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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지붕킥’, 정음은 지훈의 망부석인가?

by 카푸리 2010.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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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콤 ‘지붕킥’ 종영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종영을 앞두고 새드엔딩일지 해피엔딩일지 궁금한데, 이왕이면 해피엔딩이 좋겠죠? 김병욱PD가 새디스트 같아서 그런지 102회 정음-지훈 에피를 보니 지정커플은 이루어지지 않을 듯한 슬픈(?) 예감이 드네요. 요즘 제작진 체력이 딸려서 그런가요? 아니면 긴장감이 풀렸나요? 어제 ‘지붕킥’ 재미는 그저 그랬어요. 이순재가 이틀 밤을 꼬박 새고 피곤해서 하루 종일 졸고 잠자는 에피가 나오던데, 피로한 제작진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이 드네요.

또 한 가지 에피는 정음의 한도 끝도 없는 기다림이었어요. 정음이는 점점 망부석이 돼가고 있어요. 이지훈이 레지던트 3년차라 한창 바쁜 것은 알지만 정음은 이제 기다림에 서서히 지쳐가고 있어요. 어제 정음은 ‘지훈이 바쁜 것을 알면서도 늘 기다리기만 하는 자신이 비참하게 느껴진다’고 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그 정도도 이해 못하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막상 당사자 입장이 되고 보면 다릅니다. 어제 약속시간을 지키지 못해 갈등을 빚는 지훈-정음 커플을 보니 조금씩 갈등이 보이려고 하네요. 스포에 나오는 대로 지정커플이 헤어지기 위한 단계를 이제 하나씩 밟아나가는 것 같습니다.


어제 정음이는 지훈이와의 데이트 약속 때문에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지훈은 약속 시간이 돼도 나오질 않고 전화도 받지 않았습니다. 급성출혈 환자 때문에 전쟁을 치루는 바람에 지훈은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에요. 정음은 일곱 시간이나 쫄쫄 굶다 돌아와 집에서 양푼 비빔밥으로 배고픔을 달래는데, 광수가  ‘의사를 만나는데, 네가 이해해’ 하고 염장을 지릅니다.

정음은 지훈이 데이트 약속을 깬 날 이후 전화도 받지 않고 냉전중입니다. 정음은 문자로 당분간 바쁘다고 한 후 지훈에게 화풀이 중입니다. 그런데 인나가 그러다 의사샘 도망가면 어쩌려구 그러나며 정음의 핸드폰을 강제로 빼앗아 지훈에게 전화를 겁니다. 인나 때문에 엉겁결에 정음의 전화를 받은 지훈은 아직도 바쁘긴 마찬가지에요. 정음은 점심 때 카페에서 잠깐 보자고 약속한 후 또 지훈을 기다립니다.

그런데 지훈은 병원일로 또 나오지 못합니다. 정음은 기다리다 지쳐 ‘어떻게 된거냐?, 못나오면 전화라도 해주지...’라고 문자를 연이어 날립니다. 지훈은 또 약속을 지키지 못해 정음을 화나게 만드네요. 정음은 지훈에게 최후 통첩같은 문자를 날립니다. ‘저 갈께요. 당분간 전화하지 마세요. 저 바쁘니까...’ 지훈이가 바쁜 것은 알지만 정음이가 바쁜 것은 이해를 못하겠는데요...ㅋㅋ 정음이가 쓸쓸히 카페를 나오는데, 다정해 보이는 연인 한 쌍이 문을 열고 들어오네요. 누구냐고요? 누구긴 누구에요, 정음이에게 염장 지르는 엑스트라 커플이지요. 이번에는 정음이가 단단히 화가 났어요.


지훈에게 또 바람을 맞은 정음은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한 잔 산다고 했는데도, 바쁘다고 하네요. 이때 심부름 갔다 오던 세경이와 만나 맛있는 거 사준다고 하더니 술집으로 갔습니다. 정음은 기분도 꿀꿀한데 술 한잔 하자며 세경이와 와인을 마시기 시작합니다. 정음이와 세경이는 40회에서 지훈과 함께 삼겹살집에서 술을 잔뜩 마시고 정음이는 팬더 정음이 되고, 세경이는 실성녀가 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고급스럽게 와인으로 한 잔 합니다. 세경이는 와인체질인지 술이 맛있다고 하네요. 세경이는 정음에게 ‘왜 기분이 꿀꿀하냐’고 묻지만 정음이는 ‘그냥’ 하면서 술이나 마시자고 합니다.

와인 한 병을 다 마신 정음은 한 병 더 마시자며 와인 한 병을 추가로 시킵니다. 와인바 홀에 있는 피아노를 보고 정음은 세경과 피아노를 신나게 합주 합니다. 술이 거나해지자, 정음은 기분이 꿀꿀한 이유를 다시 묻는 세경에게 ‘남자 친구가 생겼다’며 성은 ‘개’, 이름은 ‘자식’이라고 하다가 실은 ‘이지...’ 하고 이름을 말하려다 멈춥니다. 그런데 세경은 정음이 말 하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세경은 미술관과 커피숍에서 두 번씩이나 지훈과 정음이 포옹하고 데이트하는 장면을 봤습니다.


정음이는 세경에게 지훈과 사랑을 시작하게 된 동기, 그리고 춥다고 목도리를 매주고, 목도리 키스를 하는 등 그간의 알콩달콩한 데이트를 모두 말해버렸습니다. 그러면서 연애라는 것이, 지훈을 만나는 게 좋기도 하지만 우울하고 꿀꿀할 때가 많다고 했습니다. 정음의 이 말은 듣고 있는 세경에게는 정음이가 참 배부른 소리 하는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는 말입니다. 세경은 지훈을 먼 발치에서 지켜보며 아직 마음을 열어보지도 못했는데, 정음은 지훈과 희노애락을 다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음에게도 지훈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인가 봅니다. 기다리는 것도 한 두 번이지, 이렇게 기다리는 것이 일이다보니 정음은 어느새 망부석이 됐습니다. 정음이가 그랬잖아요. ‘바쁜 건 알지만 맨날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이렇게 기다리다가 어느날 문득 그 사람 가버리고 나면 나한테 남는 건 뭘까? 싶구...’ 정음의 말을 듣고 있던 세경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런데 그때 지훈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지훈은 와인바로 정음을 데리러 왔습니다. 세경은 맛있는 것을 사준다며 지훈이가 정음을 데리고 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지훈이 자기와는 너무 거리가 먼 사람이라는 것을 또 한번 느꼈습니다.


정음이가 지훈이에게 바람을 맞은 것은 한 두번이 아닙니다. 아무리 바쁘게 사는 레지던트라 해도 손가락이 부러지지 않는 한 단축키 한번 눌러 ‘오늘 바빠서 못나가니 그냥 들어가세요’라던가, 문자로‘미안해요, 오늘 급한 환자가 있어요...’라고 보낼 시간조차 없나요? 아니면 ‘오늘 급한 환자, 못나감’이라고 저장해놓았다가 간단히 보내던가요. 요즘 들어 정음이가 지훈이를 기다리는 신이 많아지고 있는데, 이는 헤어지기 전에 나타나는 이별의 신호처럼 보입니다. 정음은 지훈을 기다리다가 지쳐 망부석이 되고, 이것이 ‘지붕킥’에서 보여줄 지정커플의 결말이 아닐까 하는 세드엔딩 느낌이 강하게 풍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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