너무 고무됐나? 연일 엄태웅 띄우기에 여념이 없다. '1박2일'은 엄태웅 혼자 만드는 게 아니다. 강호동, 이승기도 있고, 김종민도 있다. 엄태웅을 비롯해 여섯명의 맴버가 고르게 활약하기 때문에 '1박2일'이 인기가 있는 것이다. 엄태웅은 새 맴버기 때문에 호기심 차원에서 언플을 안해도 관심받게 마련이다. 그에 대한 지나친 배려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시크릿가든'에서 나온 '현빈앓이'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그런데 고작 1회 '1박2일'에 출연한 엄태웅에게 '태웅앓이'라는 칭호까지 붙여주니 좀 과하다는 느낌이다. 그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보여준 활약만 놓고 볼 때 '~앓이'라는 말까지 쓸 정도로 대단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예능 초보 엄태웅은 지금 한창 눈치보는 중이다. 무엇을 어떻게 할 지 아직 감이 잡히지 않아 어리버리한 상태다. 강호동과 이승기 등 기존 맴버들이 엄태웅이 빨리 적응하도록 도와주고, 편집도 엄태웅 위주로 하고 있다. 아무리 예능감이 없어도 카메라 포커스가 한 맴버에게 집중되면 시선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일부 언론에서 엄태웅의 첫 출연을 두고 '난리가 났다!'고 호들갑을 떨었는데, 정말 난리가 났을까? 지난 방송분을 다시 생각해보니 그렇지 않다. 엄태웅은 그에게 맡겨진 복불복 미션(묵찌빠, 낙오 등)을 예능이 아니라 다큐처럼 수행해냈다. 배우기 때문에 대본에 따라 드마라 촬영하듯이 찍었다. 기상미션 깃발뽑기에서 3개를 먼저 뽑았지만 결국 다 빼앗기고, 아침밥을 먹지 못한다고 혼자 방안에 있는 모습은 아직 그가 '1박2일식 예능'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나타난 그의 순박하고 순둥이같은 인간적 매력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는 기존 맴버들이 복불복 때마다 치고 빠지는 술수와 잔꾀를 부려왔기 때문에 이들과는 다른 엄태웅의 순박함이 일시적인 효과를 본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순둥이 기질이 앞으로 '1박2일'에서 계속 먹힐까? 솔직히 장담할 수 없다. 버라이어티는 여러 맴버들이 벌이는 재미 따먹기라고 할 수 있다. 치열한 생존 경쟁이다. 같이 1박2일간 생활해도 재미가 없으면 편집당한다. '청춘불패'에서 효민이 오죽 재미없으면 통편집 당했을까? VJ 한 명이 엄태웅을 팔로우하면서 촬영해도 다큐같으면 편집될 수 밖에 없다. 예능은 재미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는 기존 맴버들이 언제까지 엄태웅을 위해 들러리(?)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종민도 공익근무를 마치고 복귀할 때는 요란했다. 제작진이나 맴버들이 김종민 한 사람을 위한 특집 아닌 특집으로 꾸몄기 때문이다. 복귀 첫 방송은 괜찮았지만 그 이후로 김종민은 '병풍'으로 비난의 대상이 됐다. 카메라가 그에게 집중되지 않고, 맴버들간 치열한 재미 싸움에 김종민이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엄태웅도 마찬가지다. 첫 방송은 호기심 차원에서 봐주었지만 두번째부터는 다르다.  맴버들간 경쟁에서 때로는 혼자 치고 나올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엄태웅의 순둥이 기질로 볼 때 당분간 이런 걸 기대하긴 어렵다. 나영석PD가 엄태웅을 삼고초려로 영입할 때 '앞으로 잘 봐주겠다'고 했다는데, 언제까지나 엄태웅만 편애할 수 없다. 만약 엄태웅만 편애한다면 기존 맴버들이 들러리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들러리는 첫 방송으로 족할 뿐, 이제 엄태웅은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자생력을 길러야 한다.


툭 까놓고 얘기해서 엄태웅은 예능 초보 아닌가? 이제 걸음마를 뗐을 뿐이다. 그런데 엄태웅 때문에 '1박2일'이 '일밤'의 추격권을 따돌리고, 유재석의 '런닝맨'도 누를 정도로 놀라운 예능감을 보였다는 것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말인지 모르겠다. 이런 언플은 '1박2일' 홍보에 도움은 될 지 언정 엄태웅에겐 부담이 되고 독이 될 수 있다. 기대치를 잔뜩 높여놓았는데, 막상 보이는 것은 수줍은 미소와 '무당'(이승기가 지어준 별명으로 예능감이 전혀 없는 백지상태라는 뜻) 캐릭터라면 실망할 수 밖에 없다. 엄태웅 자신도 시청자들의 기대치에 부응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다보면 예상치 못한 눈총을 받을 수도 있다.

물론 엄태웅이 열심히 하는 건 인정할 만 하다. 핸드폰에 구구단표를 저장해놓고 외우는 등 변화에 적응하려는 노력은 가상하다. 예능이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이라면 못할 사람이 없다. 예능은 타고난 끼와 재치가 있어야 한다. 그 끼와 재치가 부족한 엄태웅에게 '태웅앓이가 시작됐다', '1박2일의 천군만마', '일밤을 누른 기대주'라며 칭찬 일변도의 언플이 계속된다면 이는 엄태웅에게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1박2일'은 김C와 MC몽의 하차, 김종민의 '묵언수행' 등으로 위기라는 말까지 들었다. 그 위기 속에서 3년 3개월만에 새로운 맴버 엄태웅을 선택한 것은 잘한 일이다. 그런데 제작진이 엄태웅에 대한 지나친 기대를 갖거나 언론에서 밑도 끝도 없는 '언플'을 계속한다면 엄태웅이 그 부담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무너질 수 있다. 이는 아직 예능 날개도 피지 못한 엄태웅에게 하늘로 높이 날으라는 말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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