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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비평

김혜수 열애설 발표가 개운치 않은 이유

by 카푸리 2010.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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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지녀 김혜수의 열애설은 메가톤급 뉴스였습니다. 뭇 남성들의 로망인 김혜수가 선택한 남자가 누구일까 하는 것이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김혜수 열애설이 터진 날은 새해 첫날이었습니다. 참 우연이구나 했는데, 취재기자가 일부러 새해 첫날 터뜨린 것이었습니다. 언론사 입장에서는 기습인 셈입니다. 그런데 이 특종을 위해 취재기자는 무려 30일간 밤낮을 가리지 않고 김혜수, 유해진을 뒤쫓았습니다. 그리고 자랑스럽게 경인년 첫 날 '자~ 봐라, 여기 깜짝 놀랄 특종이 있다'며 보도를 했습니다. 기자는 자랑스러울지 몰라도 취재방식이 파파라치에 버금갔기 때문에 그 뒷맛 또한 개운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제(4일) 김혜수의 열애설을 최초 보도한 취재기자가 해당 언론사 블로거를 통해서 "기사에는 올릴 수 없었던 김혜수, 유해진 데이트 사진, 그 뒷 이야기"라는 제목의 글을 또 올렸습니다. 이 글을 읽어보니 마치 개선장군처럼 의기양양하게 30여일간의 극비사항이 누출될까 노심초사했던 과정, 그리고 적나라하게 김혜수, 유해진의 뒤를 밟았던 과정이 자세히 드러나 있었습니다. 취재후기같은 이 글에는 "30여일 고생한 근성취재팀, 사회연예팀 모두 수고 많았다. 얼마나 고생하며 찍었는지, 사진만 봐도 알 수 있으니 말이다"라는 글까지 있습니다. 이 글을 보고 파파라치에 버금갈 정도로 연예인 신분이 아닌 개인 김혜수, 유해진이었다면 이건 틀림없는 위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혜수, 유해진의 열애설이 보도된 새해 첫날, 아이러니 하게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파파라치 규제법안이 발효됐습니다. 이 법안은 유명 연예인과 그 가족의 사생활을 불법적으로 촬영해 팔거나 구입할 경우 최고 5만달러(한화 약 6천만원)까지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즉 김혜수, 유해진처럼 유명 연예인이라 하더라도 개인적인 활동을 허락없이 촬영해 판매하는 행위는 사생활 침해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김혜수, 유해진의 데이트 현장을 동의 없이 촬영하고 이를 신문에 게재해 판매한 행위는 미국 캘리포니아 법안에 따르면 벌금형에 처할 위법행위입니다.

어제 김혜수 소속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유해진과의 열애 사실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소속사에 따르면 "동료배우로서 문화와 예술에 서로 공통의 관심사가 많은 것을 계기로 친분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연인관계로 발전했다, 그러나 아직 결혼은 시기상조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내용은 열애설을 보도한 해당 기자, 언론사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한 것입니다. 소속사는 "배우나 연예인으로서가 아닌 극히 사적인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들의 사전 확인이나 동의없이 보도되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무분별한 추측성 보도가 이루어진 상황에 대해서는 유감스러움과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며 "연예인들이 국민들의 관심과 그에 따른 궁금증에 부응해야할 의무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의 최소한의 프라이버시 역시 보호되어야 한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김혜수 열애설을 최초로 보도한 언론사는 '국민의 알권리' 운운할지 모르지만 소속사는 연예인이기 이전에 개인의 사생활을 강조하며 유감의 뜻을 표한 것입니다. 취재기자는 30여일간 뒤쫓으며 찍었던 김혜수, 유해진의 사진을 보면서 열애설 특종의 즐거움, 취재과정에서 힘들었던 점 등 취재후기를 블로그에까지 올려놓으며 자랑스러워 했습니다. 그러나 특종을 자랑스러워할 때 이 보도를 보고 당혹스러워할 김혜수, 유해진측 입장을 취재기자는 조금이라도 헤아려 봤는지 의문입니다. 한 쪽은 승리의 도취감에 빠져 있을 때 또 다른 쪽(김혜수, 유해진)은 프라이버시 침해에 상당히 불쾌했을 것입니다.


이번에 김혜수 열애설을 터트린 기자는 취재방법이 거의 파파라치 수준입니다. 파파라치란 어감은 부정적이고 바르지 못한 행위를 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즉 정당한 절차, 정상적인 방법으로 하는 사진 촬영이나 취재가 아니라 몰래 하는 비신사적 행위입니다. 주로 대중들의 관심이 높은 연예인이 파파라치의 표적이 됩니다. 이들은 연예인의 일거수 일투족을 24시간 추적하며 한 방의 사진으로 큰 수익을 올리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오죽하면 파파라치를 파리처럼 웽웽거리며 달려드는 벌레로 비유했을까요? 많은 유명인들이 파파라치 때문에 곤욕을 치루기도 하고 심지어 영국의 다이아나 왕세자비는 파파라치의 추적을 피하려다 비극적인 사고로 죽기도 했습니다.

그럼 김혜수 열애설을 최초 보도한 기자의 취재 방법을 한번 볼까요? 이 내용은 어제(4일) 해당언론사 블로그를 통해서 스스로 밝힌 내용입니다. 김혜수, 유해진 두 사람이 한 장의 사진에 같이 들어 있는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무려 30여일간 두 사람의 뒤를 밟았는데, 아무리 유명인이라고 해도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또한 며칠을 김혜수의 미니홈피를 뒤져 그녀의 강아지 'HACHI'를 찾아 유해진과의 연결고리를 찾았고, 영화 <타짜> 촬영 당시 유해진 집에서 다정스럽게 찍은 두 사람의 사진을 발견했습니다. 그래도 취재기자의 양심은 있었는지 직접 찍은 사진이 아니라며 타매체 후배기자에게 이 사진을 양보했다고 합니다. 두 사람의 열애설을 마구 퍼나르라는 것인지 사진 밑에는 '원본 쓰실 분은 즐펌하세!'라는 글까지 써있습니다. 사실 이 사진의 저작권은 김혜수에게 있습니다.

크리스마스날에도 김혜수 집 근처에 잠복해 있다가 발간색 산타코트를 입은 김혜수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또한 청운동 골목길에서 김혜수와 유해진이 팔짱을 끼고 있는 사진, 유해진의 차를 김혜수가 운전하는 사진 등 집요하게 30여일간 찍은 사진을 낱낱이 공개했습니다. 어쩌면 신년 첫 날에 보도된 기사보다 김혜수는 블로그를 통해 공개된 취재과정이 더 유감스럽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열애설 보도에 비해 구구절절히 두 사람의 데이트 과정이 가감없이 공개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람 죽여놓고 미안하다'는 말처럼 들리는 취재기자의 이 글이 정말 개운치 않았습니다.

"우리는 팩트를 잡기위해 움직였을 뿐, 이후 그들의 사생활은 관심이 없다. 아니 오히려 그들의 데이트 차량이 지나가면 우리가 피한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 '혜수씨, 해진씨 이제 우리는 손 털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손 털었다'던 취재기자는 어제 김혜수 소속사가 발표한 열애 인정 보도자료를 인터넷사이트 톱뉴스로 게재했습니다. 김혜수의 열애설을 최초 보도한 기자들 명의입니다. 두 사람의 데이트 차량이 지나가면 피한다고까지 했는데, 다시 보도한 걸 보니
'손 털었다'는 의미는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습니다. 이 톱뉴스 아래는 관련기사라며 지금까지 단독 보도된 기사가 줄줄이 걸려 있었습니다. 김혜수가 소속사 보도자료를 통해 '유감'이라고 밝혔지만 그 유감조차 뉴스거리였던 것입니다.

김혜수는 연예인이기 이전에 한 인격을 가진 개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혜수의 공적인 활동에 대해 취재기자가 사진을 찍고 24시간 추적하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죠. 그러나 개인 김혜수의 일거수 일투족을 24시간 추적 감시, 취재하는 행위는 스토커, 파파라치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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