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여진이 '시선집중'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참 잘 됐구나!' 했는데, 그 기대를 MBC가 저버렸다. 뉴스를 보니 MBC측은 김여진이 출연하지 못하도록 소셜테이너의 출연을 제한하는 '고정출연 심의조항'을 변경해 13일 이사회에서 부랴 부랴 통과시켰다고 한다. 여기서 고정출연자라 함은 '주 1회 이상 출연자'를 말하는데, 김여진 때문에 이 조항을 아예 삭제해 버린 것이다. 이 조항이 삭제됨에 따라 '시선집중'에 격주 1회 출연하기로 예정됐던 김여진도 고정출연자로 분류가 돼 출연이 안된다는 것이다.

MBC는 배우 김여진이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다. 그녀를 의식해 고정출연 심의조항까지 서둘러 만들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 심의조항이라는 게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이다. 주 1회 이상 출연자=고정출연이라고 못박아놓았던 확실한 조항을 왜 빼냔 말이다. 여기서 '고정'이란 의미는 출연 빈도로 볼 때 매주 한 번 이상 나와야 하는 개념인데, 횟수를 뺌으로써 월 2회도 고정출연으로 해석해 김여진의 출연을 원천 봉쇄 시킨 것이다. MBC는 공영방송인데, 두리뭉실한 심의조항이 실망이다.


문제는 고정출연 횟수 제한 뿐이 아니다. MBC 심의조항에 따르면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 관계가 대립한 사안에 대해 특정인이나 특정 단체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지지 또는 반대하는 발언이나 행위를 한 사람은 고정출연이 제한된다'고 한다. '시선집중'은 시사 프로기 때문에 사회 정치적 쟁점 사안에 대해 의견을 공개적으로 지지 또는 반대를 하지 못한다는 건 고정 패널로서 지켜야 할 자세라고 본다. 그러나 그 이전에 김여진이 홍익대청소노동자 문제, 한진중공업 시위현장 지지 방문과 경찰 연행 등으로 혹시 방송에서도 특정단체 지지발언을 하지 않을까 하는 MBC측의 노파심이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

배우 김여진을 소셜테이너라고 한다. 그녀는 연예인이기 이전에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그늘진 곳을 찾아 관심을 촉구하는 말을 많이 해왔다.
그녀는 반찬을 사들고 홍대 노동자 농성장을 직접 방문하는 등 진심으로 그들에게 다가갔다.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의 부당대우와 열악한 노동조건은 김여진 때문에 세상 밖으로 드러났다. 언론도 관심을 갖지 않던 일인데 김여진이 트위터와 블로그로 세상에 알린 것이다. 김여진이 남긴 트위터 한 마디 한 마디에 폭발적인 힘이 실리자, MBC가 삐딱한 시선을 갖게된 것이다.


그녀의 행보는 정치적이라기 보단 인간적이라고 해야 더 맞을 것 같다. 만약 김여진의 말과 행동이 정치적이었다면, 대중들의 그녀를 격려하고 박수를 쳐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tvN '브런치'에 출연해 여당의 권력자 이재오 특임장관 앞에서도 '홍대 청소노동자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구하는 등 낮은 자의 입장을 대변했다. 그래서 홍대 청소노동자들은 김여진을 '홍익인간'이라고까지 부른다.

김여진은 MBC '100분 토론' 등을 통해 홍대 노동자 사태는 물론 대학등록금 문제, 청년 실업 등에 대해 조목조목 따져가며 정부를 향해 날선 주장을 했다. 배우인 그녀가 노동자문제, 저출산, 한진중공업사태 등에 대해 얘기하는 걸 보며 '배우 김여진이 맞나?' 할 정도다. 김여진의 '100분 토론'을 보면서 솔직히 여느 정치인들보다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정치인이 이렇게 서민들 입장에서 얘기하며 눈물을 흘리겠는가? 김여진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소외된 이웃들에겐 가슴 한켠을 후련하게 하는 청량제다.


그렇다고 김여진이 방송이나 트위터로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거나 특정 단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건 아니다. MBC측은 김여진이 '100분 토론'(2011년 3월)에 나와서 하는 말을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혹시 '시선집중'에 나와 정부나 여당에 불리한 발언을 하진 않을까 하고 말이다. 하긴 그녀가 나와서 할 말이라는게 결국 정부와 여당이 잘못한 일이 많을테니 MBC는 껄끄러울 수 있다. 그냥 나오지 말라고 한다면 또 난리가 날테니 '고정출연 심의조항'을 바꿔 법적으로 출연 봉쇄를 한 거다.

글쓴이는 아침마다 출근하면서 '시선집중'을 청취한다. 손석희교수의 깔끔한 진행과 서민들의 가슴을 파고드는 질문은 통쾌하기까지 하다. 여기에 김여진이 패널로 나온다니 정말 좋아했는데, 아쉽다. 아니 솔직히 MBC의 처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바른 말 쓴 소리 잘하는 사람이 방송에 자주 나올수록 우리 사회가 더 건강해지는데, 이런 사람들을 자꾸 못나오게 하니 참 가슴이 답답하다. 김여진을 출연하지 못하게 만든 MBC '고정출연 제한 심의조항'보다 그녀에 대한 삐딱한 시선이 더 놀랍고 충격적이다.
Posted by 카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