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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남편 몰래 식당일 하던 아내의 눈물 보니

by 카푸리 2009.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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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에 다니며 실직 당하지 않고 다니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사는 평범한 가장입니다. 얼마전 경제신문에서 본 대기업 연봉은 외환은행이 평균 7,246만원이고 삼성전자는 6,040만원이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의 부장급이지만 삼성전자와는 비교가 안됩니다. 회사규모가 적기 때문인데 이것도 감지덕지하며 다니고 있습니다. 이 봉급으로 중학교, 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 학비 대가며 생활하기가 너무 빠듯합니다. 저축은 고사하고 한달 한달 마이너스 안나면 다행입니다.

제 월급이 한달에 실수령액 기준 220만원 정도입니다. 이중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들 학원비와 학비로 한달 평균 100만원 정도 들어갑니다. 여기에 집을 살때 받은 대출 이자 42만원, 아파트 관리비와 통신요금 등 제 세금 45만원 빼면  생활비 할 돈이 없습니다. 아이들 용돈과 경조사비는 생각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매달 가계부는 마이너스 행진을 한지가 벌써 오래됐습니다.

아이들이 점점 커가서 3년전 처음으로 내 집 마련할 때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이 더욱 생활을 옥죄고 있습니다. 워낙 돈이 없이 사다보니 9천만원의 대출을 받았습니다. 남들처럼 투기 목적으로 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파트값 오르고 내리고가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 공부방이 필요해 구입한 것입니다. 물론 전세를 계속 살았으면 지금처럼 쬐지는 않을텐데, 2006년은 당장 집을 사지 않으면 영영 사지 못할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그래서 무리지만 대출을 받아서라도 집을 사게되었습니다.

제 월급으로 자녀들 학비 대고 생활하기가 힘들어 아내는 저 몰래 식당이라도 나가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아내는 제게 내색을 전혀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볼일 보러 다니는 줄 알았는데, 매일 저녁 파김치가 되는 것을 보니 일을 하러 다닌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습니다. 아내는 전혀 내색하지 않고 가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해 계속 일을 나가고 있습니다.

아내는 잠을 자면서 심하게 잠꼬대를 자주 합니다. 아파트 대출금 9천만원에 대한 부담이 아내의 어깨와 가슴을 짓누르는 듯 ‘빨리 빚 갚아야 해요’를 외치며 땀을 뻘뻘 흘렸습니다. 잠결에서 들은 아내의 그 말에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베란다에 나가 담배 한 개피 입에 물고 보니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결혼 한지 18년째, 남들처럼 호강시켜주며 살지 못했어도 열심히 살면 좋은 날이 오리라고 생각했지만 그날은 점점 멀어지는 듯 합니다. 지금 중고등학생 학비 대기도 빠듯한데, 큰 놈이 대학에 가면 어떻게 연간 1천만원에 달하는 학비를 댈지 걱정입니다. 아파트를 팔고 전세를 가야 대학 공부 가르칠 듯 합니다.

아내가 식당일을 한지 10개월 정도 됩니다. 하루 종일 설거지와 서빙을 하느라 힘들지만 아이들 뒷바라지에 소홀함이 없도록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가끔 아내의 손을 잡아보면 거칠고 습진도 많이 생겨 예전의 그 부드러운 손은 온데 간데 없습니다. 아내의 손이 거칠다고 퉁명스럽게 “손 좀 가꾸고 살아요, 여자가 손이 왜 그래요?” 하면서 한소리 하지만 아내는 “일하다 보면 다 그렇지요 뭐...”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넘어갑니다. 남편의 기와 자존심을 끝까지 세워주려는 아내의 마음에 속으로는 눈물이 났습니다. 아내를 고생시키는 못난 남편의 자책감이 한없이 밀려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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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난 주말 고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 큰 딸은 철이 났는지 엄마가 낮에 식당으로 일하러 다니는 것을 눈치챘나 봅니다. 아내가 큰 딸의 방을 청소하다가 딸의 비망록에 써 있는 글 중 “엄마가 너무 힘들게 사시는 것 같다. 내가 빨리 커서 엄마가 힘들지 않게 해줘야 하는데.... 걱정이다. 엄마 사랑해요. 큰 딸이 꼭 훌륭하게 커서 보답할께요”라고 써 있는 글을 읽고 아내는 펑펑 울었습니다. 저녁에 퇴근을 하니 아내의 눈이 부어있어서 왜 그러냐고 물으니 그제서야 그동안 식당에 다닌 일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날 저녁 아이들이 학원에 가고 집에 없는 사이 우리 부부는 서로 부둥켜 안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동안 속으로만 안타까워하며 잡아주던 아내의 거칠어진 손을 텁석 잡아주며 고생시켜서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못난 남편의 눈물에 아내는 당황하는 듯 했지만, 식당일을 나가게 된 것을 이야기한 것에 대해 아내는 오히려 더 미안해했습니다. 아내는 끝까지 남편의 자존심을 꺾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은행빚도 많고 제가 받는 월급도 작지만 큰 딸이 철이 들어가고, 아내와 저는 누구보다 서로를 믿고 사랑하기 때문에 세상 그 어떤 가정보다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내도 이제는 몰래 다니던 식당일을 떳떳하게 다니고 있습니다. 아내가 ‘가난은 부끄러운게 아니다. 우리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도 많다’ 고 하며 힘을 내서 열심히 일하면 좋은 날이 올거라며 남편을 위로합니다. 아내의 위로를 받고 저는 요즘 회사에서 다시 힘을 내어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경기가 좋지 않아 언제 실직 당할지 모르는 두려움을 안고 살지만 그래도 아내와 함께라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친구나 회사 동료, 아니 세상 그 어떤 사람보다 제 아내가 가장 든든한 제 후원자요 동반자입니다.

앞으로는 퇴근후 아내의 거칠어진 손을 매일 잡아주려 합니다. 비록 거칠고 습진으로 터진 손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이 바로 제 아내의 손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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