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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비평

인순이의 ‘무릎팍’ 출연 거절, 당당하다

by 카푸리 2009.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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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인순이는 1978년에 데뷔한 후 30년간 끊임없이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온 슈퍼 스타다.
처음 '희자매'로 TV방송에 나온 그녀의 모습에 색안경을 끼고 본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파워풀한 목소리와 댄스, 영혼을 파고드는 듯한 목소리는 섹시 디바를 넘어, 한번 그녀의 노래에 빠지면 팬이 되지 않을 수 없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가수 인순이가 30년간 사랑을 받아온 가장 큰 비결이다.

그런데 그녀가 <무릎팍도사> 출연 섭외가 들어왔는데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 아니 완곡히 사양했다는 표현이 맞겠다. 다른 연예인들은 출연을 못해서 안달인데, 왜 그녀는 ‘무릎팍’ 출연을 거절했을까? 주중 최고의 예능 프로 출연을 거절한 것은 톱스타라고 조금 건방을 떠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다. 인순이는 역시 다른 연예인과는 달랐다. 한미다로 홍보성 출연을 사양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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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가지 중요한 이유는 거짓말을 못해 ‘무릎팍’에 나가면 안해도 될 말을 서슴없이 하게돼 자신의 과거 이야기까지 다 꺼내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혼혈아로서 어린 시절보다 남들보다 힘들게 보냈던 그녀는 지금 행복하다. 그런데 과거의 아픈 기억을 다시 떠올리는 것이 싫다는 것이다. 인순이는 항상 밝은 모습으로 팬들에게 ‘거위의 꿈’을 전해주고 싶은 것이다.

연예인들의 홍보성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이젠 관행화된 듯 하다. 게스트가 필요한 예능 프로와 신곡, 영화, 드라마 홍보를 해야하는 연예인들의 입장이 맞아 떨어져 일부 예능 프로는 이제 ‘연예인 홍보 프로그램’이란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예능 프로에 가수나 연기자가 나오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게스트 띄우기가 도에 지나치다는 것이다.

<1박2일>의 나영석PD가 명사게스트로 박찬호를 출연시킨 이후 홍보성 게스트를 출연시키지 않겠다고 했다. 나PD는 그 약속을 시청자 게스트로 지켰고, 일반시청자를 참여시킨 <시청자와 함께하는 1박2일>, <집으로> 특집 등에서 대박 히트를 쳤다. 연예인들이 홍보를 위해 예능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나PD의 부정적 인식은 그만큼 <1박2일>에 대한 애착을 말해주는 것이다. 예능 프로 고유의 포맷과 오락적 본질을 살리기 위해 '홍보'성 게스트는 예능의 독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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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순이의 ‘무릎팍’ 출연 사양은 홍보성 예능 프로에 경종을 울리는 것 같아 아주 신선하다. 그렇다고 <무릎팍도사>가 홍보성 예능 프로라는 것은 분명 아니다. 사실 인순이는 예능 프로에 출연해서 자신을 홍보할 필요가 없는 대형스타다. 그러나 그녀는 가수이기 때문에 최근 17집 앨범 ‘인순이’를 발표해서 신곡 홍보 필요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연예인은 어떡하든 방송 출연 기회를 늘리려고 한다. 옛날에는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가수들이 예능 프로에 출연하는 것을 꺼려왔지만 요즘은 다르다. 오히려 예능을 통해 먼저 이름을 알린 후 활동을 활발히 하는 가수들도 많다.

요즘은 ‘만능 연예인’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가수, 개그맨, 배우, MC 등의 경계가 모호하다. 그래서 분야를 구분하지 않고 방송출연이 많은 연예인일수록 스타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기획사에서는 프로그램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소속 연예인의 방송출연에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그래서 일부 예능 프로의 경우 홍보성 게스트가 출연할 경우에는 예능 프로의 재미마저 감소시키는 경우가 있어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뿌리게 하기도 한다. 굳이 어떤 프로라고 콕 찝어서 얘기 안해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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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인순이가 <무릎팍도사> 출연을 거절한 표면적인 이유는 ‘홍보성’ 출연에 대한 사양이지만 속깊은 사연이 또 있다. 그녀의 아픈 과거를 다시 꺼내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녀는 아버지를 한번도 보지 못했다. 한국전쟁때 참전한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누구보다 힘든 시절을 보냈다. 고등학교도 나오지 못할 정도로 불우했지만 가수라는 집념 하나로 성공했다. 그런데 무릎팍도사에 출연하면 이른바 ‘혼혈인’에 대한 질문이 나올 것이고, 좋은 싫든 이에 대한 답변을 하면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다시 떠올려야 하는 것이다. 인순이는 그 아픈 기억을 다시 떠올리기가 싫은 것이다. 어쩌면 고통스럽고 힘들었던 시절조차 ‘예능’프로 안에 녹아 들어가 미화되는 것이 두려웠을지 모른다.

인순이는 <무릎팍도사> 출연을 거절하면서 연예계에 두가지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한가지는 무분별하게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 예능프로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에게 경종을 울린 것이고, 또 한가지는 자신을 미화하고 포장하기 위해 예능 프로에 나가는 것이 그녀의 양심과 자존심이 허락치 않은 것이다. 그래서 인순이의 ‘무릎팍’ 출연 제의 거절이 신선하고 당당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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