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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무한도전, 확 달라진 박명수의 인간성

by 카푸리 2011.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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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이 달라졌다. 기존에는 일곱 명의 맴버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드러내며 깨알같은 재미를 주었는데, 새해 들어서는 맴버 중 한 사람을 히어로로 만들고 있다. 지난주는 '정총무가 쏜다' 특집으로 정준하가 주인공이었는데, 어제 '타인의 삶'에서는 박명수를 띄웠다. 박명수는 버럭질과 호통으로 자칫하면 남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데, 그는 이런 가학적 멘트 때문에 비난도 많이 받았다. 그런데 박명수가 달라졌다. 예전의 박명수가 아니었다. 병실에 입원한 13살 이예진양에게 생각없이 말실수를 해서 상처를 주고 말았는데, 다시 예진을 찾아가 달래주며 달라진 인간 박명수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무도' 타인의 삶 특집은 지난해 10월에 참가자 신청을 받았는데 총 437명이 신청했다. 이 중 70년생 박명수의 호통 인생이 부러운 동갑내기 재활의학과 교수 김동환씨가 437대 1의 경쟁을 뚫고 참가했다. 박명수와 하루 일정을 통째로 바꿔 김동환씨가 버럭 박명수로, 박명수는 대학병원 의사로 서로의 하루를 바꾸어 살았다. 방송, 그것도 어렵다는 예능 프로에 처음 출연한 김동환교수는 처음에는 적응을 잘 못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빠르게 적응해갔다. '타인의 삶'은 박명수의 변신에 포커스가 맞춰졌는데, 그 컨셉이 인간 박명수였다. 기존에 보여주던 박명수의 호통보다 '인간성'이 많이 부각됐다.


평시 녹화할 때 대본도 잘 보지 않던 박명수는 의사 친구에게 전화를 해 의사들과의 대화 예의, 의학 전문용어 등에 대해 사전 속성 과외를 받았다. 그만큼 의사로 빙의되는데 따른 부담이 컸다는 거다. 병원에 도착한 박명수는 긴장 백 배, 부담 천 배다. 3층 재활의학과 김동환교수 방에 도착해 흰 가운을 갈아입으니 그럴 듯 하다. 동료 선후배 교수들과 조크가 섞인 인사를 나누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박명수는 대학병원 의사로 체인지돼 완전 빙의됐다. 하얀 가운을 입은 그의 모습에 '하얀 거성'이란 자막이 떴는데, 그 자막에 어울릴 만큼 포스도 있었다. 그런데 오전 회의 시간에 박명수가 안드로메다로 가고 말았다. 개념이 없어서가 아니다. 매일 오전에 열리는 의국회의에 1시간이나 늦어 앉자마자 분위기가 무겁다. 담당과장에게 꾸중을 들은 것도 썰렁한데, 신환보고때 등장한 레프트 사이드 위크니스 등 의학전문 용어에 머리가 돌 지경이다. 박명수 표정을 보니 마치 외계 나라에 온 것 같다.


의사 가운을 입어 외모만 그럴싸 하지 박명수의 머릿속은 온통 뒤죽박죽이 된 채 도대체 뭘 하는지조차 모른다. 가끔씩 던지는 과장의 돌발 질문에 조크로 위기를 모면하려 하지만 그의 표정에는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그러나 언제까지 긴장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어떡하든 썰렁한 분위기를 깨려고 그 무섭다는 과장에게 농담을 던지자, 무겁던 과장의 얼굴에 웃음이 터졌다. 회의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회의를 마치고 이제 회진을 돌 시간이다. 회진을 한다고 하자, 박명수가 혹시 병원에서도 버럭질을 해대며 환자들에게 거부감을 주면 어떡하나 했는데, 기우였다. 다른 의사들과 달리 박명수는 웃음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기술이 있었다. 의사가 의술로 환자를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으로 환자와 교감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가 병원에 도착하자 함께 일하는 의사들과 환자들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박명수는 웃음을 통해 환자와 교감하는 게 탁월했다. 재활의학과는 환자의 회복을 돕는 것이기 때문에 웃음치료가 딱이었다. 박명수가 가는 곳엔 웃음이 있었고, 그래서 병원 내 최고 의사는 단연 박명수였다.


회진을 하면서도 등장하는 전문 의학 용어들 때문에 박명수의 머리는 아직 안드로메다 행성에 있다. 간신히 환자에게 할 말은 '치료 잘 받으세요!' 정도였다. 그런데 네번째 환자 방문때 박명수가 예상치 못한 실수 아닌 실수를 하고 말았다. 1년 전 뇌수술을 받은 이예진(13살)양은 박명수를 보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 예진양은 수술 후유증으로 왼쪽 마비가 온 소녀인데, 그래도 마음만은 해맑았다. 박명수는 예진양을 위로한다고 '잘 생겼네'라는 말을 건넸는데, 예진양이 '네?'하며 정색을 했다. '잘 생겼다'는 박명수 말에 남자로 오인받은 것에 상처를 받고 예진양이 울기 시작했다. 순간 박명수가 당황했다.

박명수는 농담이라고 서둘러 예진을 달래려 했지만 이미 엎어진 물이다. 울면서도 농담을 건네는 예진양때문에 박명수는 더 미안해 했다. 박명수는 '빨리 완쾌해! 또 올께'라는 말을 남기고 예진의 병실을 나왔다. 이때까지만 해도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왜 할까 했는데 나중에 보니 공허한 약속이 아니었다.


숨가쁘게 진행된 대학병원 의사의 오전 일과를 마치고 점심 시간에 구내 식당으로 가자 의사, 간호원 할 것 없이 난리가 났다. 박명수의 '죽일놈의 인기'는 전혀 식지 않았다. 점심을 먹고 쉴 시간도 없이 강의, 멘토&멘티 상담시간 등이 이어졌다. 박명수가 가는 곳이면 환자든 의사든, 간호원이든 늘 웃음이 함께 했다. 그러나 계속된 일정으로 박명수는 녹초가 돼고 말았다. 의사가 결코 쉬운 직업이 아니다.

녹초가 된 상태에서 박명수가 수술하러 간다며 간 곳은 수술실이 아니라 이예진양 병실이다. 오전에 예진양에게 상처를 준 것이 못내 미안하고 아쉬웠을까? 박명수의 등장에 예진양은 특유의 까르르 웃음으로 반가움을 표시하며 좋아했다. 그러면서 예진양은 먼저 박명수에게 먹을 것을 주었다. 박명수는 예진양에게 힘을 내라며 준비해간 자신의 피겨를 주고, 사인까지 해주었다. 예진양은 박명수의 선물을 받고 정말 기뻐했다. 그리고 피겨를 두고 박명수와 예진양은 빵 터질 정도로 많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예진양 부탁에 자신의 전화번호까지 가르쳐주며, 예진양을 문자로 격려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박명수는 예진양에게 미안했던 감정이 푼 것 같아 홀가분해 했다. 다른 때 같았으면 무심코 지나쳤을 일인데, 박명수는 다시 예진양을 찾아와 그녀의 마음을 눈 녹듯이 풀어주었다. 예진이를 고쳐줄 의술은 없지만 마음으로나마 예진이를 낫게해주고 싶은 게 바로 박명수의 바람이다. 이런 모습을 보니 새해 들어 박명수가 '철이 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달라진, 너무도 인간적인 모습이다. '무도'에서 이런 모습은 유재석에게 주로 봐왔는데, 호통대왕 박명수에게서 보니 감동이 정말 두 배, 세 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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