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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서해안 가요제, 무한도전판 게릴라 콘서트?

by 카푸리 2011.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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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무한도전' 서해안 가요제 녹화가 행담도 휴게소(서해안 고속도로 안산기점 50.5km)에서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 이 사실이 녹화 전날(8일)부터 네티즌 사이에 소문으로 돌았고, 그 소문은 사실로 확인됐다. 트위터와 커뮤니티에 퍼진 정보에는 휴게소 뒷마당에 무한도전 가요제 세트장이 설치됐다는 것까지 퍼져나갔다. 이런 사실을 알게된 무한도전 팬들은 직접 현장을 찾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태호PD에겐 당연히 비상이다. 안그래도 스포때문에 골치가 아픈데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직찍과 동영상을 올리면 힘들게 만든 특집이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많은 사람이 몰리면 교통체증은 물론 안전사고도 우려되기 때문에 어떻게든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 김PD는 그래서 행담도 외에 또 다른 장소에서 촬영할 수 있으니 오지 말라는 선의의 거짓말까지 했다. 그래도 온다면 개고생 할 거라며 협박까지 했는데 녹화 당일 1만명 이상이 몰렸다고 한다. 무도 제작진이 준비한 좌석은 겨우 20~30석 뿐인데, 보도에 의하면 1만명이라니 '뜨악' 소리가 절로 나온다.


김PD 말대로 '무한도전'은 녹화보다 방송을 보는 것이 훨씬 재미있는데, 우문이지만 왜 그렇게 행담도까지 사람들이 몰렸을까? 천하의 국민MC 유재석 등 무도 맴버들은 물론 이적, 싸이, 스윗소로우, 지드레곤, 바다 등 내노라하는 스타들이 나오는 무대기 때문에 갈 수만 있다면 가고 싶었을 것이다. 서울에서 50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니 그리 멀지도 않은 곳이다. 이미 2007년 강변북로 가요제, 2009년 올림픽대로 가요제 등을 통해 무한도전 가요제에 대한 재미는 검증된 바 있다. 지금까지 무도 가요제는 공개적으로 한 게 아니고 녹화 장소를 철저히 비밀에 붙인 채 촬영되었다. 그런데 사전에 가요제 녹화 장소가 공개됐으니 갈 수만 있다면 어떻게든 가고 싶은 게 팬들의 바람이었을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녹화를 끝낸 후 김태호PD가 트위터에 남긴 소회를 보니 한 마디로 대 성공이다. 김PD는 무한도전 7년 중 이렇게 기쁜 날이 없었다고 했다. 가요제에 출연해 준 가수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있지만 재미없다고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리한 녹화를 끝까지 지켜준 관객들에게 고마운 인사를 했다. 녹화 장소가 공개돼 걱정을 많이 했지만 결과적으론 무도판 게릴라 콘서트가 된 셈이다.


원래 게릴라콘서트는 공연장소를 당일 날 선정한 후 제한된 홍보시간을 준다. 가수가 무개차를 타고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나며 콘서트에 와달라고 사정 사정을 한다. 그리고 눈을 가린 채 무대에 나타난 가수는 예상보다 많은 인파(보통 5천명 이상)에 놀라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이번 서해안 가요제는 게릴라 콘서트와 아주 유사했다. 녹화장소를 사전에 홍보하지도 않았고, 장소가 미리 새나가 제발 오지 말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1만명 이상이 몰린 대성황을 이룬 것이다.

사실 무한도전 가요제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텅비고 썰렁한 느낌까지 들어야 제맛일 지 모른다. 그런데 이번에 1만 여명이 몰렸다면 컨셉이 잘못된 것이다. 그래서 녹화장소가 사전에 노출되었을 때 제발 오지 말라고 극구 말렸던 것이다. 그러나 많은 스탭진과 장비가 사전에 설치된 곳을 하루만에 다른 장소로 옮기는 것은 힘들었을 것이다. 녹화 전까지 제작진과 맴버들의 가슴은 시커멓게 탔을 것이다.


예상치 못하게 관객들이 몰리는 현장에서 제작진은 '어차피 이렇게 된 거...'라는 심정으로 녹화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녹화장소가 미리 새나간 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 오지 말라고 했어도 무한도전 광팬들이기 때문에 행담도까지 갔을 것이고, 그 팬들의 열기는 제작진과 맴버들에겐 오히려 힘이 되었다. 녹화 후 김PD는 서해안가요제의 최고 영예의 대상을 '교통체증과 오랜 기다림'이라며 지리한 녹화를 끝까지 지켜봐준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 정도라면 '1박2일' 시청자특집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지 않을 것 같다. 무한도전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서해안 가요제가 저절로 시청자특집까지 한 셈이다. 김태호PD 얘기대로 '무도' 연출 7년 만에 가장 기뻤던 날이라고 하니 빨리 서해안 가요제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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