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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동이, 숙종의 로맨틱한 달빛 프로포즈

by 카푸리 2010.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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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 '동이'가 점점 점입가경입니다. 장옥정의 본색이 드러나고 이제 인현왕후가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폐서인이 되게 생겼습니다. 명성대비 시해를 사주한 자가 인현왕후라는 허의관의 자백에 궁궐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숙종은 큰 충격을 받고 중전 vs 옥정의 진실게임을 서용기종사관에게 가리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똑똑할 줄 알았던 서용기 종사관이 장익제가 쳐놓은 덫에 그래도 걸려들어 숙종에게 인현왕후가 명성대비  시해사주의 배후 인물이라고 했으니 그 총명함이 다 어디로 갔는지 답답합니다.

어제 '동이' 19회를 보면서 조금 답답함도 느꼈습니다. 누가봐도 말이 안되는 허의관의 자백 하나만을 믿고 전개되는 황당 스토리때문입니다. 동이만 허의관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모든 사람들이 허의관의 말, 아니 장옥정 남매가 쳐놓은 덫에 걸려들고 만 것입니다. 극 전개상으로 이제 인현왕후는 장옥정의 모함으로 누명을 쓰게 생겼고, 동이 역시 잘못하면 목숨을 부지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차천수는 동이에게 만일 일이 잘못되면(인현왕후의 누명이 밝혀지지 않으면) 궁에서 빠져나오라고 했지만 동이는 모든 것이 장옥정이 꾸민 것을 알고 있기에 피하지 않고 차라리 수렁, 죽 죽음을 택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니 어쩌겠어요? 차천수는 동이을 잃을 수 없기 때문에 곁에서 지키겠다며 함께 합니다. 동이와 천수는 장익제가 쳐놓은 그물, 즉 1만냥짜리 환의 출처를 알아보기 위해 환을 발행한 상인을 찾아 나섭니다. 차천수는 그 상인을 쫓다가 발각돼 활극끝에 이들을 물리치지만 서용기 역시 환을 발행한 상인을 쫓다가 차천수를 발견하고 왜 이일에 끼어들었는지를 묻습니다. 동이는 그 사이 장익제가 보낸 자객에게 붙잡힐 위기에 처하고 끝나는데, 예고편을 보니 물속에 빠진 듯 한데, 극적으로 살아나네요.


이렇게 명성대비 시해사건을 두고 감찰부와 취선당의 물고 물리는 계략이 계속되는데, 동이가 매번 해결하는 것을 보면 동이가 명탐정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인현왕후가 누명을 썼어도 '동이가 해결해주겠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긴장감은 좀 떨어집니다. 매회 장옥정남매는 일을 벌이고 감찰부가 나서서 이를 해결하는 양상으로 스토리가 전개되는데, 어젠 숙종과 동이의 달달한 러브신이 그나마 볼만했지요. 그중에서도 로맨티가이 숙종이 달빛 아래에서 동이에게 사실상 프로포즈를 했습니다.

오늘은 숙종의 달달한 프로포즈에 대해 리뷰 한번 해볼까요? 동이와 숙종이 만날때 실시간 시청률이 가장 높다는데, CSI를 방불케하는 동이 활약도 좋지만 어제와 같은 러브신은 참 좋았습니다.

숙종은 명성대비 시해사건을 두고 인현왕후와 장옥정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습니다. 심경이 복잡하니 도승지, 대관들이 뵙기를 청해도 모두 물리치고 밤이 깊도록 상념에 잠깁니다. 그러다가 문득 한내관에게 잠시 다녀올 곳이 있다고 했는데 바로 동이를 보러가자는 것이었습니다. 동이는 한내관에게 안내돼 숙종에게 갔습니다. 숙종은 대궐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옥정을 불러 상의하고 시름을 달랬는데, 이제 동이를 찾게 된 것입니다. 동이와 숙종은 달빛 아래서 둘 만의 데이트를 합니다.

감히 데이트라는 말을 쓸 입장이 아니지만 동이가 말했듯이 숙종을 판관 나으리라고 생각하니 두 사람 모두 마음이 편합니다. 숙종은 동이와 함께 바람을 맞으니 가슴을 짖눌렀던 답답한 마음이 조금은 풀린다고 말했습니다. 동이가 이 기회를 틈타  대비마마 탕약과 관련된 진실을 고하려 했으나 숙종은 동이의 말을 끊고, 그 엄청난 일에 대해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고, 누구도 보고 싶지 않은데 갑자기 동이 생각이 나서 불렀다고 했습니다. 풍산개 동이와 함께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입니다.


숙종은 동이를 만나 명성대비 시해사건에 대한 시름을 다 잊고 호탕하게 웃습니다. 그러면서 동이와 함께 있으면 대궐이라는 것, 임금이라는 것을 모두 잊는다고 했습니다. 동이가 숙종에게 '이곳이 궐이라는 것, 전하께서 임금이라는 것이 힘드신가요?'라고 묻자, 숙종은 웃으면서 진작에 동이를 만나 담타는 방법을 배웠으면 오래전에 담을 넘어 도망쳤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외로운 임금의 심정을 말한 것이죠.

그러면서 내가 봐야 할 진실, 즉 탕약 사건을 두고 나올 중전과 옥정의 진실이 가려지게되는 것이 두렵다고 했습니다. 누가 되든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숙종 손으로 벌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픈 겁니다. 이때 동이가 다시 진실을 말하려 하자, 숙종이 또 말을 끊고 동이 앞에서 죽는 소리를 했다며 멋쩍어 합니다. 숙종은 동이가 무슨 말을 해도 다 들어줬는데, 왜 말을 가로막았을까요? 동이와 함께 있는 그 순간만큼은 신분의 계급장을 모두 떼어내고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고 싶은게 아닐까요?


동이가 숙종에게 판관 나으리라고 생각하니 어떤 말을 해도 괜찮다고 하자, 숙종은 호탕하게 하하하 웃습니다. 판관나으리와 풍산개 관계라면 숙종이 동이에게 어떤 말도 할 수 있죠. 숙종은 한바탕 웃고나더니 동이를 한번 부르고 달빛 아래서 멋진 프로포즈를 합니다. 숙종은 참 로맨틱한 임금입니다.

"너는 이곳에서 내가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되어주었으면 좋겠구나. 아무도 믿을 수 없는 궐이지만 너만은 내 옆에서 오래 오래 믿을 수 있는 벗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이 말을 듣고 동이는 깜짝 놀랐습니다. 숙종의 말은 동이를 풍산개로 생각해서 말동무를 해달라는 것일 수 있으나 이는 숙종 곁에 항상 머무는 후궁이 돼 달라는 프로포즈의 의미가 담긴 말입니다. 역사에 동이가  훗날 영조 임금의 어머니 숙빈 최씨라는 것이 알려진 채 보고 있지만 픽션이라면 어제 숙종이 동이에게 한 말은 대단히 의미심장한 말입니다. 이른바 숙종의 로맥틱한 달빛 프로포즈입니다.


그런데 이 장면을 장옥정이 보게 됩니다. 장옥정은 숙종이 대신들까지 물리고 혼자 고뇌에 빠진 것으로 생각해 위로해주려고 왔다가 동이와 함께 호탕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습니다. 아니 시샘과 질투심이 하늘을 찌르고도 남을 표정입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이렇게 독백을 합니다.

'그 아이(동이)를 보고 계셨습니까? 전하! 제가 아니라 동이 그 아이를요?'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미 장옥정은 이때부터 동이에게 지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장옥정은 질투의 화신 헤라가 돼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숙종의 마음은 동이에게 향하고 있습니다. 장익제가 그래서 동이를 제거해야 한다고 했을 때 장옥정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장희빈은 지혜와 위엄이 서린 품위이는 희빈이 아니라 조선판 권력과 욕망의 팜므파탈로 변하고 있습니다.

'동이' 3회에서 도사 김환(정인기)이 나왔던 것 기억하나요? 김환은 장옥정에게 "당신은 모든 것을 가졌지만, 모든 것을 잃은 자의 그림자가 된다"고 했습니다. 김환이 말한 모든 것을 가진 자는 장옥정이요, 모든 것을 잃은 자의 그림자는 곧 동이였습니다. 김환은 동이와 장옥정을 '빛과 그림자'로 비교해 두 여인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을 예고한 것입니다. 그 피할 수 없는 숙명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될 듯 합니다. 숙종을 두고 동이와 장옥정의 피할 수 없는 싸움이 시작됐는데, 이미 숙종에게 로맨틱한 달빛 프로포즈를 받은 동이가 훨씬 유리하겠죠? 질투의 화신 장옥정은 이미 부러워했기 때문에 진 것인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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