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드라마리뷰

선덕여왕, 알천랑의 필사즉생 낭장결의

by 카푸리 2009. 8. 18.
반응형
천명공주 죽음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알천랑(이승효)이 얼굴에 짙은 화장을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영화 <왕의 남자>의 공길이(이준기)가 생각났습니다. 남자로서 여자처럼 화장을 했지만 두 사람의 화장 목적은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어제 <선덕여왕>에서 알천랑이 화장을 한 것은 천명공주 때문이었습니다. 낭장결의에도 불구하고 왕이 자신의 뜻을 받아들여지지 않자, 알천랑은 천명을 지키지 못한 자책감에 자결을 하려했지만 덕만(이요원)이 나타나 자결을 못하고 덕만을 신라의 공주로 따르게 됩니다.

배우 소지섭과 소유진이 사극 <선덕여왕>에 등장하는 알천랑의 후손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알천랑'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진주소씨대종회가 밝힌 바에 따르면 알천랑은 진수 소씨의 시조로 신라 진지왕 2년에 태어나 선덕, 진덕여왕에 걸쳐 문무를 겸비한 재상으로 활동한 실존 인물입니다. 진덕여왕이 승하후 화백회의에서 알천랑을 왕으로 추대했지만 김춘추에게 양보하여 신라 제 29대 태종무열왕으로 등극하게 한 사람이 바로 알천랑입니다. 이렇게 역사적으로 실존하는 인물 알천랑이 어제 단독으로 낭장결의를 해 이승효는 또 한번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낭장결의는 화랑들이 화장을 하고 대의를 위해 죽음을 불사하는 상소행위로 붉은색 화장을 해 비장함을강조합니다. 이미 극 초반에 미실이 진지왕(임호)을 폐위시키기 위해 화랑들을 이끌고 한차례 낭장결의를 한 적이 있는데, 미실은 왕을 폐위시키기 위한 군사 쿠데타적 성격이 강합니다. 알천랑의 단독 낭장결의는 요즘으로 말하면 마치 국회나 청와대 앞의 '1인시위'를 연상케 합니다.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한 수단인데, 신라시대는 붉은색 화장을 했고, 요즘은 화장 대신에 피켓을 들고 호소하는게 다릅니다.

알천랑은 지난주 천명공주가 독화살을 맞고 죽음을 맞이하자, 그 죽음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단독으로 낭장결의를 한 것입니다. 화랑옷만 입던 알천랑이 낭장결의 복장으로 나오자, 강인한 화랑의 수장 모습과는 달리 고운 자태마저 느껴졌습니다. 알천랑은 천명의 죽음이 서라벌의 음모라고 주장하며 그 배후를 찾아내야 한다고 진평왕에게 고하면서 미실이 어려움에 빠질 것 같았지만, 쌍생아 문제를 들고 나온 미실의 계략에 말려 진평왕은 '천명의 죽음은 사고다'라고 하며 덮어 버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선덕여왕> 초반 아막성 전투에서 화랑도 다운 매력을 물씬 풍겨 강한 인상을 심어준 알천랑은 낭장결의로 또 한번 시청자들에게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전투신마다 진두지휘하며 잘못은 자신이 책임지고 아랫사람을 감쌀 줄 아는 모습을 보면서 누구의 편도 일방적으로 들지 않고 오직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이라면 목숨도 내놓을 줄 아는 멋진 화랑이 바로 알천랑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알천랑은 신라-백제 전투에서 용맹스런 기백을 보인 신라 10화랑 비천지도의 수장입니다.  대역죄인으로 몰린 덕만을 몰래 탈출시켜 주며 미실에 맞서는 덕만의 사람이 될 것은 이미 예고됐었습니다. 정치적 권력에 빌붙는 대신 확고한 자신의 생각과 의지대로 나아가려는 믿음직하고 의로운 모습을 보고 덕만과 알천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덕만은 알천랑에게 "견디거라, 죽고자 하는 그 마음으로 버터거라, 화랑의 주인으로서 명한다"고 했습니다. 이에
알천랑은 덕만을 신라의 공주로 인정하며 무릎을 꿇어 덕만은 천군만마같은 알천랑을 곁에 두게되었습니다.

드라마에서 알천랑은 김유신(엄태웅)과 나이가 비슷한 동년배로 나오는데, 역사적 사실에 의하면 유신공보다 나이가 18살이나 많습니다. 훗날 태종무열왕이 되는 김춘추(유승호 분 예정)보다 25살이나 연상입니다. 극중에서는 진평왕, 김유신, 비담 등에 비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고 있지만 신라시대 역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었던 아주 중요한 인물이었습니다. 만약 김춘추에게 왕위를 계승하지 않고 화백회의에서 추대된 대로 왕위에 올랐다면 신라의 역사는 어떻게 됐을까요? 가장 먼저 천명공주의 억울한 죽음을 파헤쳐 미실과 그 일당들을 엄벌에 처했겠지만 역사는 항상 정의편만은 아닌 듯 합니다.

미실이 필생의 꿈인 왕후가 되기위해 낭장결의를 했다면 알천랑은 자신이 모시던 천명공주의 억울한 죽음을 풀기위해 목숨까지 내놓은 낭장결의입니다. 알천랑의 단독 낭장결의를 보면서 정의를 위해서는 죽음도 불사하는 그의 용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알천랑의 낭장결의는 필사즉생, 즉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끝까지 정의를 지키려는 신라의 화랑정신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었습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